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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차기 회장의 앞날

“정부 코드 맞춰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임원 발언〉

  •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포스코 차기 회장의 앞날

  • ● 전임 회장들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 제기
    ● 회장 후보 C씨 “깜깜이 승계 카운슬로 선정된 최 회장 인정 안 해”
    ●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시민단체 “최 회장 배임, 비리 방조” vs 포스코 “맞고소”
    ● 포피아 해결, 사업구조 개편 등 개혁 과제 산적
포스코 홈페이지에 공개된 온라인 소통 채널 알림 게시판. (왼쪽)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포스코 홈페이지에 공개된 온라인 소통 채널 알림 게시판. (왼쪽)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최정우(61) 포스코켐텍 사장이 내정된 이틀 뒤인 6월 25일 포스코 한 계열사의 주간업무회의 시간. 계열사 A 대표는 ‘대정부 이니셔티브 강화를 위한 어젠다 발굴’ 과제와 관련한 발언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 과제 수행 초기에는 정부 코드와 맞추는 방향으로 진행했지만 신임 CEO 선정 과정을 고려해볼 때,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신임 CEO의 경영철학 담당팀과 교감하면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새 CEO 후보가 선정된 만큼 이제는 정부보다는 새 회장의 코드에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기업’ 포스코를 남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심기가 불편할 만한 발언이다. 정부는 혁신성장, 일자리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을 해결할 때 재계 순위 6위의 포스코가 든든한 우군이 돼주길 기대하고 있기 때문.


온라인 소통 채널 ‘러브레터’ 가동

이 주간업무회의에서는 이 밖에도 △포스코의 베트남 철강사업 전략 실행 방안 △글로벌 통상 환경을 고려한 적정 수출 비중 도출 및 안정화 방안 △7월 그룹 운영회의 준비 등이 논의됐다. 베트남 철강사업과 관련해선 현지법인 포스코 SS VINA가 오랫동안 적자(2017년 551억 원 적자) 상태인데, 그 원인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 적정 수출 비중 이슈에 대해서는 과거와 달리 내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신임 CEO의 경영전략 관점에서 재고돼야 한다는 점도 언급됐다. 특히 A 대표는 7월 새 CEO와 그룹사 사장들이 참석하는 그룹 운영회의에서 이 계열사의 발표가 있을 때 새 CEO가 추구하는 경영철학과 일치하도록 준비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요즘 포스코는 이처럼 새 회장을 중심으로 쇄신을 꾀하는 분위기다. 그룹의 B 임원은 “의외의 인물이 선정됐다는 반응이 많지만 기왕 선정된 만큼 새 회장이 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내정자는 포스코에 대한 외부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7월 12일 온라인 소통 채널을 열었다. ‘포스코에 러브레터를 보내주세요’라는 제목의 온라인 편지를 포스코와 그룹사 홈페이지, 사내 온라인 채널 등에 게시한 것. 주주, 고객사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서 ‘포스코가 고쳐야 할 것, 더 발전시켜야 할 것 등 건전한 비판에서 건설적 제안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다. 제출된 의견을 수렴해 종합 분석하는 작업은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맡는다.
 
최 회장 내정자는 7월 27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동래고,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최 내정자는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재무관리, 감사 분야 등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후 정도경영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 철강 이외의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비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2015년 7월부터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부사장)을 맡으면서 그룹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최 내정자는 권오준 회장이 키운 인물로 권 회장이 주도한 각종 사업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최 내정자에 대해 “경영관리 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비철강 분야 그룹사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Steel and Beyond)’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깜깜이 승계 카운슬에 대한 불만

하지만 최 내정자의 출발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다.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나왔다. 후보 선정을 맡은 사외이사 7명 모두 이구택·정준양·권오준 회장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선임됐고, 이들과 특정 관계로 엮여 있어서 후보 선정 과정에서 전임 회장들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6월 7일 국회토론회에서 “이사회 구성 교체 없이 CEO를 선출하는 것은 또 하나의 적폐를 양성하는 것이다”라며 “이사회를 재구성해 투명하고 정상적인 선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존 사외이사 그대로 구성된 포스코 승계 카운슬은 8차례 회의를 통해 최종 후보군 5명을 선정했고, 6월 23일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최정우 사장을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포스코는 회장 후보 선정 절차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그 선정 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장 후보군에 올랐던 C씨는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형식적 절차는 거쳤지만 심판, 감독, 선수 모두 같은 편이었다”며 “깜깜이 승계 카운슬에 의해 선정된 최 회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7월 9일엔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등 7개 시민단체가 최 회장 내정자를 배임과 횡령 방조,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최 내정자에 대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베트남 비자금 44억 원 조성 및 횡령의 방조, 전정도 성진지오텍 사장 662억 원 횡령의 방조 배임, 2011년 포스코 호주 철광산 로이힐 투자의 방조 배임 법률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힐에는 최소 2000억 원의 분식회계가 있었는데, 이는 최 내정자가 CFO(최고재무책임자)일 때 일어난 일”이라며 관련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에 대해 “CEO 후보와 전혀 관련 없는 시기에 발생한 일이고,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음에도 이를 왜곡한 것은 정당하게 선출된 CEO 후보가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을 막고 포스코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라며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 맞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내 회장 경쟁자들 거취 문제

한편 사내이사 교체 건도 현안이다. 최 내정자가 주총을 거쳐 회장으로 확정되면 자신과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오인환·장인화 사장의 거취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사내이사 교체는 7월 27일 임시 주총 2주 전에 공시해야 하는데 7월 15일 현재 주총 안건에는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포스코 사내이사는 권 회장을 비롯해 오 사장과 장 사장, 유성 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 전중선 가치경영센터장(부사장) 등 5명이다. 최 내정자는 인수위원회 성격의 조직을 별도로 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현재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의 보직은 변경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내정자 앞에는 수많은 개혁 과제가 놓여 있다. 인사 혁신, ‘포피아(포스코+마피아)’ 문제, 사업구조 개편 등에 대한 처방을 우선 내놓아야 한다. 철강 본업 내실화, 신성장 비즈니스 발굴, 미국발 철강 관세 대응, 남북 경협 준비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또 국민이 보낸 ‘러브레터’를 통해 수렴될 개혁 과제를 다듬는 일도 추가됐다. 창사 이래 처음 시도되는 국민과의 소통 프로젝트인 만큼 이를 잘 활용할 경우 폐쇄적 경영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자신에 대한 온갖 의혹의 눈초리를 어떻게 지지의 눈빛으로 바꾸느냐는 최 내정자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신동아 2018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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