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동서6축 고속도로 완전개통의 의미

“제천~삼척고속도로는 국가균형발전 첫걸음”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9-04-2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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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부, 제천~영월고속도로 예타 대상 재선정

    • 삼척시 “국가균형발전 위해 영월~삼척고속도로 뚫려야”

    • 제천~삼척, 동서6축 고속도로 구간 중 유일하게 미개통

    • 고속도로 생기면 폐광지 관광 명소로 변모 가능

    • 교통망 확충으로 일자리 창출, 젊은 층 인구 유입 기대

    [삼척시 제공]

    [삼척시 제공]

    그동안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던 ‘제천~영월고속도로’ 건설사업이 최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사업으로 재선정됐다. 기획재정부는 4월 1일 재정사업평가 자문위원회를 열고 제천~영월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예타 대상사업으로 확정했다. 비수도권에서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경제성 논리 못지않게 국가균형발전에 의미를 둬 예타 조사 제도를 개편하기로 결정한 덕분이다. 

    예타는 500억 원 이상의 총 사업비가 투입되면서 국가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건설 사업과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경제성 등을 검토하는 조사다. 이번에 개편된 지침의 핵심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예타 평가 기준을 달리 적용하고 가중치를 조정하는 것. 그간 예타는 경제성(35~50%)과 정책성(25~40%), 균형발전(25~35%) 등으로 항목을 나눠 점수를 매겼는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등 낙후지역은 경제성 확보가 힘들어 예타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았다. 

    새 지침에 따르면 비수도권 사업의 균형발전 평가 비중은 30~40%로 기존보다 5%포인트 오르고 경제성 평가 비중은 30~45%로 5%포인트 낮아진다. 경제성이 부족해도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사업에는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의지인 것. ‘제천~영월고속도로’ 건설 또한 같은 맥락으로 예타 통과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강원도 내에서는 제천~영월에 그칠 게 아니라, 영월~삼척 구간으로 고속도로를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천~삼척 간 총 길이는 123.2km로 추정 사업비는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당초 2010년 정부 중장기계획에는 제천~삼척 구간이 모두 반영됐다. 하지만 2016년 전국고속도로건설 5개년 계획에서 갑자기 영월~삼척 구간이 빠져버렸다.

    제천, 삼척 양방향 공사 추진

    서평택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서6축 고속도로 중 점선에 해당하는 제천JC~삼척IC가 유일한 미개통 구간이다.

    서평택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동서6축 고속도로 중 점선에 해당하는 제천JC~삼척IC가 유일한 미개통 구간이다.

    1973년 고 박정희 대통령은 동해 쌍용양회(시멘트)공장을 시찰한 뒤 북평 지역을 임해산업단지(지금의 동해항 일대)로 조성하고 삼척과 묵호를 배후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중요계획 수립 시마다 삼척·동해 시민들을 상대로 동서6축 고속도로 건설, 동해안 임해산업단지 조성, 동해안 철도 개설,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성된 것은 하나도 없다. 



    한편 국토기본법에 의거해 수립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1~2020)’에 따르면 동해안은 에너지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관광핵심 거점지로서의 비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고속도로 개통이 현실화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제천~삼척고속도로 건설은 강원도민, 특히 삼척·동해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4월 2일 강원경제인연합회 동해경제인연합회는 “동해·삼척~평택 간 동서고속도로 완성은 강원 남부지방의 최대 숙원사업이자 국가균형발전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간선도로망은 크게 남북축(남-북 노선) 7개, 동서축(동-서 노선) 9개로 구성돼 있다. 이 둘을 합한 16개축 고속도로의 총 길이는 5200km(남북 약 2870km, 동서 2350km) 정도 된다. 이 중 제천~삼척 구간은 동서6축에 속한다. 동서6축은 경기 평택(안중)에서 시작해 음성~제천~영월~삼척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로, 제천~삼척 구간이 아직 개통되지 못했다. 유일하게 완전 개통되지 못한 곳(제천~삼척 구간)이다.

    고속도로 나면 4조 원대 생산·부가가치 유발효과 가능

    평택~제천까지(127km) 구간도 1996년 국가 간선도로망 계획이 수립되고 20년이 다 된 2015년에야 비로소 개통됐다. 이제 나머지 절반인 제천~삼척 구간이 마지막 숙제로 남겨진 상황이다. 따라서 삼척시는 ‘빠른 시일 내 제천~삼척 고속도로를 개통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또한 이를 좀 더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제천~영월고속도로가 완공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삼척에서 먼저 고속도로를 만들어나가는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한다. 제천에서 영월로, 또 삼척에서 영월로 동시에 고속도로를 뚫어 동서6축 완성을 조기에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 용역 결과에 따르면 제천~영월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고속도로 수송 능력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남북축 고속도로의 수송능력은 65.6%인 반면 동서축은 34.4%에 불과하다. 평택~영월 간 고속도로로 열악한 동서축 수송능력이 보완되면 동해안의 동해·삼척항과 서해안의 평택항을 연결해 새로운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고, 대(對)중국 무역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동해항은 남북교류 협력시대를 대비해 경쟁력을 확보해놓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꼽힌다. 삼척시 관계자는 “본격적인 남북경협 시대가 열리면 향후 북한에서 생산되는 물자들을 동해항으로 실어와 평택항을 거쳐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제천~영월고속도로 건설 시 2조8637억 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1조1586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더불어 고용 창출 인원도 2만3494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제천~삼척고속도로까지 연장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18개 시·군 간의 통행시간도 현재보다 평균 최대 30분 내외로 단축될 전망이다. 동해에서 태백까지는 35분, 삼척에서 춘천·영월·화천·철원까지는 30분 정도 단축 가능하다. 충북, 충남(세종시 포함), 경기도 일부 지역까지는 최대 50분까지 운행 시간이 줄어든다.

    폐광지 살리려면 도로부터 있어야

    삼척의 대표 휴양시설로 꼽히는 대명쏠비치호텔&리조트.

    삼척의 대표 휴양시설로 꼽히는 대명쏠비치호텔&리조트.

    강원 남부에는 삼척을 비롯해 태백, 정선, 영월 등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된 폐광지 4개 시·군이 있다. 이 도시 모두 오직 믿는 건 ‘관광’뿐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그동안 회생의 기회를 찾기 힘들었다. 반면 동서6축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면 삼척 도계와 태백을 경유하게 돼 관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995년 정부는 피폐된 탄광지역의 경제 진흥을 위해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폐특법)’을 제정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해당 시·군에 ‘폐광지역진흥지구개발사업계획’을 확정해 탄광 지역의 기반시설 확충, 주거환경 개선, 대체산업 육성을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 지금까지 쓰인 돈만 4조9389억 원(강원랜드 설립 자금 2조2340억 원 포함)이다. 하지만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특히 폐특법은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해 삼척시로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삼척시는 고속도로 개통이 현실화되면 삼척이 강원도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양호 삼척시장은 지난해 7월 취임사에서 “삼척시를 지역별로 특화하고 문화예술상업, 해양문화관광, 생태산림으로 구분해 ‘삼척 3대 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삼척은 바다와 산, 동굴, 계곡 등이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시는 뛰어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펼쳐 삼척 전 지역을 관광공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일명 ‘3대(색) 관광벨트’ 프로젝트다.

    삼척, 412억 원 도시재생사업에 선정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장호항에 위치한 장호비치캠핑장(왼쪽)과 폐광지인 도계에 들어선 ‘도계유리나라’. [삼척시 제공]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장호항에 위치한 장호비치캠핑장(왼쪽)과 폐광지인 도계에 들어선 ‘도계유리나라’. [삼척시 제공]

    삼척시는 지난해 8월 31일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돼 4월 8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사업 활성화 계획을 최종 승인 받았다. 정라지구(정하동 100번지 일원) ‘SAM척! 아트피아 조성’과 성내지구(성내동 3-1번지 일원) ‘관동제1루 읍성도시로의 시간여행’이 그것이다. 두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국비 235억 원, 시비 177억 원으로 총 412억 원가량 된다. 

    ‘삼척 아트피아 조성’ 사업의 무대는 옛 세광엠텍 본공장과 삼표 제2공장이다. 여기에 빛과 어둠을 이용한 아트전시·미래상상체험전시·이색 놀이체험· 전시공연 공간 등이 만들어진다. ‘관동제1루 읍성도시로의 시간여행’은 적산가옥, 개화기 유물, 양화점 등을 정비해 천년의 역사를 지닌 죽서루와 근·현대 문화가 숨 쉬는 대학로를 잇는 사업이다. 

    삼척시가 조성 중인 3대 관광벨트는 ▲핑크벨트(Pink Belt) ▲블루벨트(Blue Belt) ▲골드벨트(Gold Belt)로 나뉜다. 거점별로 색다른 관광 루트와 먹거리, 특화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먼저 핑크벨트는 대명쏠비치호텔&리조트삼척(해안도로)~삼척항 일대(도시재생+관광)~죽서루(도시재생)로 관광루트가 이어지고, 블루벨트는 궁촌지구(레일바이크)~용화·장호지구(스카이바이크+케이블카)~신남지구(유람선·산책로)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골드벨트에는 도계·미로지구를 중심으로 산악생태 관광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계시가지(전두시장 등)~심포1지구(유리나라·피노키오나라)~심포2지구(미인폭포·높은터)로 이어지는데, 특히 미로지구는 금강송 힐링숲, 김익하의 장편소설 ‘소설 이승휴’를 테마로 한 공원이 조성될 계획이다. 그 밖에도 시는 3대 거점 벨트 내에서 바이오·해양·산림 치유 산업 등 시 고유의 특화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삼척시는 지난 2015년 경기·충북·강원남부권 12개 시군과 함께 ‘동서고속도로 추진협의회’를 발족했다.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간담회를 비롯해 정부부처에 지속적으로 동서6축 고속도로의 조기착공을 건의해왔으며, ‘삼척시 현안사업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시민들의 실질적인 의견을 모아왔다. 김대화 현안대책위원장은 “그동안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외받았던 삼척시민들이 하루빨리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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