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권재현의 심중일언

‘가인 김병로’ 펴낸 한인섭 서울대 교수

‘독립적 지식인’, 그 한국적 전범의 재발견

  • 권재현 기자 | confetti@donga.com

‘가인 김병로’ 펴낸 한인섭 서울대 교수

1/6
가인 김병로에 대한 ‘변호인적 이해’를 위해 집필기간 10년, 920쪽 분량의 방대한 전기를 펴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인과 동행하면서 20세기 대한민국 법조사를 정리했다”면서 자신이 집필한 책에 남겨진 가인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조영철 기자]

가인 김병로에 대한 ‘변호인적 이해’를 위해 집필기간 10년, 920쪽 분량의 방대한 전기를 펴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인과 동행하면서 20세기 대한민국 법조사를 정리했다”면서 자신이 집필한 책에 남겨진 가인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조영철 기자]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가 반(反)지성주의다. 이성보다는 ‘국민감정’이 앞서고, 양심보다는 ‘진영논리’가 더 중요하다. 근거와 논리를 따지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입각한 비판이 먼저고, 근거와 논리는 입맛대로 갖다 붙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의 양심에 근거하기보다는 ‘내편 네편’의 흑백논리에 입각해 ‘네편’이다 싶으면 쌍심지를 켜고 ‘내편’이다 싶으면 두둔하기 바쁘다. 그렇다 보니 ‘행동하는 양심’이란 표현에서도 방점은 ‘양심’이 아니라 ‘행동’에 찍히기 일쑤다. 


‘가인 김병로’ 펴낸 한인섭 서울대 교수
한국의 지식인은 이런 반지성주의 퇴치가 아니라 조장에 앞장섰다.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기 전향, 변절, 훼절한 지식인의 수가 얼마이던가. 또 민주화 이후엔 선거철마다 유력 후보의 캠프에 줄 서는 폴리페서는 왜 계속 늘어나는 것일까. 그 탓에 한국에서 지식인은 권력에 빌붙어 곡학아세를 밥 먹듯이 하는 기회주의적 속물 취급받기가 다반사다. 

광복 후 발표된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 속 주인공을 닮은 이런 인간군상이 왜 한국 지식인의 전형이 된 것일까. ‘독립적 지식인(Independent Intellectual)’의 전통이 취약해서다. 과거시험을 중시하는 유교문화권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식인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게다가 고질적 당파싸움으로 독립적 사유가 발붙일 곳은 더욱 없었다. 결정적으로 일제강점과 군부독재의 역사가 그 터전을 황무지화해버렸다. 

그럼 이 땅에서 독립적 지식인의 씨는 다 말라죽은 것일까. 아니다. 드물지만 존재한다. 일제강점기 항일변호사로 법정투쟁을 벌였고 해방공간에서 토지분배와 친일청산, 남북 통합을 주장한 사람. 그러면서 대한민국 법전 편찬을 진두지휘했고, 1948년 남한 정부 수립 이후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청렴 강직한 법관상과 사법부 독립의 초석을 쌓은 사람. 70세의 나이로 대법원장을 정년퇴임한 이후엔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 보루’가 된 사람. 가인 김병로다.


1/6
권재현 기자 | confetti@donga.com
목록 닫기

‘가인 김병로’ 펴낸 한인섭 서울대 교수

댓글 창 닫기

2018/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