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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참치·햄 등 캔 통조림은 전쟁의 산물

양철, 알루미늄, 레토르트…저장식품 용기 발전史

  • |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imtyio@gmail.com

참치·햄 등 캔 통조림은 전쟁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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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통조림 캔의 기원은 나폴레옹軍의 유리병조림
    ● ‘스팸’ 통조림 개발자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
    ● NASA가 레토르트 파우치 개발에 뛰어든 까닭
    ● 일제, 통조림 제조 목적으로 한국 수산물 수탈
    ● 간편식 열풍이 촉발한 저장식품 전성시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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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 빼놓고 다들 지루해하는 군대 이야기부터 하자. 20년 전 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2년 2개월간 복무했다. 군 생활 가운데 어느 하나 지겹지 않은 게 없었지만, 가장 지겨운 일은 야외 훈련이었다. 특히 얼굴에 위장 크림을 바르고, 모의 전투를 하는 게 제일 싫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잘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먹는 게 부실했다. 

훈련 때마다 몇 끼니를 먹어야 하는 ‘전투 식량’이 문제였다. 그때는 말라비틀어진 밥알을 물에 불려서 먹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 전투 식량 맛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지금은 사병 월급이 오른 만큼이나 전투 식량 맛도 나아졌을까? 아무튼 맛없는 전투 식량을 먹으면서 궁금했다. 왜 차라리 통조림을 하나씩 넣어주지 않는 걸까? 

놀랍게도 최초의 전투 식량은 통조림이었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쟁 영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가 등장한다. 나폴레옹은 타고난 군인이었다. “군인은 위장(胃臟)으로 전진한다.” 그는 군인을 먹이는 일이야말로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고 보았다. 그런데 전시에 군인을 잘 먹이는 일은 불가능하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통조림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통조림의 아버지, 나폴레옹

1795년, 나폴레옹은 군대를 먹이는 데 도움이 되는 먹을거리 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사비를 털어 상금을 준다고 선언했다. 상금으로 건 1만2000프랑은 당시 왕의 몸값에 해당하는 큰돈이었다. 당연히 한몫 잡아볼 생각에 여럿이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바로 이때 파리 동쪽의 작은 마을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니콜라 아페르가 나섰다. 

1804년, 연구를 거듭한 끝에 아페르는 고기나 채소를 오랫동안 보관할 방법을 개발했다. 유리병에 음식을 담고 나서 캔버스 천을 덮고 삶은 뒤 코르크 마개로 밀봉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하면 식품이 상하지 않아서 저장 기간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고온 세균 살균 덕분이었지만 아페르도 나폴레옹도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 이렇게 아페르가 개발한 ‘병조림’에는 심각한 단점이 있었다. 유리가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졌다. 당시 나폴레옹의 프랑스군과 전쟁을 치르던 영국은 철판에 주석을 입힌 양철을 개발한 터였다. 1810년, 영국 피터 듀랜드는 양철 용기에 식품을 넣고 밀봉한 다음 삶으면 유리병보다 값도 싸고 내구성 면에서 훨씬 낫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이때 말 그대로 ‘통조림’이 세상에 등장했다. 통조림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can’이나 ‘tin’은 모두 양철통을 뜻하는 ‘tin canister’에서 온 말이다. 이렇게 최초의 통조림을 개발한 사람은 영국의 듀랜드다. 하지만 통조림의 기원을 말하는 자리에서는 항상 듀랜드보다 병조림을 개발한 아페르와 그의 후원자 나폴레옹이 등장한다. 

이렇게 전쟁 중에 세상에 등장한 통조림은 20세기 초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더 발전했다. 이 시점에 등장한 통조림 음식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가 ‘스팸’이다. 통조림이 전투 식량을 넘어 세계 곳곳 보통 사람의 식탁을 차지하게 된 데는 스팸의 역할이 컸다. 

미국에서 정육업체를 경영하던 제이 호멜은 제1차 세계대전 때 의복과 식량 공급을 맡은 병참 장교로 프랑스에서 복무했다. 이때 호멜은 군인에게 먹을 만한 고기를 공급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당시 미군은 대서양을 가로질러 군인에게 고기를 대량 공급하는 일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이 경험을 염두에 두고 호멜은 전쟁이 끝난 뒤 여러 형태의 고기 통조림 개발을 시도했다. 가장 성공작은 1936년에 나왔다. 그는 잘 팔리지 않는 돼지고기 어깨 살을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 일단 뼈를 발라낸 조각난 어깨 살에다 햄을 만드는 돼지고기 뒤쪽 넓적다리 살을 섞어서 갈았다. 여기에 물과 소금을 넣으니 분홍색 반죽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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