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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 체험

명함 안 주고 화장지 대신 손수건 사용

  • | 서지민 고려대 교육학과 4학년 jmsuh95@naver.com

‘제로 웨이스트’ 체험

  • ● 치약은 가루, 칫솔은 대나무
    ● 4년 배출 쓰레기 500㎖뿐
    ● 대형 마트에 비닐봉지 줄이라 요구
    ● 재활용 대란…달라져야
[동아DB, shutterstock]

[동아DB, shutterstock]

배민지(29) 씨의 하루는 수돗물을 받아 물을 끓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사 먹지 않기 위해서다. 샤워할 때는 비누만 사용한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샴푸, 린스, 보디워시는 찾아볼 수 없다. 

칫솔은 대체품을 찾지 못해 계속 사용한다. 대신 유리병에 담긴 가루치약으로 플라스틱 튜브에 담긴 일반 치약을 대체했다. 또, 집에서는 화장지 대신에 손수건을 쓴다. 물로 씻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집을 나설 때 꼭 챙기는 3종 세트는 작은 주머니, 텀블러 그리고 개인 수저다. 

배씨는 쓰레기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생활 방식인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zero-waste lifestyle)’을 실천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은 재활용해 매립-소각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올 초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매거진 ‘쓸(ssssl)’을 발행했다.


“김밥 터지는데…”

서울 새활용 플라자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일반 종이 명함 대신 자투리 나무에 자신의 이름, 연락처, e메일 주소를 판 도장을 보여줬다. 상대방의 이면지나 수첩에 명함도장을 찍어주며 자신을 소개한다고 한다. 

점심을 먹을 때도 포장음식이나 배달음식은 지양했다. 야근할 때는 포장해 오기도 하지만 보통 음식점에 통을 들고 가서 받아오는 식이다. 그는 “음식점 직원이 ‘김밥 이렇게 가져가면 터지는데’라며 통에 잘 안 담아주려 하고 단무지가 비닐봉지에 싸여 있기도 하다”면서 쓰레기 줄이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사무실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 머그잔을 준비해야겠다며 고민하는 그였다. 

미국 뉴욕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온 로런 싱어(Lauren Singer)가 4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는 약 500㎖ 유리병 하나에 다 담긴다. 뉴욕대에서 환경 공부를 하던 그는 학생들이 포장해 온 음식을 먹은 후 비닐봉지, 플라스틱 용기, 플라스틱 포크, 페트병을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것을 보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중국이 폐비닐, 폐플라스틱 수입을 거부하고 국내 업체가 수거를 중단하면서 ‘재활용 대란’이 이어졌다. 수거가 재개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쓰레기 문제는 우리 사회를 위협한다. 한국의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63개국 중 두 번째로 많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기업과 개인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누구나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안 쓰는 비닐봉지 한 장, 플라스틱 컵 하나로 인한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편리함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혼자 노력한다고 무엇이 바뀔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최소한을 쓰고 어쩔 수 없이 나온 것을 최대한 재활용하려고 노력한다. 배씨는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했다. 

제로웨이스트 식료품점인 ‘더 피커’의 매니저 송수니(28) 씨는 플라스틱 통에 담긴 폼클렌징 대신 세안 바를 이용해 세수한다. 이를 닦을 때는 3개월 안에 생분해되는 대나무 칫솔을 쓴다. 폴란드에서 온 유학생 마우고자타 시비에르츠니스카(27) 씨는 샴푸 바와 컨디셔너 바를 사용해 머리를 감았다. 베이킹소다, 코코넛 오일, 페퍼민트 오일을 넣어 치약도 만들었다.


생리컵과 면 생리대로 대체

블로거 ‘소일’ 김모 씨는 2016년 9월부터 다양한 제로 웨이스트 일상을 쓰고 있다. 소일 씨는 필자에게 “화장지와 생리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쓰레기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화장지 대신 소창 손수건을 쓰면서 매일 마흔 칸의 화장지 쓰레기가 사라졌다. 일회용품인 일반 생리대를 대신해 생리컵이나 직접 만든 면 생리대를 쓴다. 

배민지 씨는 길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도 받지 않는다. 각종 고지서는 온라인으로 받아본다. 택배 상자 안의 비닐봉지와 뽁뽁이도 문제인데, 그래서 택배를 시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할 때 소일 씨는 “에어캡이나 비닐 포장 대신 종이 포장으로 부탁드립니다”라는 배송 메시지를 적는다. 대부분의 업체가 잘 들어준다고 한다. 

장보러 갈 때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포장을 대체할 천 주머니나 용기를 챙겼다. 그럼에도 소일 씨는 “역시 가장 힘든 부분이 마트 장보기”라며 “거의 모든 가공제품은 이미 포장된 상태로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형 마트와 편의점에서 포장 폐기물 없이 장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과일, 채소마저 비닐봉지에 싸여 있고 가격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얼마 전 시비에르츠니스카 씨는 플라스틱 용기를 챙겨 근처 대형 마트로 향했다. 고객센터에 “들고 온 용기에 반찬을 담아가도 되는가?”라고 질문했다. 개인 용기로 장보는 시스템이 없었기에 고객센터 직원들을 포함해 총 일곱 명의 직원이 회의를 했고 이들은 “직원을 대동하고 장을 봐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포장재 없는 재래시장 자주 찾아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포장재 없이 음식을 파는 재래시장을 자주 찾는다. “한국 사람들은 위생을 생각해 비닐봉지에 굳이 한 번 더 담아준다”고 시비에르츠니스카 씨는 전한다. 그가 대형 마트 고객센터에 질문한 지 2주 정도 지난 후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한 사람의 행동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일 씨의 주변 사람들도 처음엔 “너무 유난”스럽다고 했지만 이젠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계산대에서 “영수증 됐어요”라고 말하면서부터 영수증 사용량이 줄었다. 배씨는 “사람들이 마트 계산대에서 ‘비닐봉지 됐어요’라고 하면 분명 비닐봉지 사용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 송수니 씨는 “기업이 친환경 포장재를 고민해야 한다. 못하면 소비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패키지 브레이커스(Package Breakers)’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장을 본 후 발생한 포장폐기물을 마트에 버리고 오는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선 여유가 느껴졌다. 송씨는 “텀블러를 챙겨 외출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하게 생각한 일상을 당연하지 않은 시선으로 보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가 쉬워질 것”이라고 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수강생이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신동아 2018년 6월 호

| 서지민 고려대 교육학과 4학년 jmsuh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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