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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학교-집 오가는 데 3시간

‘프로통학러’의 고충

  • 유형석 고려대 4학년, 박승혁 고려대 4학년, 키호 모치주키 고려대 3학년

학교-집 오가는 데 3시간

  • ● 수업시간보다 통학시간 더 길기도
    ● 정시에 지하철 타도 지각 일쑤
    ● “수도권에서 대학 다니기 힘들어”
학교-집 오가는 데 3시간
수도권에 거주하는 많은 직장인이 장거리 출퇴근의 힘겨움을 감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도권에서 장거리 통학하는 대학생들의 고충은 특별히 조명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장거리 통학이 청년실업 대란과 저임금으로 상징되는 대학생들의 삶의 질을 더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장시간 통학과 더불어 학교 생활, 취업 준비,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며 힘든 하루를 보낸다.


#통학러는웁니다

최근 장거리 통학 대학생을 지칭하는 프로통학러(전문적이라는 뜻의 professional의 pro, 통학, 행위자를 뜻하는 er)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통학시간이 15분 미만 대학생은 ‘통린이(통학생+어린이)’로, 1시간 반이 넘어가는 프로통학러는 ‘외교사절단’으로도 불린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엔 대학생들이 #프로통학러, #프로통학러의길, #통학러는웁니다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 글·사진 게시물이 많다. 

프로통학러들은 보통 학교에서 집까지 왕복 3시간 정도, 심하면 4시간 이상 지하철이나 버스로 통학하지만 듣는 수업은 두세 과목에 그친다고 말한다.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 낭비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재학생 최모(24) 씨가 자신의 집과 가장 가까운 송내역에서 학교까지 가는 데엔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최씨는 “시간을 그냥 버리는 것 같아서 아깝다. 물론 공부도 시도해봤지만 출근시간엔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치이기 때문에 공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프로통학러 상당수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자면서 긴 시간을 보낸다. 이 때문에 이들 중엔 스마트폰 중독자도 많다.


“수업 시작 전 녹초”

3월 5일 오전 인천시청앞에서 시민들이 서울행 광역버스에 승차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김영국 채녈A 스마트리포터]

3월 5일 오전 인천시청앞에서 시민들이 서울행 광역버스에 승차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김영국 채녈A 스마트리포터]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거주하는 고려대 국제학부 재학생 정모(여·24) 씨는 “수업 한 과목 들으러 1시간 30분 동안 서서 전철을 타는 것이 서럽다. 한번은 학교에 거의 다 와서 휴강 문자를 받았는데, 속이 상했다”고 했다. 정씨도 “통학하는 동안 책을 읽거나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방해 요소가 많아 포기했다”고 했다.
 
통학러들은 많은 사람 사이에 끼여 장시간 시달리는 데 따르는 신체적 피로를 호소한다. 고려대 국제학부에 다니는 대만인 유학생 유모(24) 씨는 거주지인 인천에서 서울 안암동까지 37개 정거장을 지나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너무 많아 앉아서 간 적이 거의 없으며 9시에 시작하는 1교시 수업을 듣기 전부터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유씨는 “집중력도 저하되고 하루의 시작이 고달프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점도 통학러들의 피곤함을 더한다. 학교 근처에 사는 학생들은 1교시 수업을 위해 오전 8시에 일어나도 여유롭게 아침까지 먹고 등교한다. 반면 장거리 통학생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도 수업시간을 맞추려면 간당간당할 때가 많다.


“여유 있게 나와도 지각”

프로통학러인 성신여대 경영학과 재학생 정모(여·25) 씨는 “오전에 수업이 있는 날에는 아침밥과 잠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씨는 “아침을 거르고 얼른 씻고 나와도 강의실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기 때문에 아침은 사치”라고 했다. “전날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 환승역을 놓친 일도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프로통학러들이 특히 억울해하는 점은, 제때 지하철을 타고 가더라도 결국 수업에 지각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재학생 정모(21) 씨는 수도권 지하철이 평소엔 도착 예정 시각을 잘 준수하는 편이지만 이용자가 몰리는 출퇴근시간대에는 여러 변수가 나온다고 설명한다. 정씨는 “여유 있게 나왔지만 지각한 경우가 여러 번 있다”고 했다.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재학생 이모(24) 씨는 거주지인 경기도 화성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2시간 걸쳐 통학한다. 이씨는 최근 오전 10시 30분 시작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 넉넉하게 오전 8시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날따라 무슨 일인지 이씨 앞에 120명이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버스 3대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탔고 결국 지각했다. 버스를 포기하고 택시를 잡을까 고민도 했지만 택시비가 엄청 나오는 데다 택시가 더 빨리 간다는 보장도 없었다”고 했다.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내려야 하는 역에 못 내려 지각하는 프로통학러도 적지 않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재학생 김모(여·24) 씨는 “강남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내려야 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내 앞을 꽉 막고 있어서 내리지 못했다. 그 후로는 일찌감치 지하철 안에서 출입문 쪽으로 조금씩 이동한다”고 했다. 

프로통학러들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통학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므로 남들처럼 밀도 있게 공부하기 어렵다. 저녁 모임을 할 때도 대중교통이 끊기는 시간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자취? 꿈도 못 꿔”

사정이 이러니 수많은 프로통학러는 학교 부근에서 자취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프로통학러에겐 그림의 떡이다. 가장 큰 이유는 서울시내 대학가 월세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혜화동, 연희동, 안암동 등의 평균 원룸 월세는 50만~60만 원을 상회한다. 대개 보증금도 1000만 원 이상이다. 고정 수입원이 없는 대학생이 스스로 충당하기 어렵다. 결국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데, 수도권에 거주하는 프로통학러의 부모 중 이런 여력이 되는 사람이 그리 많진 않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재학생 김씨는 “요즘 대학가 원룸 보증금과 월세가 너무 올라서 자취하는 학생들도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재학생 최씨는 “비용 문제 때문에 부모에게 방을 내달라고 요구하기 힘들다”고 했다. 

자취의 대안으로는 학교 내 기숙사 입사가 우선 꼽힌다. 그러나 이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학생은 너무 많고 수용 규모는 턱없이 작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교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15% 선에 그친다. 서강대 경제학과 재학생 윤모(25) 씨는 “학교 기숙사의 방이 부족해 학번이 높은 학생들은 신청이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에다 학점 제한까지 있어 들어가기 힘들다”고 했다. 또한 고려대 국제학부 재학생 정씨는 “기숙사 방이 비수도권 지역에서 온 학생들에게 우선 배정된다. 수도권의 프로통학러는 기숙사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숙사를 더 지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서울시내 대학들은 인근 하숙집·원룸 주인들의 반대로 기숙사 신축에 어려움을 겪는다. 기숙사 수용률이 10%대인 고려대는 2013년부터 개운산 인근에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으나, 환경보호 등의 이유를 앞세운 반대로 인해 진척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통학러들을 위한 대안으로 통학버스도 고려된다. 비수도권 소재 여러 대학은 통학버스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소재 대학 중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학교는 한양대 등 소수에 그친다고 한다. 통학버스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은 게 주된 이유다. 한 서울시내 대학교 재학생은 “학교 측이 셔틀버스를 잠시 운영하다 수요 부족을 이유로 폐지했다”고 말했다.


해외 대도시 대학에도 프로통학러 있나?

서울 시내 한 대학가 벽면에 월세 전단지들이 붙어 있다. [동아DB]

서울 시내 한 대학가 벽면에 월세 전단지들이 붙어 있다. [동아DB]

그렇다면 해외 대도시 소재 대학들은 우리나라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장거리 통학 문제를 안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한국의 프로통학러만큼 고생하는 해외 대학생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학교들은 학생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 주요 20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37% 정도에 이른다. 미네소타대 트윈시티캠퍼스 공중보건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김모(32) 씨는 “미국 대학은 기숙사에 많은 학생을 수용한다. 학생들의 부담도 덜한 편이다. 여러 명이 하나의 집을 임차해 공동으로 생활하는 셰어하우스도 발달돼 있다”고 했다. 

임대료가 비싼 영국의 대학가에선 셰어하우스가 보편화돼 있다. 영국 에든버러에 교환학생으로 체류한 고려대 국제학부 재학생 남모(여·24) 씨는 “보통 학생 4명이 학교 주변 한집에서 거주한다”고 했다. 독일에선 국가가 대학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해주려 애쓴다. 독일을 다녀온 몇몇 학생은 “베를린 시내 곳곳엔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지어져 있고 비용도 상당히 저렴하다”고 말했다. 

프로통학러들은 복지 차원에서 자신들의 문제에 접근해달라고 요청한다. 홍익대 경영학과 재학생 홍모(24 )씨는 “장거리 통학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퇴근시간대에 지하철과 광역버스의 배차를 늘려주고 대중교통 시스템을 좀 더 획기적으로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재학생 한모(여·24) 씨는 “경기도학사나 화성시학사 같은 지자체가 제공하는 기숙사 시스템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Writing in Journalism (영어강의·담당 허만섭 신동아 기자)’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


신동아 2018년 7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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