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명사에세이

여름 힐링 바캉스

내 인생을 영화처럼

  • | 윤대현 서울대 의대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름 힐링 바캉스

여름 힐링 바캉스
우리는 모두 영화를 찍고 있다, 영화 제목은 ‘내 인생’.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따로 연기 학원을 다닐 필요는 없다. 정말 내 인생이기에 내 캐릭터에 몰입해 주인공 시점에서 매일을 살면 된다. 

영화 주인공이 자신의 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일까. 영화를 찍을 때는 불가능하다. 주인공 시점이기에 당연히 주관적인 느낌에 더 사로잡히게 된다. 영화를 다 찍고 시사회 날에 관객의 위치에 섰을 때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영화, 그리고 영화 속 자신의 연기를 바라보는 시점을 갖게 된다. 

우리도 가끔은 내 인생이란 영화를 주인공이 아닌 관객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지쳤던 마음에 좋은 에너지가 훅 찾아 들어온다. ‘마음 충전’이 일어난다. 

정신의학에선 관객의 시점에서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행위를 ‘관찰자적 자아(ego)로 자신을 바라보기’라 한다. 심리치료를 할 때 ‘관찰자적 자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료자는 환자의 실제 자아와 관찰자적 자아를 동시에 만나면서 감정의 여러 흐름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치료 횟수가 늘어나면서 환자는 조금씩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관찰자적 자아의 힘이 커지게 되면서 복잡하게 얽힌 내 마음 안의 문제, 타인과의 문제를 한결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심리치료 상황이 아니라도 지친 마음의 충전을 위해서라도 관찰자적 자아로 자신을 바라보는, 즉 관객의 시점에서 내 인생을 바라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관찰자적 자아 갖기

아무리 얼굴이 편해 보여도 사람은 항상 몇 가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번 고민만 해결하면 편한 세상이 오겠지’하고 생각하지만 한 가지 고민을 해결하면 얼마 있다가 또 새로운 고민이 터지는 게 인생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주인공인 ‘내 인생’이란 영화의 삶은 다들 만만치가 않다. 밝은 영화가 아닌 힘들고 어두운 영화의 주인공으로 스스로를 느끼기 쉽다. 

그런데 관객의 처지에서 내 인생을 바라보면 조금 달라진다. ‘인생이 빡세고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한발 물러나 보니 좋은 일도 많았네’라는 식으로 긍정적인 면이 보인다. 나아가 ‘내 인생만 힘든 줄 알았더니 원래 인생이 다 이렇구먼’ ‘그래 인생이라는 것이 원래 출렁거림이 있는 것이었어’ ‘나만 힘들고 괴로웠던 것은 아니야, 힘을 내보자, 아자!’처럼 철학적 사고의 성숙이 일어난다. 마음 측면에서 이야기하면 마음의 기대치가 확 떨어지고 소탈한 감성이 밀려온다. 이 모두가 객관적 시각이 가져다준 현상인데, 이때 사람들은 안정을 찾는다. 

‘이번에 등수를 2등 올리겠어’ ‘일의 효율성을 50% 올리겠어’라는 다짐처럼 마인드 컨트롤, 즉 ‘마음 조정’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높은 기대치가 효율적이다. 하지만 긍정성을 생산해내는 ‘마음 충전’ 차원에선 기대치를 떨어뜨리는 게 보다 효율적이다. 열심히 살면서도 덜 지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 조정’의 기대치는 높이고 ‘마음 충전’의 기대치는 낮추는 것이다. 작은 성공에도 큰 만족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마음 충전의 기대치 낮추기

마음 조정의 기대치를 올리기는 쉽다. ‘이번에 꼭 1등을 할 거야’라고 생각하면 목표치가 그렇게 세팅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마음 충전을 위해 기대치를 낮추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예를 들어 기대치를 이 정도까지 낮출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긍정성은 마르는 날 없이 항상 넘칠 것이다. ‘아침에 건강하게 눈을 떠 하늘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 내 인생은 짱’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문제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해도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긍정성을 만드는 마음 충전 기술은 마음 조정과 달리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긍정성은 내 마음속 깊은 곳의 무의식 영역에서 샘솟는 것이기에 논리적 언어가 아닌 꿈처럼 복잡한 상징과 은유의 예술적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언어로 접근해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 불면증에 걸린 아내가 들으면 제일 짜증 나는 남편의 이야기가 ‘마음 편히 먹고 자’란 이야기라 한다. 마음 편히 먹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 감정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으면 정신과 의사란 직업은 아마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늘은 일이 많으니 약간 조증 상태에서 활기 넘치게 해봐’ 식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면 굳이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정신과를 찾을 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마음의 기대치를 낮추어 긍정성을 샘솟게 할 것인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내 삶을 관객의 위치에서 볼 때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럼 어떻게 내 삶을 관객의 위치에서 볼 것인가. 

관객의 위치에서 나를 진정으로 바라보려면 자연, 문화와 접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 인생을 관객의 위치에서 보는 현상이 일어난다. 우리 마음에는 영상을 비춰주는 빔 프로젝트가 한 대 장착돼 있다. 나를 저 먼 곳에서 쏘아 비출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지치고 힘들 때 조용히 하늘을 보고 걸으면 내가 하늘을 보는 것 같지만 하늘에 나를 비추어 하늘에서 나를 보는 현상이 무의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내가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 영화, 책, 음악, 미술을 즐기다 보면 그 콘텐츠에 나를 투사해 그 쪽에서 나를 보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기대치가 떨어지며 소탈한 감성이 찾아오게 된다.


힐링은 자연스럽게

힘들고 지쳤을 때 무작정 걷고픈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무작정 하늘을 보며 주변을 보며 걷다 보면 고민거리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마음에 다소간의 충전이 일어나면서 ‘그래 힘내서 다시 열심히 살아보자’하는 에너지와 철학적 성숙이 찾아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힐링도 마치 숙제를 하듯, 자기 계발을 하듯 접근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슬프다. 자연, 문화를 있는 그대로 즐길 때 힐링을 느끼는 것은 우리 인간이 창조될 때부터 그 자체를 즐길 때 삶의 기쁨을 느끼도록 설계됐기 때문이 아닐까. 

기쁨, 행복, 힐링, 마음 충전 모두 마음의 반응이다. 반응을 목표로 삼으면 인생이 다 숙제가 되어 버린다. 숙제처럼 열심히 인생을 살다가도 잠깐 짬을 내어 내 마음에 기쁨이란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을 줄 때 자연스럽게 행복과 힐링이 찾아오게 된다. 이번 여름엔 내 인생을 감상하는 힐링 바캉스를 계획해보자.


여름 힐링 바캉스

윤대현
● 1969년 출생
● 서울대 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의학박사)
●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저서 :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 ‘윤대현의 마음 성공’ ‘마음 아프지마’ 등


신동아 2018년 8월 호

| 윤대현 서울대 의대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목록 닫기

여름 힐링 바캉스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