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호

갤러리 산책

더 뮤즈, 김향안의 이야기Ⅱ Timeless

김환기展

  • 글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 사진제공 · 환기미술관

    입력2016-12-21 14: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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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40길 63 환기미술관● 일시2016년 10월 28일~2017년 1월 15일 ● 관람료성인 6000원, 일반 단체(20인 이상) 5000원, 학생·경로 4000원● 문의02-391-7701




    미술관, 어쨌든 문을 열게 되었다. 완전히 무에서 시작한 미술관. “나는 뭐 죽어서 묻히는 것은 아무데서 묻혀도 괜찮아!”…그러나 ‘내 작품은 내 나라에, 서울에, 보내고 싶은’ 그 마음을 알기에, 집을 짓고 이사가는 기분으로 미술관을 시작했다. -김향안


    손만둣집이 유명한 자하문 근처엔 숨은 보물이 있다. 그곳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보물’은 1992년 11월 들어선 한국 최초의 사설 개인 미술관인 환기미술관이다. 김환기(1913~1974) 화백의 부인 김향안(1916~2004) 여사가 세웠다.

    이화여전 출신의 문필가 김향안은 1936년 천재 문학가 이상과 결혼했지만 이듬해 사별했고, 1944년 김환기와 재혼해 예술 여정의 동반자가 됐다. 남편이 사망한 다음 해부터 파리를 중심으로 환기재단을 시작했고, 김환기의 예술 세계를 알리는 한편 작가들을 지원했다. 김환기의 65세 생일을 기념해 1978년 미국 뉴욕에서 환기재단을 공식 출범하고, 1979년 미 연방 정부에 등록한다. 남편의 작품을 전시할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1989년 서울로 돌아온 그는 마침내 생의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도심 속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곳을 둘러보길 권한다. 환기미술관은 거대한 미술관처럼 많은 작품을 품고 있진 않지만 그 덕에 관람객은 여유롭게 다양한 앵글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김환기 작품을 보는 부인의 ‘애틋함’ ‘간절함’이 읽힌다. 작품 아래와 건물 벽, 기둥에 부인의 단상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문외한도 공간의 여백 속에서 김환기를, 반려자의 의미를 짐작하게 된다. 특히나 김환기의 동반자가 쓴 이 글귀는 김환기의 작품만큼이나 여운을 남긴다.



    비트라유는 중세기 종교 문화로서 발달한 성당의 장식으로 유리에 그림을 그린 색유리,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의 비트라유를 제일 아름다운 것으로 친다. 사르트르 성당의 것들과 같이. 나는 미술관을 만들면 수화(김환기의 호)의 작품으로 꼭 비트라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를 시키나? 물론 발달한 고장의 장이(artisan)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겠지만 오리지널을 한 샘플로 남기고 싶었다. (…)

    사람들이, 특히 작가들이 비트라유가 참으로 좋다고 감탄을 한다. 나도 바라보고 섰으면 그 아름다운 선들이 울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 걸러진 상태를 보고 싶어 했는데 나의 게으름으로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보여주지 못한 것을 사과한다. 수화는 “내가 죽고 나서라도 눈 있는 사람이 와서 내 그림을 볼 때 인정할 거라고” 자신만만했다. 그 눈 있는 사람은 실로 늦게야 나타났다. -김향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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