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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버리고 심대평 카드로 권토중래

마지막 ‘3김’ JP의 청사진

  • 글 : 장덕수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 dsjang@kmib.co.kr

이인제 버리고 심대평 카드로 권토중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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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민주연합은 우리 정당사의 아이러니다.”
  • 김종필 총재(JP)가 2003년 3월31일 자민련 8주년 기념사에서 지적한 말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는 비교도 안 되는 국회의원 11명의 미니정당인데도 연륜은 가장 오래됐으니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 스스로를 낮추는 말 같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 이 말 속엔 “내년에도 계속 생존해 남겠다”는 각오가 배어 있다.
이인제 버리고 심대평 카드로 권토중래
자민련은 최근 원철희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금쪽 같기만 한 의석이 한 석 더 줄었다. 소위 DJP공동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초 55석이었던 것에 비하면 5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1998년엔 당 사무처 직원도 2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16대 총선 직후 100여 명으로 줄더니 지난 3월 2차 구조조정 후 현재는 30여 명만 남아 있다. 3년 전 공동정권의 한 축으로 중부권 수권정당 비전을 호언하던 자민련은 잊혀져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17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요즘 이 오래된 정당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자민련과 충청권을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정계개편이라는 태풍의 상륙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도 자민련의 현 상황과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민련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두 가지 풍경이 있다. 우선 기자실이다. 자민련 출입기자 대부분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함께 맡고 있다. 말하자면 자민련은 다른 일 하다가 시간 나면 가끔 전화하거나 들르는 곳이 됐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대다수 언론사들이 출입기자를 철수시킬 때도 연합뉴스는 자민련 전담기자를 뒀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정국이 시작되자마자 연합측도 출입기자를 뺐다. 더욱이 충청권의 지역신문들마저 자민련 전담기자를 두고 있지 않다. 많을 때는 수십 명의 출입기자들로 붐비던 자민련 기자실은 요즘 언제나 텅 비어 있다. 먼지도 많지 않다.

두 번째 풍경은 서울 마포 당사 내의 적막한 선거관련 부서들이다. 자민련은 4·24 재보궐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되는 3곳 모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2003년 4월 JP를 진노케 한 작은 사건이 있었다. 4·24 재보궐선거 후보등록이 끝난 다음날 경기도 고양시 덕양갑에 출마한 하나로국민연합 후보와 선대위 사람들이 자민련 마포 당사를 찾아왔다가 내쫓긴 것이다. 하나로국민연합은 자민련 전 총재였던 이한동 의원이 대선 출마 때 만든 정당으로 최근 자민련과 통합설이 나오긴 했다.

인사차 각 사무실을 돌면서 이들은 “자민련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으니 이웃 사촌격인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환영한 일부 당직자도 있었지만 결국 ‘열 받은’ 몇몇 당직자들이 그들에게 “나가라”고 한 것이다. 나중에 보고를 받은 JP는 “누가 그런 놈들을 (당사에) 드나들게 했어”라고 버럭 화를 내며 경위조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젊은 당직자는 “국회의원 후보조차 낼 힘이 없다면 간판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탄식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당은 연일 침통한 분위기인데 JP만큼은 회춘을 한 듯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발걸음이 가볍다. 골프광인 JP는 “아주 공이 잘 맞아. 휭휭 날아가”라는 말도 한다. 기분이 좋을 때 하는 말이다.

JP, “요즘 공이 잘 맞아”

JP가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말쯤. 청와대 만찬에서 돌아온 뒤 기분이 좋아졌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그러다가 4월2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연설, 다음날 한나라당 하순봉 최고위원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JP의 얼굴은 더 활짝 폈다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17대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 내각의 구성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말한 것이나 하최고위원이 “권력집중의 폐해를 막고 국정혼란과 국론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모색할 때”라고 주장한 것을 JP는 내각제 개헌을 위한 정계개편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내각제 개헌에 대해 현재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JP가 자민련 총재직을 유지하고 정치권 안팎의 은퇴요구를 당당히 물리칠 수 있었던 유일한 명분이 내각제인데 그 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JP의 기분은 좋아졌다는 것이다. 함량미달 평가를 받았던 노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은 살 길 막막했던 JP와 자민련에겐 구원의 빛 한줄기 그 자체였다.

JP는 4월7일 자민련 담당 기자들을 불러 점심을 샀다. 그 전에는 “할 말 없다”는 이유로 기자들과의 티타임조차 피했던 그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식사 도중 남녀간의 스킨십에서부터 봄 날씨, 골프, 술 얘기를 늘어놓던 JP는 마지막에 내각제 문제를 꺼냈다. “내 소원은 내각책임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내각제의 형태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겠다”고 덧붙였다.

JP는 또 “노대통령이 청와대 만찬에서 내각제 개헌을 먼저 제의했다”고 했다. 이어 “국회에 팀을 만들어 우리나라에 정말 좋은 정치질서가 무엇인지를 찾자”는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내각제가 언제쯤이나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JP는 함박 웃으며 “그동안 기자들을 안 만났는데 이제는 조금 운이 떨어지고 기운이 보이기 때문에 만나자고 한 거야. 앞으로 자주 보자”라며 특유의 선문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JP는 요즘 가는 곳마다 내각제 개헌 가능성을 언급한다. 내년 17대 총선에서 자신이 책임지고 자민련의 재건을 이루어내겠다고도 호언한다. JP는 이를 “정치인생의 마지막 견마지로”라며 특히 충청권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흥미 있는 대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연설이나 발언이 읍소에 가까웠는데 요즘엔 목소리가 당당해졌다는 점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창당 당시 의석(50석)을 회복하고 제3당으로 정계개편에 참여, 내각제 개헌을 이루어내겠다고 한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재건에 베팅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아예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꽤 된다. 그러나 정치라는 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종합예술이어서 그런지 요즘 이해가 안될 정도로 자민련의 진로를 놓고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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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덕수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 ds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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