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列國志 兵法 ⑫

전국시대의 영재, 오기(吳起)의 생애

자존·공명·결단의 야심가, 중상모략에 무너지다

  • 박동운 언론인

전국시대의 영재, 오기(吳起)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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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어느 날, 갑자기 고향에서 인편으로 속달이 왔다. 노모가 별세했다는 소식이었다. 오기는 비통에 잠겼다가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의 혼잣말이다.

‘고향을 떠날 적에 노모 앞에서 맹세하지 않았던가. 외국에 가서 대신이나 재상이 되기 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그러니 돌아갈 수 없다. 결심은 강해야 한다.’

오기는 아울러 자신이 죽인 동년배 연고자들의 보복 가능성도 감안했을 것이다. 오기는 슬픔을 딛고 독서와 연구에 몰두했다. 스승인 증자가 그 사연을 알고 오기를 불러 고향에 가서 모친상을 치르고 오라고 엄명했다. 유교에서는 효도가 으뜸 윤리다. 하지만 오기는 따르지 않았다. 분노한 증자는 오기를 파문하고 축출했다.

오기는 비통과 비난으로 더욱 고독해졌으나, 더 분발하여 병법 서적과 서류에 파묻혀 연구에 몰입했다. 유학과 멀어진 것을 기회로 법가(法家)의 통치술을 폭넓고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때를 기다리며 준비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드디어 애타게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와 오기를 향해 미소 짓기 시작했다. 비상시국에 즈음하거나 위기의식이 팽배하지 않고서는 어느 군주도 오기와 같이 경력상 문제가 있는 영재를 즉각 발탁하기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웃 제나라가 군대를 동원해 노나라를 침공해왔다. 삽시간에 3개의 성을 탈취했는데 노군은 연전연패했다. 병사들의 질에는 별 차이가 없었으나 사령관이 문제였다. “공자 왈”이나 되뇌며 ‘논어’만 읽던 노나라의 평범한 선비들은 제군을 막아내지 못했다.

위기에 처한 노나라 목공(穆公)이 이때 주목한 사람이 바로 오기였다. 지능이 뛰어나고 병법 소양이 풍부하다는 세평이 자자한 데다 오기는 성격과 풍채도 군인다운 특징이 있었다. 목공은 즉각 오기를 장군으로 임용하려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오기의 아내가 제나라 고관의 딸이라니 어느 나라 편이 될지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오기는 그 소식을 전해 듣고 깊은 고뇌에 빠졌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와 자신의 뜻을 펴고 돌아가신 어머니 앞에서 한 맹세도 지킬 참인데, 아내의 출신지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됐으니…. 정신착란이라도 일으킨 듯 고민에 잠긴 오기는 넋을 잃은 상태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만다. 그러나 자신의 공명심 때문에 무고한 아내를 죽인 행위는 어느 나라의 도덕도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하여튼 노나라 목공은 안보가 위급한 데다 다른 대안도 없으니 오기를 장군으로 임명했다. 전선으로 달려간 오기는 상황을 파악한 뒤 침착하게 작전을 짰다. 우선 적 진영에 특사를 파견해 ‘약소국의 병력으로는 귀군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니 평화를 위한 담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적군의 거만함을 조장하고 방심을 유도한 것이다. 동시에 노군의 전투대형을 바꿔 우익과 좌익에 걸쳐 정예부대를 배치하는 한편, 중앙에 노약자 부대가 모여 있게 했다. 적의 주력을 중앙으로 유도하면서 노군은 측익으로부터 맹공을 개시했다. 결과는 노군의 대승과 제군의 참패로 판가름 났다.

이에 앞서 오기는 그동안 연전연승을 자랑하던 제군의 관용 전법을 연구해뒀다. 본시 인간은 지난날 성공의 비결이라든지, 승리를 이끈 전법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법이다. 노군 사령관의 교체라는 조건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기는 그러한 적군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 대승을 거둔 셈이다.

급기야 노나라는 모든 실지(失地) 회복에 성공했고, 오기의 명성은 삽시간에 천하를 진동시켰다. 하지만 오기는 노나라에서 중용되지 않았고, 도리어 악질적인 중상과 간휼(奸譎)한 참언에 휩싸이게 됐다. 목공을 에워싼 측근의 소인배들이 경쟁적으로 중상과 참언을 일삼았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오기는 장군이 되고자 무고한 아내를 죽인 비정한 사내이니, 어찌 앞날의 충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원래 노나라와 위나라는 형제국으로 친목관계를 유지해왔는데, 만약 우리 노나라가 오기를 중용하면 위나라와의 관계가 파탄에 이를 것이다 ▲오기를 중용해서 거듭 성공하면 다른 제후국의 질투심과 경각심을 자극하게 되어 그들이 앞을 다퉈 침범해올 것이다.

위(魏)에 바친 충성과 하서(河西) 통치

노나라 목공은 이러한 소인배들의 중상모략에 현혹돼 오기를 불신하고 냉대했다. 이러한 상황을 직시한 오기는 노나라에 더 머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는 탈출을 결심했다. 다음 행선지는 위(魏)나라였다. 때마침 위나라는 문후(文侯)가 집권 중이었는데, 뜻과 그릇이 컸다. 특히 부강국 건설을 위해 천하의 인재를 영입·중용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오기가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은 문후는 이미 중용하고 있던 이극(李克)이란 인재를 불러 의논했다.

“오기는 어떤 인물인가?”

“오기는 공명심이 강하고 여자관계가 좋지 않지만, 병법과 용병술에 있어 그 이상의 인물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주공에게 필요한 인재는 유능한 장군이지, 유덕한 공자님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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