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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출신 주성하 기자의 북한 잠망경 ⑧

북한 교육현실 집중 분석

가난한 집 자녀들은 공부보단 생업현장 당 간부 등 부잣집 자녀들은 치열한 입시전쟁

  • 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 교육현실 집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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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이 ‘사회주의 우월성’을 자랑할 때 빠뜨리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무료의무교육제도이며 다른 하나는 무상치료제도다. 이번 호에서는 무료교육제도에 대해 조명하려고 한다. 생동감을 높이기 위해 글의 주인공으로 도시 외곽에 있는 가상의 농촌 학교 ‘행복중학교’의 교사‘황 선생’을 모셔왔다. 황 선생의 눈으로 본 교육 현실은 최근 탈북한 교사 3명과의 인터뷰를 종합해 구성했다.
교단에 선 지 벌써 20년이 넘은 황 선생이 학교 업무 중에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학생들에게서 거의 매일같이 무엇인가를 받아내는 일이다.

오늘도 황 선생은 화가 나서 교실에 들어섰다. 방금 전 교장과 다투고 오는 길이다. 40대 후반의 교장은 황 선생이 담임을 맡고 있는 4학년이 돈을 제일 적게 냈다고 언짢은 소리로 추궁하다 나중에 사정까지 한다.

“힘드신 것은 알지만 제 입장에 한번 서보십시오. 저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럽니까. 다 학교를 위한 것이니 선생님이 도와주십시오.”

오늘 오전 시 노동당 교육부에서 학교 검열을 명목으로 간부 3명이 내려왔다. 말이 검열이지 다 먹자고 내려온 수작임이 뻔하다. 손바닥만한 학교를 모두 돌아보는 데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뒷짐을 지고 학교를 돌아보는 흉내를 내던 간부들은 어느 새 교장의 안내에 따라 사라졌다. 아마 지금쯤 어느 학부형의 집에 들어가 술상을 펴놓고 있을 것이다.

‘수금원’으로 나선 황 선생

교장은 검열 사흘 전부터 학급 담임들을 불러놓고 학교 평가에서 어느 선까지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학급당 500원씩(현재 북한 교사 월급의 15%에 해당하는 액수) 내라고 했다. 하지만 황 선생은 100원 걷는 데 그쳤다. 그런데 교장이 딱 집어서 말하는 이상 움직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황 선생은 교실을 쭉 둘러보았다. 그의 반에는 32명의 학생이 있지만 보통 20명 정도가 나온다. 이 중에서도 돈을 낼 수 있는 학생은 10명도 되지 않는다.

“철호는 저번에 구역에서 검열 내려왔을 때 냈으니 미안하고, 명애는 화목 동원 때 학급 과제 절반이나 했으니 그렇고….”

한참을 둘러봐도 마땅한 얼굴이 없다. 결국엔 또 학급반장인 정국이를 교무실로 불러냈다. “정국아 오늘 교육부에서 검열 내려와서 그러는데 아버지께 술 2병만 좀 달라고 전해라.” 술 1병에 100원 정도니 2병만 내도 교장의 입은 막을 것 같다.

아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예” 하고 대답하고 나간다.

학급반장은 집안이 경제력이 없으면 못한다. 정국이 아버지는 농장 간부는 아니지만 뙈기밭을 많이 일구어 먹을 걱정이 없이 산다. 더구나 정국이네 집은 밀주를 만들어 팔기 때문에 돈도 어느 정도 있다. 필요할 때마다 정국이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정국이네 집이 열심히 아들 뒷바라지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다. 북한에서 농민의 자식은 농민이 돼야 하는 신분의 굴레를 쓰고 있다. 군대에서 제대해도 대개 고향의 농민으로 배치받는다. 제대 후 남이 기피하는 탄광이나 염전에 집단 배치될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집에 와서 농사를 짓는 것이 낫다.

농촌 학교는 ‘수탈현장’

북한에서 이런 신분제도가 남아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제도가 없으면 농민들이 다 빠져 달아나 농사를 지을 인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에 가면 농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 해 졸업생 중 1~2명이 대학에 간다. 행복중학교에서 가장 많이 가는 대학은 사범대학이나 교원대학이다. 사범대학을 졸업하면 다시 행복중학교 교사로 배치돼 올 확률이 거의 100%다. 하지만 모두 어떤 구실을 내세워서라도 도시에 나가려 한다. 교사를 그만두기도 매우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농민의 신분을 벗어나기보다는 쉽다. ‘농민 탈출’은 하늘의 별따기다.

의학대학에 가끔 진학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도 졸업과 동시에 당에서 대개 고향 농촌의 의사로 배치한다. 이래저래 농민의 자식이 농촌을 벗어나기는 너무나 어렵다.

황 선생의 학교일은 절반이 ‘수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금 항목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검열 나올 때마다 거나하게 접대한 뒤 올라갈 때는 뭔가 주머니에 찔러주어야 한다. 구역당, 시당, 도당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검열이요 판정이요 하면서 내려올 뿐 아니라 내려오는 부서도 교육부, 청년동맹, 소년단, 여맹, 조직부 등으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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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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