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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출신 주성하 기자의 북한 잠망경 ⑨

북한 젊은층의 사랑방정식 집중 분석

불시 소지품 검사 해보니 여학생 가방에서 피임약이 우수수…

  • 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젊은층의 사랑방정식 집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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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은 남한에 견주어 연애, 결혼, 성윤리 등이 훨씬 보수적인 편이다. 이런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성에 대해 점점 대담해지고 있는 남한에 비하면 아직도 보수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평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젊은층의 성풍속도와 결혼시장의 변화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북한 젊은층의 사랑방정식 집중 분석
지난해 여름 평양 금성1고등중학교에 검열을 나간 북한 간부들은 뜻밖의 광경에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예술반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지품 불시 검열을 실시했는데 뜻밖에 많은 여학생의 가방에서 피임약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당초 검열을 실시한 이유는 불법 녹화물을 단속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이 불법 드라마 CD를 교환해 보는 일이 많아지자 당국에서 실태조사를 위해 불시 검열을 진행한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

평양 중구역과 만경대구역에 각각 위치한 금성1고등과 2고등은 북한에서 가장 좋은 예술고다. 이곳에 다니는 여학생들 중에는 북한 전국에서 고르고 골라 뽑아온 미인이 많다. 또 전공이 예술인 까닭에 자유분방하다. 금성고등은 ‘북한판 오렌지족’의 온상 또는 목표물이다. 이곳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가장 일찍 ‘깬’ 학생들로 취급받는다.

간부들이 녹화물 단속 대상으로 이 학교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만 15~16세 여학생 가방에서 피임약이 쏟아져 나올 줄은 이들도 미처 상상을 못했다.

깜짝 놀란 당국은 이번에는 김일성대 경제학부와 외국어문학부 여학생들을 상대로 재차 검열을 했다. 두 학부는 김일성대에서도 알짜 노른자위 학부로 꼽힌다.

김일성대에서 경제학부는 노동당 중앙급 간부 자녀가 많아 ‘힘학부’로, 외국어문학부는 외국에 다니며 외화를 펑펑 벌어오는 외교관 자녀가 많아 ‘돈학부’로 불리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금성1고등만큼은 아니지만 여학생 소지품에서 피임약이 발견됐다.

이 일은 특히 북한 간부들에게 충격이었다. 이 학교들은 다름 아닌 간부 자녀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문이 바깥으로까지 퍼지는 것이 두려워 쉬쉬하다가 검열 결과를 그냥 덮어버리고 말았다.

북한 간부들도 놀라 충격을 받을 정도로 최근 북한의 연애문화는 급속히 바뀌고 있다. 30대 이상의 세대는 20대를 이해 못하며 20대는 또 10대를 이해 못하는 풍경이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사랑관, 연애관, 결혼관이 빠른 속도로 바뀌는 배경에는 한국 드라마가 자리 잡고 있다.

연애관 바꾸는 한국드라마

사실 사랑과 연애라는 주제는 딱히 이렇다 저렇다고 단정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사랑의 방식이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지역마다, 환경마다, 사람마다 다양한 사랑과 연애를 일반화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까닭에 이 글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연애, 결혼의 실상에 대해 기자 개인의 경험과 다른 탈북자들의 증언, 그리고 북한 현지 소식통들의 증언에 기초한 단편적 현상들임을 먼저 밝힌다. 북한의 연애와 결혼은 이렇다고 단정하기보다는 북한에선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읽는 것이 맞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삼각관계다. 그런데 북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삼각관계를 묘사하면 절대로 안 된다. 삼각관계가 아닌 단지 ‘삼각관계로 비칠 수도 있는’ 시나리오를 썼다는 이유로 모 유명 작가가 영화를 한편만 찍고 ‘혁명화’로 지방에 내려갔다는 이야기는 북한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은 바로 그 영화의 주제곡이다.

그런데 이런 북한 영화에서도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그렇다면 북한 영화에 묘사되는 사랑이야기는 어떨까. 흔히 한국 사람들은 북한에선 중매결혼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자에게 “북한 사람들도 연애를 하는가”라는 초보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도 꽤 된다. 물론 북한에서 중매결혼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중매결혼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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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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