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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의 여기는 청와대

깐깐한 상호주의로 ‘정상국가’화 상징적 신뢰 쌓기로 비용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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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깐깐한 상호주의로 ‘정상국가’화 상징적 신뢰 쌓기로 비용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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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불신

보수층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불만이 크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의 북핵 문제 해결 방식이 안이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어차피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텐데, 박 대통령이 계속 북한에 핵개발·경제발전 병진정책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강하다. 박 대통령도 북한이 핵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임은 알고 있다. 장성택 실각 이후 그런 인식은 더 강해졌다. 김정은의 권력체제가 공고화한 상황에서 핵에 더욱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압박이 북핵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북한의 친교 국가인 라오스와 베트남을 비롯해 취임 첫해 모든 정상회담에서 북핵을 반대하는 내용을 선언문에 담은 것은 북핵과 관련해선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편을 들 수 없도록 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는 미국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12월 초 중국 방문 때 시진핑 주석에게 “이란이 핵을 포기하기까지 미국이 얼마나 많은 압박을 가했는지 아는가. 북한도 가만히 두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압박이 필요하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이후 동맹국인 미국 못지않게 중국에 그토록 많은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마지막 버팀목이다. 그런 중국도 2013년 한 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유엔 결의안을 적극 실천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미중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에 요긴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있다. 박 대통령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중관계가 발전할수록 북한의 비정상적 행태는 미국과의 관계 증진을 희망하는 중국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미중관계의 긴장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외교게임을 시도하게 만들어 비타협적 태도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 퍼즐을 푸는 방법과 관련해 6자회담에 대한 불신이 꽤 큰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이 북한이 핵을 만들 시간만 벌어준 꼴이 됐다는 인식이다. 지난 8월 제1차 국가안보자문단 오찬회의에서 “오늘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시작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지난 10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개발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 핵 포기 의사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 6자회담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강하다.

비정상의 정상화

박 대통령은 6자회담과 별도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 실현되면 여기에서 북핵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본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북한의 핵 문제만 다루는 6자회담과 달리 기후변화, 핵안전, 사이버 안보 등 다양한 범세계적 이슈를 함께 다루게 된다. 이처럼 합의가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며 신뢰를 쌓아가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도 풀어보자는 장기적 접근법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시각은 철저히 이중적이다. 스스로는 이를 ‘균형정책’으로 일컫는다. 남북한 간 ‘안보’와 ‘교류협력’ 사이의 균형, ‘남북대화’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다. 단호한 자세가 요구될 때는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고, 동시에 협상을 추진할 때는 개방적인 태도를 택하겠다는 게 요체다.

모든 북한 문제 해법의 전제는 철저한 안보 태세다. 그의 머릿속에 북한은 최대 위협국이다. 1979년 아버지의 시해 소식을 들은 뒤 처음 내뱉은 말이 “전방은요?”였던 인식과 큰 차이가 없다. 취임 후에도 북한이 도발할 경우 즉시 원점을 타격하라는 지침을 여러 차례 내렸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특수성을 인정하기보다 국제사회의 규범에 맞는 ‘정상국가’로 대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어떻게 보면 역대 어느 정권보다 강한 상호주의 정책이다. 2013년 6월로 예정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파견하겠다고 하자 수석대표의 격(格)을 맞춰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차관급인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내보내겠다고 통보했다. 북한은 통일부 장관이 나오지 않으면 회담에 나서지 않겠다고 압박했지만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2013년 4월, 북한이 전쟁 분위기를 부추기며 개성공단 사업 중단을 선언하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전원 철수를 지시했다. 북한은 처음에 신변 보장을 약속했다가 막판에 미수금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직원 7명을 보내주지 않았다. 직원들이 인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돈을 보내고 그것이 확인된 뒤 우리 직원들을 풀어주는 과거 방식 대신 송금과 직원 출국을 동시에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북한 문제에 있어 ‘비정상의 정상화’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 규범에 맞는 정상국가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북한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정상화뿐 아니라 유사한 조치의 재발 방지와 함께 3통(통신·통행·통관) 보장을 조건으로 내걸어 북한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개성공단 국제화까지 내다본 것이다. 개성공단에 외국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북한에도 이익이 된다고 보기에 중국뿐 아니라 이탈리아 총리에게도 개성공단 국제화 참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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