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동정민 기자의 여기는 청와대

‘선왕’이 일궈 물려준 국가 온 백성 잘살게 하는 게 보답

아버님 전 상서(前上書)

  •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선왕’이 일궈 물려준 국가 온 백성 잘살게 하는 게 보답

1/3
  •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높이 평가하는 건 주지의 사실. 그렇다고 정치철학까지 같은 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고 달라진 시대상에 맞춰 아버지와 다른 방식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왕’이 일궈 물려준 국가 온 백성 잘살게 하는 게 보답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30일 청와대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했다.

“아버지 시대에 이룩한 성취를 국민께 돌려드리고 그 시대의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한다. 그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다.”

대선이 한창이던 2012년 10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33주기 추도식 기념사에서 유족 인사 형태로 밝힌 내용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아버지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대통령은 3월 독일 순방을 준비하면서 아버지에 대해 깊은 감회에 젖었다고 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동포간담회 때 박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대통령이던 아버지께서 경제개발을 위한 종잣돈을 빌리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파독 근로자 분들과 만나 애국가를 부르며 함께 눈물을 흘렸던 일화는 아직도 우리 국민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라며 이례적으로 아버지를 언급했다. 여러 언론에서 ‘1964년 아버지 박정희가 서독을 방문한 지 50년 만에 딸의 독일 방문’이라는 점에 비중을 두고 쓴 기사를 박 대통령은 꼼꼼히 읽으면서 아버지의 ‘눈물’을 회상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아버지를 먼저 언급하는 일이 거의 없다. 선거 때마다 상대 진영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독재와 반민주 전력을 들어 공격했을 때, 혹은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하면서 언급하는 정도다.

큰 골격은 일맥상통

대통령이 된 후에도 아버지를 먼저 언급한 적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아버지에 대해 애잔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 기일 때 공식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에 앞서 비공개로 홀로 국립서울현충원 묘소를 다녀왔다.

“아버지께서는 제 생각의 근간을 만들어준 분이다. 생전에 아버지하고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아버지의 역사관, 세계관, 안보관, 외교관이 녹아 있었다. 아버지는 나랏일을 하는 데 유용한 좋은 제도가 많이 들어왔지만 체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저는 이 말씀을 듣고 정책 하나하나에 혼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정책이 마련됐더라도 제대로 전달되는지 끝까지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아버지는 국정운영을 할 때 정책이 현장에서 잘 실천되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대통령은 2011년 12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생각하기에 아버지는 어떤 분이었나”라는 질문에 이처럼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듬뿍 담긴 답변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이후 국정을 운영하면서 이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했다. 지난해 12월 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누차 강조했듯이 정책은 계획이 10%이고 실천과 점검이 90%”라며 국정과제 추진 과정을 직접 점검했다. 박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끊임없이 탁상공론식 정책이 아닌 현장 의견을 청취한 살아 있는 정책을 추진하라고 강조하는 것도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철학이다.

박 대통령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복지국가’도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박 대통령은 2012년 2월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해 “시대는 바뀌었지만 아버지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복지국가’다. 박 대통령이 대선 이전부터 지금까지 강조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역시 아버지 시절 꿈꿨던 복지국가의 업그레이드 판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고 대표적인 복지 정책으로 추진하는 기초연금은 아버지가 추진했던 의료보험제도의 뒤를 이은 면이 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아버지는 국민소득이 1000불도 안 되는 우리 경제 현실에서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경제학자 등 여러 사람의 반대가 많았지만 확고한 의지로 의료보험제도를 추진했다. 먹고 사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당장 눈앞에 있는 것만 보자면 시기상조일 수 있었으나 좀 더 멀리 내다보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였다. 퍼스트레이디로 있는 동안 내가 공을 들이고 열과 성을 다한 일이었으므로 내게도 큰 보람이었다”고 썼다.
1/3
동정민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목록 닫기

‘선왕’이 일궈 물려준 국가 온 백성 잘살게 하는 게 보답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