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호

“특성화·지역화로 선진국형 연구중심대학 만들겠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11-08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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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원서 접수를 위해 경상대를 찾은 수험생들은 두 번 놀라게 된다. 수도권 명문대를 머쓱하게 만들 정도의 교육 인프라에 놀라고 경상대가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경상대를 제외한 모든 ‘거점국립대학’이 광역자치단체의 명칭을 교명으로 쓰고 있어 사립대학인 경남대를 경남지방의 거점국립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측에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대목이다.

    경남 진주시 가좌동에 있는 경상대 캠퍼스는 교목인 느티나무와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강의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공과대학 앞에 세워져 있는 비행기가 한 대가 눈길을 끌었다.

    이 비행기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경상대가 추진하고 있는 항공공학 분야 특성화사업의 결과물이다. 경상대는 인근에 사천공항단지와 주요 항공관련 산업체가 자리잡고 있어 항공공학 분야를 육성할 수 있는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경상대는 1997년 교육부로부터 항공공학 특성화 대학으로 인정받았고 현재 150억원의 연구비를 유치, 항공산업분야의 메카로 도약하고 있다.

    항공공학 특성화사업의 수혜자는 학부생이다. 현재 1~4학년 총 400여 명이 특성화사업 교육대상으로 선발돼 장학금을 받으며 전문기술을 익히고 있다. 재료강도실험실, 열유체실험실 등 항공공학과 관련된 연구실에는 고가의 첨단장비가 설치돼 있다. 학생들은 이러한 최고수준의 장비를 이용하면서 첨단기술을 익힌다. 컴퓨터실습실은 캐드(CAM), 캠(CAM)을 이용해 비행기부품 설계실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경상대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21세기형 첨단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생명공학 분야의 특성화사업이다. 기존의 산업기술이 환경파괴적이라면 생명공학은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정보통신분야와 함께 신경제를 대표하는 고부가가치 산업기술이다.

    특히 경상대는 1999년 정부가 세계수준의 대학원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한 ‘두뇌한국21’ 사업에서 서울대학교를 제외하고 국립대로서는 유일하게 생명공학 분야 주관대학으로 선정돼 이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립대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지역의 중심대학으로 학교를 도약시키기 위해 대학개혁 작업에 나선 경상대 박충생(朴忠生·59) 총장을 만나 경상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과 학교의 비전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총장께서도 경상대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보다 학교가 많이 발전했습니까.

    “1960년에 학생으로 입학했을 때는 5개 학과밖에 없었고 학생수도 200명에 불과했습니다. 격세지감이 듭니다. 40년이 지난 현재 우리 학교는 경남 서부지역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교수 숫자가 제가 학교를 다닐 때 학부생 정원하고 비슷합니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총장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별한 학교운영 철학이 있습니까.

    “총장은 대학이 목표를 향해 매진할 수 있도록 돕는 봉사자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공정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데 솔선수범해야지요. 특히 대학공동체는 최고의 ‘지성’들이 결집한 곳이므로 앞장서서 이끌어나가는 리더십보다는 구성원들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되도록 지원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주립대 수준으로 키우겠다”

    -학교운영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는 제 임기 동안 우리 경상대를 미국의 주립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구와 교육, 복지, 홍보, 국제교류 등 다양한 측면들이 동시에 현저히 개선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투입해야 할 인적·물적 자원을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개별사업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를 도출해내는 일이 더욱 어렵습니다. 개혁작업이 성공하려면 민주적 원칙 아래서 이뤄져야 합니다. 민주적 의견수렴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발전전략을 만드는 게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일입니다.”

    -점진적으로 개혁을 하겠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사립대는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개혁 드라이브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국립대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원래 민주주의란 것이 그런 것 아닙니까. 하지만 점진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강제적으로 인위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발전계획 수립과정에 잡음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셨습니까.

    “아주 평탄한 과정은 아니었으나 잡음이라고 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일차적으로 발전계획 수립의 불가피성에 대학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계획 수립과정의 단계마다 구성원들의 의사를 수렴하면서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마무리 단계가 진행중인데 원만한 조율을 위해 합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의견수렴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민주적으로 진행한 것이 순탄하게 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교정에서 만난 학생, 교직원, 교수 모두가 경상대라는 교명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립대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신입생 모집에서, 또 대외 인지도에서 유무형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 대다수가 현재의 교명에 불만이 많습니다. 교명을 바꿀 계획은 없습니까.

    “경상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교명에 문제가 많습니다. 경영학 계열의 단과대학 이름과 같아 학생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고, 무엇보다도 서부 경남지방의 거점 국립대라는 장점을 전혀 살릴 수가 없습니다. 원래는 우리 학교의 모태인 진주농대와 현재의 경남대가 같은 교명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장관을 지낸 박아무개씨의 압력으로 사립대에 경남대라는 이름을 주게 된 거예요. 사소하게 들릴 줄 모르겠습니다만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신입생을 확보하고 학교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데 지장이 많습니다. 경남국립대학교로 바꾸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 오하이오대와 오하이오주립대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명을 바꾸는 데는 걸림돌이 많습니다. 교명 변경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지요.”

    -캠퍼스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사람들 때문입니까.

    “우리 학교는 이곳 가좌캠퍼스와 의과대학이 있는 칠암캠퍼스, 해양과학대학이 있는 통영캠퍼스를 포함해 100만 평 규모입니다. 각 캠퍼스는 각각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좌캠퍼스는 녹음이 우거져 가을이면 느티나무 단풍이 절경을 이룹니다. 칠암캠퍼스는 남강변에 위치해 호젓이 산책하기에 좋고 통영캠퍼스는 남해안의 다도해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자랑하고 싶은 것은 캠퍼스의 물리적 환경이 아닙니다. 바로 이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총명하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죠.”

    최근 입시철을 맞이해 대학간 신입생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광고를 통해 공격적으로 홍보하는 학교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하철·버스의 광고판, 심지어 공항의 대형 광고판을 대학광고가 도배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것은 교육시장 개방과 수험생 수 감소에 따른 대학들의 위기감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 정원의 20~30% 정도가 부족한 지방대학도 상당수다.

    지방 국립대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신입생 충원에 큰 걱정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지방학생들이 지방 국립대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다. 학생들의 수도권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 국립대의 입학 경쟁률은 2대1을 넘기기가 버거워졌다. 경상대도 예외가 아니다. 아직까지 위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수험생 수가 입학정원에 미달하는 2003년부터는 신입생 유치가 현재보다 훨씬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박총장은 “경상대는 국립대라는 메리트가 있어 아직까지는 정원을 채우는 데 문제가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학교 인프라를 강화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않는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시장이 개방되고 대학진학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방에 위치한 대학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상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2003년이면 대학 입학정원보다 고교 졸업예정자의 수가 7만명 정도 부족할 것이고 2005년 경에는 무려 10만 명이나 모자랄 것으로 예측합니다. 따라서 각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겠지요.

    그 대책으로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특성화분야를 육성, 강화하고 연구와 교육의 체제를 대폭 합리화할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노력의 결과를 부지런히 외부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국립대는 정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수학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로 정원을 채워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대학이어야 우수한 학생들이 모입니다.”

    -최근 비즈니스형 총장을 자임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태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국립대 총장일지라도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서구의 대학들처럼 총장의 업적을 대학기금의 확보실적만으로 판단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 대학처럼 총장을 공동체에서 직접 선택하는 대학에서는 대외활동 역량보다 공동체적 의사결집과 이의 실천을 위해 봉사해야 할 책임이 더욱 중요합니다.”

    -상지대 강만길 총장께서는 한 달간 670여 개 학교를 돌며 학교홍보에 나섰다고 하는데 총장께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참으로 그 분의 건강과 패기가 부럽습니다. 저도 틈나는 대로 대학 홍보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전교생의 절반이 장학생

    -우수한 학생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장·단기 계획은 어떻게 짜여져 있습니까.

    “우리 학교의 발전목표는 국제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선 교육부문에서 국가적 중점육성 산업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기초학문 분야를 보호 육성하는 동시에 수요자 중심의 산학협동체제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연구부문에서는 경남의 거점국립대학으로서 선도적 연구역량을 확보해야겠지요.

    또 학연산(學硏産) 협동 연구체제를 구축해 경쟁력을 갖춘 분야를 집중 육성할 것입니다. 봉사부문에서는 교육, 연구의 결과를 지역과 국가에 환원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지역문화 창달에 이바지해 지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데 대학의 자원을 활용할 것입니다.”

    -좋은 장학제도도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경상대의 장학제도는 어떻습니까.

    “우리 학교의 장학제도는 매우 다양합니다. 대략 70여 종의 교내외 장학금을 통해 2001년도 1학기에 총학생수의 46.2%에 해당하는 학생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고 최근에 교육부의 BK21 장학금 등이 신설됐습니다. 앞으로도 장학금의 종류와 수혜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BK21 지역우수대학 분야의 장학금은 매우 파격적입니다. 수능1등급 이내의 입학생에게는 전학년 등록금 전액면제와 함께 연간 360만원의 연구비를 지급합니다. 학부의 선발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에게 1인당 1800만원에 해당하는 장기해외연수비용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각종 평가에서 어떤 결과를 얻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도권 사립대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있습니까.

    “가장 최근의 평가로 BK21 지역대학육성사업단 제2차년도 평가를 말할 수 있겠군요. 이 평가에서 경상대학교는 전국 대학 중 5위를 차지했고 경남, 울산지역에서는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습니다. 또 2001년 9월에 발표된 경남지역 수송기계부품기술혁신센터 1차년도 평가에서 우리 학교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산학연컨소시엄 평가결과도 전국에서 1위예요. 지방대라고 무시하면 안됩니다. 수도권 사립대보다 각종 평가에서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특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의 역량을 한두 개 분야에 집중해 그 분야에서만큼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 특성화사업의 목표다. 경상대가 추진하고 있는 특성화사업의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생명공학과 항공공학 분야 특성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우리 대학은 1995년부터 생명과학과 항공공학을 중점육성분야로 선정해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교수확보율은 91%에 이르고, 대학 전체평균 대비 장학금은 206%나 됩니다. 연구비와 실험실습기자재비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 쪽은 3000여 평의 생명과학연구동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항공공학 쪽은 약 4만 평의 부지를 확보해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은 21세기형 핵심기술로 향후 고급인력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예요. 우리 학교는 세계상위권 대학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놓았습니다. 우리 학교가 배출한 다수의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미국 상위권 대학 등에서 포닥(post-doc.) 연구원으로 활약중입니다.

    항공산업은 기계·전자·제어·재료공학분야의 첨단기술이 결합된 종합시스템 산업으로 다른 분야에 대한 기술파급 효과가 매우 큽니다. 정부에서도 항공산업이 국방기술 자립과 직결되는 국가 전략산업임을 인식하고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 설치된 관련 전공학과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에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인문학, 기초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가 푸대접을 받고 있는 학교가 많습니다. 이런 추세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응용과학분야를 집중 육성하다보니 기초학문 분야가 소홀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거점 국립대학교에서 기초학문분야를 소홀히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교수평가에서 기초학문에 대해 차별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인문학분야의 논문은 고도의 성찰을 요구하고 장시간의 연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학교는 올해부터 연구보조인력지원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인문사회분야의 선도적 연구교수들에게 학생을 연구 보조인력으로 고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 분야의 교수와 학생들에게 동시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지요.”

    -그렇게 하면 특성화분야에 투자할 역량이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특성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무조건 어느 대학은 어떤 분야를 특성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넌센스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공동으로 연구 발전시키는 것도 특성화예요. 재정형편이 어려운 지방사립대는 한 분야에 집중하고 국립대는 모든 학문을 고르게 양성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학교의 특성화사업도 장기적으로는 학문간의 조화와 균형에 맞춰 진행될 것입니다.”

    -최근 들어 연봉제·계약제 교수임용 등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는 대학이 늘고 있습니다. 학교에 도입한 경쟁시스템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 내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일반 사회와 달리 경쟁의 대상이 되는 가치들이 금전적으로 측정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단지 공정성의 차원에서 더 많이 연구하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체제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정한 평가체제가 개발돼야 하는데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아직 그런 준비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 실천중입니다.

    예컨대 저희 대학교는 논문 편수를 중심으로 연구활성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학부에서는 교수업적 마일리지제도를 실시해 교수의 업적에 따라 공정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도 인문사회분야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학사편제라든가 교육과정에 자랑할 만한 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우리 대학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국립대 최초로 시행한 ‘학업이수계획지도제’입니다. 이 제도는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설계에 따라 신축적으로 학업과정을 짤 수 있게 지원해줍니다. 학생들은 입학한 뒤부터 학기마다 대학 전과정의 학업이수계획서를 작성, 개정하고 이수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도교수와 해당 전문가들과 상담합니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교수와 함께 의논하므로 대학의 개방화, 수요자 중심, 특성화라는 세 가지 이념을 동시에 구현하는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히 향후 취업을 위한 주제들도 다루게 되므로 취업률의 제고라는 목표에도 어느 정도 공헌합니다.

    -대졸자들의 취업이 어렵습니다.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내외 경제사정의 악화로 말미암아 학부생들의 2001년도 취업률은 63.9%에 불과했습니다. 여타 지방대학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요. 물론 대학원생 취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습니다. 목표는 현재의 취업률을 90% 내외로 대폭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미 설치한 취업정보시스템을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취업관련 교과목을 증설할 것입니다. 또 취업촉진단을 구성해 학생들의 취업을 독려하고 지원할 생각입니다.”

    -최근 들어 지역사회와 대학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중요해졌습니다. 대학의 지역화사업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대학이 교육과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는 산학협동연구단지의 활성화, 지원시설의 신축, 교육과정의 강화를 통해 학·연·산·관의 협력체제를 확립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평생교육과 재교육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사회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대학은 농림부와 산자부의 지원을 받아 경상남도, 진주시, 사천시 등 26개 기관 기업과 함께 생물화학소재산업지원센터를 세우고 있습니다.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0년 후 경상대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서구의 명문대학은 인구밀집 지역이 아닌 소규모 도시에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진주가 바로 그런 쾌적한 소규모 도시예요. 우리 학교는 앞으로 학생과 교수 모두가 오고 싶어하는 대학이 될 것이고, 국제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우뚝 서있을 것입니다. 생명과학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연구수준을 자랑하면서도 여타 분야의 명성이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 대학, 대학의 운영과 자원의 배분에 있어서 투명하고 공정한 대학을 만들 생각입니다.”

    -끝으로 수험생들이 대학을 결정할 때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또 경상대는 그러한 조건을 갖추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수험생들에게 지원대학을 결정하기 전에 꼭 대학에 직접 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입학하고 싶은 대학을 직접 방문해 교육인프라를 눈으로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홍보를 잘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 아닙니다. 광고로는 그럴 듯하게 선전하고 있지만 내실은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 학교를 직접 방문한 수험생이라면 절대로 다른 학교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한마디만 덧붙이겠습니다. 경남 중서부지방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입학하면 수도권지역의 사립대에 다니는 것보다 연간 1000만원 정도가 절약됩니다. 결국 우리 학교 학생들은 4000만원의 장학금을 받는 셈입니다. 절약한 비용을 정보화·국제화 마인드를 기르는 데 투자한다면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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