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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공부법

‘과학 잘하기’를 위한 무한도전

최고의 과학 교사는 주방과 화단에 있다

  • 신동희 단국대 교수·과학교육 dss25@dankook.ac.kr

‘과학 잘하기’를 위한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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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 키우기, 쇠고기 해동하기로 흥미 돋워라
  • 학교 과학시험, 때론 무시하는 게 방법
  • 숲 본 다음 나무 보면 사회과목보다 쉽다
  • 딸·아들 구별 없고, 적성도 필요없다
  • 과학책, 무조건 재밌는 걸로 골라줘야
‘과학 잘하기’를 위한 무한도전
전국의 모든 대입 준비생이 치르는 국가 주관의 예비고사, 그리고 대학별로 주관하는 본고사가 있던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꽤 괜찮은 대학의 자연계열을 지원하는 수험생들이 적잖이 신경 쓰던 과목이 과학이었다. 물론 그때도 부동의 트리오 ‘국·영·수’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일류대 자연계열에 합격하려면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대학 개론 수준의 과학 실력은 갖춰야 했다.

그래서 상당히 심화된 내용을 가르치는 과학 과외가 성행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거의 ‘전 학생의 사교육화’ 수준은 아니었지만, 1980년대 초 들어선 군사정권이 교육개혁 일성으로 ‘과외금지 조치’를 내릴 정도로 심각했다.

본고사 폐지 이래 지난 27년 동안 요즘처럼 과학이 대입 수험생의 관심을 끈 적이 없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자연계열 통합논술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후의 일이다. 인터넷에서 검색어 ‘과학 통합논술’을 치면 수십 가지의 책 소개가 나열된다. 학원에도 EBS(교육방송) 강의에도 과학 통합논술 준비 과정이 생긴 지 오래다. 출판업계도 청소년을 위한 과학이나 수학 관련 교양서적을 경쟁적으로 찍어낸다. 심지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용 학습지들도 과학 통합논술을 언급하면서 엄마들을 유혹한다. 과학교육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과연 반겨야 할 일인지 헷갈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과학 통합논술 준비에 특효약은 없다. 주요 대학들이 발표한 2008학년도 과학 통합논술 예시 문항들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수능 문제와는 달리 기출 문제도 빈출 문제도 없다. 수십년 동안 비슷비슷한 내용과 고만고만한 유형의 틀 안에서 출제해온 객관식 수능 시험과는 달리 과학 통합논술 문항으로 낼 만한 소재와 유형은 무궁무진하다.

과학 통합논술 참고서적마다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한 답안의 조건으로 논리성, 창의성, 비판성을 들고 있다. 넓고도 정확한 과학 지식을 논리적으로 연결한 답안, 문제 해결을 위해 과학적 창의력을 발휘한 독창적 답안, 근거로 무장한 비판적 논리가 전개된 답안은 고3 한 해에 바짝 달라붙는다 해서 써낼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다.

달걀을 품고 병아리가 태어나길 기다렸다는 에디슨 일화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그런 건지, 괴팍한데다가 사회성도 없고 ‘완전 비호감’ 외모이긴 하지만 번뜩이는 천재성을 발휘하는 영화 속 과학자들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 건지 몰라도 과학을 잘하려면 독특하고 기발한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내 주변에는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긴 과학자, 패션 리더 수준의 멋쟁이 과학자, 술 잘 마시고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매력적인 과학자가 수두룩하다. 그들 중 비사회적이라고 느껴지는 과학자, 천재성이 감지되는 과학자는 극히 드물다.

과학은 타고난 천재, 최소한 수재는 되어야 잘할 수 있다는 가설은 내가 경험한 여러 반증 사례에 의해 기각된다. 과학사(史)에 이름을 남길 천재 과학자는 어느 정도 타고난다. 그러나 극소수의 천재 과학자가 직관적으로 설정한 가설을 정교화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할 수준의 과학자는 천재가 아니어도 된다. 하물며 대학별 과학 통합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더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보기만 해도 ‘실험’

한 반에 70명도 넘게 앉아 수업을 받던 7080 세대들의 중·고등학교에도 ‘과학실’은 있었다. 과학이 다른 과목과 차별화되는 결정적 요소 중 하나가 실험이다. 요리책 형식의 무조건 따라 하기식 실험의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실험은 과학의 꽃이다. 실험을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과학하는 방법과 절차를 밟게 된다.

협의의 실험은 문제 인식, 가설 설정, 자료 수집과 해석을 거쳐 결론 도출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른바 과학자가 실제로 수행하는 실험에 해당된다. 그러나 초·중·고교생에게 실험은 광의로 해석되고 적용된다. 암석을 관찰하기만 해도, 매일의 기온 변화를 조사하는 것만도, 수목원을 답사하기만 해도 학생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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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희 단국대 교수·과학교육 dss2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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