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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공부법

‘과학 잘하기’를 위한 무한도전

최고의 과학 교사는 주방과 화단에 있다

  • 신동희 단국대 교수·과학교육 dss25@dankook.ac.kr

‘과학 잘하기’를 위한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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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이 힘든 과목

‘과학 잘하기’를 위한 무한도전

과학책을 좋아하면 역사책도 즐겨 읽게 된다. 논리 구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지질학의 획기적 패러다임 전환을 몰고온 판구조론을 학습할 경우 ‘지각 판은 움직인다(사실)→판이 움직인다는 증거는 무엇인가?(현상)→그렇다면 판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가?(과정)→판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원리)’ 하는 큰 틀이 추출된다.

큰 틀에 해당하는 핵심 개념 몇 개를 충분히 이해하기만 해도 80점은 받을 것이고, 핵심 개념에 더해 보조 개념까지 이해하면 90점을 받을 것이며, 상세한 개념까지 마스터하면 100점도 받을 수 있다. 핵심 개념만 이해해도 80점은 받을 수 있다는데, 과학을 포기할 까닭은 없지 않겠는가. 앞서 말했듯이 과학의 핵심 개념은 타고난 천재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나무부터 암기하려 들지 말고 숲 전체를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과학 학습에서는 효과적이다.

현실적으로 과학 역시 사교육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미 영유아를 위한 가정방문 과학놀이활동이나 초등학생을 위한 가정방문 과학실험활동 사교육이 나온 지 오래고, 수학 학습지 형태의 과학 학습지도 많다. 심지어 과학 전문 학원을 다니는 유치원생도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학생의 흥미를 끌기 위해 다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실험을 수행하기도 한다. 매직쇼 같기도 하고 서프라이즈 체험 같기도 한 과학활동도 많다. 활동을 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재미있어 한다. 과학에 대한 흥미를 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물론 있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 대비 과학 학습 효과는 그다지 높다고 볼 수 없다.



국·영·수 사교육만으로도 어린 학생들은 버겁다. 너무 이른 나이에 과학까지 보태지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 일주일에 한두 번 매직쇼 같은 과학 프로그램을 경험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좋은 과학서적 한 권을 사서 읽거나 가족과 함께 생태체험을 나가는 편이 낫다.

과학서적으로 충족하지 못할 만큼 과학에 관심이 많거나 반대로 과학을 너무 어려워하고 자신감이 없는 경우 사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

물론 중학교 이후의 일이다. 과학 학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당연히 교사다. 다른 과목도 그렇지만 과학이야말로 경험 없거나 실력 없는 교사가 가르치면 무조건 외우게만 하는 암기 과목으로 전락해버린다.

아무리 좋은 교재와 기발한 문제를 풀어준다 해도 과학의 기초를 소홀히 하고 문제 풀이 전략이나 가르치는 학원은 피해야 한다. 원장이 명문대 출신이라고 무조건 그 학원을 보내기보다는 우리 애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의 실력을 알아봐야 할 것이다.

영어나 수학처럼 보편적이지는 않겠지만 과학 선행학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과학에 뛰어난 재능과 흥미를 보이는 경우는 선행학습을 시켜도 좋다. 그러나 과학 선행학습은 수학 선행학습이 전제가 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컨대 물리에서 포물선 운동을 배울 때 이차방정식을 알아야 한다. 전향력을 배울 때도 삼각함수를 알고 있어야 한다. 결국 수학 선행학습이 없는 과학 선행학습은 역부족이다. 따라서 수학과 과학 선행학습을 동시에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극소수의 학생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적성과는 상관없는 과학 성적

나는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이과를 가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부모님의 영향이 컸고, 인문·사회계열보다 ‘밥 먹고 살기가 더 나을 것 같아서’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 스스로도 이과에 적성이 맞다고 판단했다.

학부 전공인 과학교육과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과학 일반의 기본 지식을 주로 배웠다. 석사 전공인 지질학 역시 자연과학이다. 그러나 박사 전공은 과학교육학으로 사회과학에 속한다.

기본적인 과학 배경 지식을 두루두루 배운 학부를 거쳐 지질학 전공 석사 과정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어설프게나마 과학다운 과학을 맛보았다. 젊고 실력 있는 지도교수님과 언제나 도와줄 준비가 된 분들 같았던 연구실 선배들의 지원으로 2년 반 동안의 풋내기 과학자 생활은 참 즐거웠다.

그러나 내겐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몇 가지 난제가 있었다. 지질학에서 현장답사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과정이다. 지질답사에서는 또 공간 지각력이 필수적이다. 지질도만 보고 비슷비슷하게 생긴 곳을 찾아가야 하고 산의 모양을 보고 구조도 알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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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희 단국대 교수·과학교육 dss2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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