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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교수의 新經筵 ⑩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尊賢, 敬大臣, 子庶民…‘중용구경’ 속 대통령의 덕목

  • 이기동 |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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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않고 자리만 지키는 ‘도둑’부터 솎아내야  治國”

세종대왕(왼쪽)과 정조대왕.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우리 국민은 늘 그래왔듯이 새 대통령에게 많은 기대를 했었고, 그만큼 더 실망을 했었다. 우리 국민은 다른 나라 국민과 다르다. 우리 국민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상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고유한 정치방식을 찾아내지 못하고, 미국의 정치제도와 방법을 도입했다. 물론 미국식 정치제도의 장점은 훌륭하지만, 미국식 제도로는 이상세계를 건설할 수 없다. 우리의 정치가 국민에게 늘 실망을 안겨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은 이 실망의 고리를 끊는 첫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새 대통령은 5년 뒤에 또다시 우리 국민에게 엄청난 실망을 안겨줄 것이고, 실망의 정치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정치의 큰 틀을 설명하는 말 중에는 ‘중용구경(中庸九經)’이 있다. ‘중용’이라는 책에 나오는, 아홉 가지 큰 틀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치인, 욕심 때문에 외면당해

첫째,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일이다(修身).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이미 자신은 훌륭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정치는 바르지 않은 이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을 바르게 하는 것은 바른 사람이 나설 때 가능하다. 바른 사람의 요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 바른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는 본마음이 있고 욕심이 있다. 본마음은 모두가 다 함께 가지고 있는 한마음이기 때문에 본마음을 가진 사람이 본마음으로 정치를 하면 모든 사람을 다 챙기는 정치를 한다. 이에 비해 욕심은 자기 것만 챙기는 마음이다. 욕심을 가진 사람이 욕심으로 정치를 하면 자기 것만 챙기는 정치를 한다. 그런 사람은 자기의 명예를 중시하는 정치를 하고, 자기 사람들만 챙기는 정치를 하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지 못한다. 많은 정치인이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빨리 대통령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욕심을 없애고 본심을 회복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이를 ‘중용’에서는 ‘수신(修身)’이라고 했다.

옛날 왕들은 모두 그런 노력을 했다. 집무실 옆에 경연(經筵)이라는 교실을 만들어놓고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 경연에서 공부를 했다. 공부의 주 내용은 욕심을 제거하고 본심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부모가 자녀를 대하는 마음이 본심이다. 부모는 자녀를 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것을 챙기려고 하기보다는 늘 주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들은 부모를 좋아한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부모에게 가 있다. 옛날 세종대왕은 본심을 회복한 사람이었다. 그는 본심으로 국민을 대했고, 당시의 백성들은 임금님을 부모처럼 받들었다. 조선시대의 왕들은 모두 경연에서 공부를 했다. 오직 한 사람, 연산군만은 경연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혁명으로 쫓겨났다.

尊賢과 親親

우리는 조선시대의 왕들이 정치를 매우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가 친구와 싸우다가 얻어맞아 울면서 들어왔을 때 ‘친구끼리 놀다보면 그럴 수도 있으니 용서하고 다시 사이좋게 놀아라’고 달래지만, 옆집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이 머저리 같은 놈, 너는 손이 없느냐?’고 하면서 쫓아낸다면, 늘 다치는 쪽은 우리 아이일 것이다. 늘 다치기만 하던 아이는 어느 날 각성을 한다. ‘우리 부모의 교육이 나빴다. 이제부터는 부모의 교육방식을 버리고 옆집 교육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우리의 과거 100여 년의 역사는 이처럼 우리를 부정하는 역사였다.

우리 조상들의 것은 모두 나빴다. 정치도 나빴고 교육도 나빴다. 우리 민족은 개조해야 했다. 우리는 일본의 것이나 서양의 것을 배우고 따라야 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세뇌시켰다. 그 뒤로도 우리의 지식인들에 의해 이렇게 세뇌 당했다.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사극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정치가 언제나 형편없는 수준으로 비치고 있다.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의 정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것이다. 나머지 왕들의 정치도 당시 외국의 정치 수준에 비하면 그리 나쁜 것이 아니었다. 한 왕조가 500년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은 집무에 바쁠 것이다. 그렇더라도 짬을 내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해야 한다. 세종대왕이나 정조대왕 같은 훌륭한 정치가를 목표로 삼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또다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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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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