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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논술

‘웰컴 투 동막골’

포연 속에 피어난 순수한 휴머니즘

  • 윤문원 이지딥 논술연구소장 mwyoon21@hanmail.net

‘웰컴 투 동막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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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기간은 단 30년. 오늘도 지구 한구석에선 원하는 것을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전쟁이 한창이다. 6·25전쟁 중 지친 영혼들이 동막골로 모여들었다. 동막골에서 그들은 적과 동지로 나뉘기 전 한 개인으로서 진한 우정을 나눈다.
‘웰컴 투 동막골’
6·25전쟁과 남북 문제는 여전히 시대의 아픔이자 민감한 이슈이다. 현재 남과 북은 ‘화합’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금강산으로 가는 관광길이 열리고, 남한 인력이 북한 개성공단으로 출근한다. 컴퓨터 그래픽이긴 하지만 TV에서는 남북의 학생들이 북한 퀴즈쇼에 나와 문제를 푸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남북한의 대립과 화해라는 이분법적 논의를 넘어 범세계적인 연합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념으로 서로를 구분하기 전에 인간 본성에 호소력을 갖는 ‘순수’의 가치를 되짚어봐야 한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순수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6·25전쟁에서 한 발짝 비껴 있던 두메산골 ‘동막골’이란 마을을 무대로, 이곳에 들어온 국군과 인민군, 미군이 갈등을 빚고 화해하는 내용이다. 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적군과 함께 생활한다는 기발한 설정과 구수한 사투리 대사가 웃음을 자아내며, 산골마을 사람들의 순박함과 풋풋한 인간애, 이념을 초월한 희생정신이 여운을 선사한다.

남북한 관련 문제는 논술로 출제되기보다는 통일, 남북협력,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언어 이질화 극복방안 등의 주제로 심층면접에서 많이 다뤄진다. 특히 이 영화의 중요한 장치인 사투리와 같이 언어와 관련된 논제가 주요 대학의 논술 문제로 출제되고 있다. 이화여대 2006년 정시 논술에서 ‘언어가 사회적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고려대 2002년 수시2학기 논술에서 ‘언어의 특성과 미래 사회에서의 언어와 인간의 관계’가 출제됐으며, 프랑스 대학입학 논술인 바칼로레아에서도 ‘언어의 기능’이 출제된 바 있다.

6·25전쟁이 절정에 이른 1950년 늦가을 강원도 두메산골의 동막골. 마을 소녀 여일(강혜정 분)의 클로즈업된 얼굴이 점점 멀어지다 머리에 꽃을 단 천진난만한 모습이 비친다. 여일의 머리 위로 날아가던 정찰기가 고장으로 불시착한다. 조종사인 연합군 대위 스미스(스티브 태슐러 분)는 부상을 당해 몸을 가누기조차 힘겹다. 정찰기의 비행을 추적하던 연합군 사령부에서는 인민군의 대공포화를 맞고 추락한 것으로 추정한다.

정신세계가 조금 이상한 여일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던 패잔 인민군 장교인 리수화(정재영 분)와 하사관 장영희(임하룡 분), 소년병 서택기(류덕환 분) 앞으로 휙 지나간다. 이들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총을 겨누며 “꼼짝마라” 하고 외치지만 여일은 씨익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내 좀 빨라. 난 참 이상해. 숨도 안 멕히고…. 이래 팔을 빨리 휘저으믄, 다리도 빨라지미. 다리가 빨라지믄 팔은 더 빨라지미. 땅이 막 뒤로 지나가미…. 난 참 빨라. 뱀이 나와. 여 누워 있지 마라. 뱀 이거 깨물믄 마이 아파. 우터 그래 아픈지….”

리수화 일행은 여일이 사는 마을로 가서 잠깐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길을 따라 나선다.

한편 한강다리 폭파 임무 수행으로 많은 이의 목숨을 앗았다는 괴로움에 부대를 탈영한 국군 소위 표현철(신하균 분)은 권총 자살을 기도하던 중 다른 부대에서 탈영한 국군 위생병 문상상(서재경 분)의 만류로 자살을 포기하고, 약초 캐러 나온 마을 사람을 따라 동막골 촌장(정재진 분) 집에 도착한다. 이곳에선 스미스가 동네 주민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무리 돌아갈 방법을 물어도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으니 미칠 지경이다.

국군과 인민군의 만남

동막골 주민들은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있다. 문상상은 동막골 주민에게 전쟁이 난 사실을 알려준다. 이때 여일을 따라 인민군 리수화 일행이 마을로 들어오고 표현철과 문상상은 깜짝 놀라 총을 집어든다. 평화로운 마을 한가운데서 불과 몇 미터 거리를 두고 총부리를 겨눈 국군과 인민군.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하지만 세상 물정과 담을 쌓아 총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는 동막골 주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심지어 여일은 서로 눈을 부라리고 총과 수류탄으로 위협하는 국군과 인민군의 닮은 모습을 보고 리수화에게 “근데 있잖어…쟈들하고 친구나?” 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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