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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논술·⑩ 마지막회

‘천국의 아이들’

양극화 사회에서 피어난 진실과 순수의 감동

  • 윤문원 이지딥 논술연구소장 mwyoon21@hanmail.net

‘천국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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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 한 켤레씩의 신발을 가진 남매가 있다. 오빠가 누이동생의 꽃신을 잃어버려, 둘은 너덜너덜한 운동화 한 켤레를 번갈아 신기 시작한다. 지독한 가난. 남매는 서로 배려하며 상황을 헤쳐간다. 신발 한 켤레도 못 사는 지긋지긋한 현실에서도 아이들은 맑다. 그렇지만 서럽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가난’은 과연 있는 걸까.
‘천국의 아이들’
천국이 있다면 거기에 가장 가까이 닿을 수 있는 존재는 아이들일 게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는 그곳을 애써 외면하며 뒷걸음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가난이라는 놈은 그런 천사 같은 아이들마저 각박하게 만들기도 한다.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는 인격적 가치나 노력과 무관하게 부자와 빈자로 개인을 규정하게 만들었다. 돈이 모든 인간행위의 척도이고 인간과 인간의 직접 관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돈의 위력은 엄청나다. 돈은 단순한 교환수단이나 재화 축적수단 이상의 복합적 의미를 지녔다. 돈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돈이 우리 삶에서 사랑과 평화와 같은 가치를 제치고 최고의 가치가 될 수는 없다.

그간 대입 논술시험에선 경제와 관련해 ‘현대사회에서 돈이 가지는 의미와 삶의 질과의 관계’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 ‘부익부 빈익빈 현상’ ‘부의 세습’ 등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문제가 출제됐으며, 요즘 정치의 화두인 ‘양극화’와 관련된 논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국의 아이들’은 신발을 잃어버린 남매를 소재로 순수한 동심의 세계와 남매의 따뜻한 정을 아기자기하게 그리고 있다. 동생에게 새 신발을 마련해 주기 위해 오빠가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는 내용으로 1등도, 2등도 아닌 3등을 해야 상품으로 운동화를 받을 수 있다는 재미있는 설정이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지난(至難)한 삶의 일상을 담아냈다.

마지드 마지디 감독이 어느 날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그는 옆집에 사는 남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친구는 “신발이 떨어지자 부모에게 새 신발을 사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한 켤레를 가지고 나눠 신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떻게 애들 신발 한 켤레도 못 사줄 만큼 가난할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말을 들은 마지디 감독은 새 신발 한 켤레조차 신을 수 없는 현실이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얼마나 엄청난 비극인지를 설명했고, 가난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그것이 ‘천국의 아이들’의 시작이었다.

잃어버린 꽃신

‘천국의 아이들’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하얀 풍선’같이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란 영화의 경향을 따르고 있다. 유년기의 순수를 바라보며 성년의 타락을 반추(反芻)하게 하는 작품이다. 매우 작은 것으로 그려내는 아이들의 커다란 이야기인 ‘천국의 아이들’은 그 해맑은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며 때론 웃음을, 때론 울음을 주는 동화 같은 영화다. 이 영화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마음 깊은 곳의 생생한 감정들이 살아 있다.

남루한 옷을 입은 노인이 아이의 낡은 구두를 꿰매는 손놀림이 클로즈업되어 비친다. 구두를 수선해 들고 나온 알리(미르 파로크 하스미안 분)가 신발이 담긴 봉지를 재래식 식료품 가게의 바깥 과일 상자 위에 얹어놓고 안으로 들어간다. 감자를 고르고 있는 사이에 청소부가 신발 봉지를 청소 리어카에 싣고 가버린다. 이 구두는 여동생 자라(바하레 시디키 분)의 하나밖에 없는 구두다. 테헤란 남쪽의 가난한 가정에 사는 초등학생 알리가 엄마의 심부름을 갔다가 여동생 자라의 분홍색 꽃구두를 잃어버린 것이다. 가게에서 감자를 골라 외상으로 들고 나온 알리는 신발 봉지가 보이지 않자 열심히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과일 상자를 엎질러버린다. 주인에게 혼이 나면서 집으로 돌아온 알리는 여동생 앞에서 울먹이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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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원 이지딥 논술연구소장 mwyoo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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