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호

박근혜의 ‘아슬아슬한 올케’ 서향희 이야기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1-06-22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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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의 ‘아슬아슬한 올케’ 서향희 이야기

    박지만 EG 회장과 서향희 변호사 부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올케인 서향희(37) 변호사는 남편인 박지만 EG 회장과 함께 요즘 세인의 입방아에 오른다. 저축은행 비리 스캔들의 중심인물인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신 명예회장은 불법대출·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 그는 정·관계 로비를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서 변호사가 2009년 4월부터 2년여간 삼화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로 일해왔고 박 회장이 신 명예회장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점이 알려졌다.

    민주당은 박 회장과 서 변호사가 신 명예회장 구명로비에 관련됐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일부 언론도 “고문변호사나 오랜 친분을 감안할 때 신삼길씨가 회사 문 닫고 철창신세 지게 될 최악의 상황을 앞두고 아무런 부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서 변호사가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금액을 받았는지, 이 은행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해주었는지에 대해선 서 변호사와 삼화저축은행 양측이 밝히지 않고 있다.

    ‘로비스트’ 이철수 측근의 증언



    기자는 삼화·보해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스트로 지목되고 있는 이철수씨(수배 중)의 측근 A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재 서울중앙지검과 광주지검이 경쟁적으로 이씨 신병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이씨가 검거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는 보도(서울신문 등)도 나오고 있다.

    A씨에 따르면 삼화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신 명예회장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씨가 주요 의사결정에 깊게 관여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씨의 측근인 A씨도 이 은행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고 한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철수씨를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인가?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직후였다. 사태를 수습해보려고 동분서주하더라.”

    ▼ 이씨는 어떤 사람인가?

    “자기 어머니가 유명한 사채업자라고 말하더라. 고향은 서울이라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대구·경북 출신이 많다. M·A(인수합병)에 워낙 능수능란해 ‘마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 실제로 이씨는 정·관계 인맥이 상당한가?

    “많이 안다고 자주 너스레를 떨더라.”

    ▼ 이씨는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인데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

    “운전면허증을 위조한 뒤 그걸로 검거망을 피해 다니는 것으로 들었다. 궁극적으로는 외국으로 나갈 거라고 하더라.”

    ▼ 도피 중에 어떻게 면허증을 만들 수 있나?

    “이씨가 선금 2000만원을 내고 부산 칠성파의 이모씨가 부하들 시켜서 만들어준 것으로 안다. 전직인지 현직인지 경감 한 명도 개입돼 있다고 하고…. 2~3주 전쯤 면허증이 나왔다고 들었다.”

    “신삼길 구명로비 안 해”

    ▼ 서향희 변호사가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는데 고문료는 어느 정도 되나?

    “보통 중견 저축은행은 고문변호사에게 월 300만~500만원 정도 지급한다. 사실상 서 변호사에게 지급된 것도 비슷한 수준 아니겠나?”

    박근혜의 ‘아슬아슬한 올케’ 서향희 이야기

    삼화저축은행.

    ▼ 서 변호사는 삼화저축은행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다고 보나? 신삼길 명예회장의 구명을 위해 일했나?

    “서 변호사는 이 은행을 위해 거의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신 명예회장 구명로비는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 그렇다면 왜 고문변호사를 두나?

    “저축은행 입장에서 고문료는 푼돈에 불과하다. 그걸로 로비해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전 대표의 올케가 우리 은행의 고문변호사’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축은행으로선 힘이 된다고 생각했겠지.”

    ▼ 박지만 회장과 신삼길 명예회장이 친하다는데….

    “두 사람이 잘 알고 지낸 것은 사실이고 어쩌면 신 명예회장이 박 회장을 이철수씨에게 소개해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이 신 명예회장이나 이씨를 구명하거나 저축은행을 위해 힘을 써준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

    서 변호사는 지금까지 유명한 남편에 가려진 조용한 모습으로 조명돼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의 일에 당차고 열정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서 변호사는 2004년 12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결혼했다. 당시 서 변호사는 30세, 박지만 회장은 46세. 젊고 예쁜 여변호사와 비운의 대통령 아들의 16살 나이차를 극복한 혼인이어서 더 화제가 됐다.

    고려대 법대, 사법시험 41회 출신인 서 변호사는 전북 익산이 고향이지만 부산에서 학창시절(부산 중앙여고)을 보낸 인연으로 부산에 지인이 많다고 한다. 그녀는 2008년 여동생·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 다음 “결혼하고 아들 낳고 그렇게 아줌마가 된 후 간댕이가 커진 나머지 남편과 아들을 내팽개치고(?) 친구핑계를 대며 훌쩍 떠난 이야기”라는 서문의 ‘정말 좋았어-아줌마가 된 향희의 뉴욕·바하마 첫 여행기’를 내는데 이때도 부산지역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부산 지역 한 관계자는 서 변호사의 성격에 대해 “자기관점이 분명하고 일 욕심 많으며 변호사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한 타입”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박지만 회장과 결혼한다고 할 때도 일부 연수원 친구들이 ‘네가 우리 중에 성적이 가장 우수한 건 아니지만 예쁘고 똑똑한 편인데 그런 어려운 결정을 해도 괜찮겠느냐’고 우려했지만 결혼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고 했다.

    “하루 81홀 도는 철인골프”

    2009년 6월 전북 군산CC에서 하루에 81홀을 도는 ‘철인 골프대회’가 열리자 서 변호사는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이 대회를 취재한 ‘매일경제’의 오모 기자는 “당시 서 변호사가 전화 인터뷰에서 ‘철인골프가 남자만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결혼 직후 임신한 서 변호사는 2005년 9월경 아들 세현군을 출산한다. 박정희 손자의 출생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지인들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출산 전날까지 출근할 만큼 일에 욕심을 보였다고 한다. 산후 조리도 한 달 정도로 끝내고 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안은 자손이 귀한 편이다. 세현군 출생 이후 박지만-서향희 부부에게서 더 이상 출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서 변호사가 일에 집중하기 위해 둘째아이를 갖는 것을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을 나온 뒤 결혼 전까지 서 변호사는 새빛법률사무소에서 부동산, 노동법, 전자상거래 전문으로 활동했다. 2004년엔 일간지에 ‘부동산 이게 궁금해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박근혜의 ‘아슬아슬한 올케’ 서향희 이야기

    2004년 12월14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박지만씨와 신부 서향희씨가 결혼식장에 들어오고 있다.

    2009년 4월 서 변호사는 대전고검장 출신 이건개 변호사와 공동으로 법무법인 주원을 설립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후 법률자문 새빛의 공동대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삼화저축은행 법률자문과 같이 법률자문, 사외이사 활동이 많은 게 두드러진다.

    서 변호사는 지난 4월 미주제강의 자문변호사로 선임됐는데 비슷한 시기 박정희 정권 당시 실세이던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아들인 윤해관씨가 이 회사 대표가 됐다. 서 변호사는 폐기물처리 분야 기업인 인선ENT의 자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죽공급업체인 신우와 동부티에스블랙펄스팩의 사외이사로도 재직했거나 재직 중이다. 서 변호사는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변호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재계와 법조계 일부 인사들은 “개인적 능력도 있겠지만 일부에선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의 후광을 활용하기 위해 젊은 서 변호사를 영입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주제강이 서 변호사와 윤해관씨 영입을 밝히자 이 회사는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2%포인트 올랐다. 동부티에스블랙펄스팩도 서 변호사의 사외이사 참여 소속이 알려지자 주가가 6%포인트 넘게 올랐다.

    G사는 5월18일 “법률자문을 새빛으로 결정했다”면서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씨의 처인 서향희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이 회사 주식은 8%포인트 이상 올랐다. 새빛 측이 보도자료를 낸 것에 반발해 법률자문 계약을 해지하자 이후 이 회사 주가가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인다면

    유명 대선주자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라고 해서 직업 활동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서 변호사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밝고 구김살이 없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러나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아슬아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률자문, 사외이사를 맡을 때마다 주가에 영향을 주거나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일이 되풀이된다는 점이 걸리는 것이다. 기업, 주식투자자 등 주변에서 다른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누적적으로 확인된다. 그러다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 건에 이르러 정치적 이슈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 것이다.

    이철수씨의 측근에 따르면 서 변호사가 이 은행 고문변호사 재임 시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력 대선주자의 가족으로서 국민 정서에 민감한 오해를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이번 일이 예방주사 차원이라면 박 전 대표에게 오히려 잘된 일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나온 날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직접 나서서 박지만-서향희 부부가 의혹과 무관함을 밝혔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인다. 전략적으로 실수였고 당장 박 전 대표도 야당으로부터 공세를 받았다.

    그런데 이것은 박 전 대표가 2007년 대선 경선 때 표 손실을 감수하고 “5·16은 쿠데타가 아니라 혁명”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고 한다. 아픈 가족사와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선친과 마찬가지로 박지만-서향희 부부 그리고 유일한 조카인 세현군은 박 전 대표에겐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 박 전 대표 입장에선 비리를 덮는 게 아니라 이들의 억울함을 감싸고 보호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평소와는 다른 태도가 나왔다고 한다.

    박근혜의 ‘아슬아슬한 올케’ 서향희 이야기
    박 전 대표는 박지만-서향희 부부의 결혼식을 앞두고 “동생이 막상 결혼을 한다고 하니 지나온 날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서향희씨는) 동생과 아주 잘 어울리는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2004년 11월3일 미니홈피) 서 변호사가 아들 세현군을 낳자 “우리 가문의 귀한 아이가 태어나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가문의 귀한 선물을 안겨준 올케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고…”라고 했다.(2005년 9월12일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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