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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같은 ‘北 김정은 동향’ 문건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드라마 같은 ‘北 김정은 동향’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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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장성택 자택서 김정은 등 5인 천안함 모의
  • ● 공격 반대한 이제강 교통사고 위장해 제거
  • ● “김옥 (김정일 부인) 꼴 보기 싫으니 외국 보내자”
드라마 같은 ‘北 김정은 동향’ 문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국내외 언론이 독자적으로 취재해 보도하는 북한 정보의 상당수가 ‘소설’ 수준이라고 비판한다. ‘북한 내부 소식통’ ‘익명의 북한 주민’ ‘정보 당국자’라는 미심쩍은 출처, 검증이 아예 불가능한 기사내용이 불만일 것이다.

북한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다만 북한 보도에 관한 비판도 과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면서 우리의 안전과 번영, 통일 등 중대한 이익이 걸린 대상이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충분히 보장될 필요가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학자적 기준에 따르면 수년 전 국내 언론이 “김정일 후계자는 삼남 김정운”이라고 보도한 것도 소설에 불과하다. 이름도 틀렸고 출처도 불명확하며 단지 추정에 불과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실체적 진실을 미리 알려준 꽤 가치 있는 정보였던 것으로 지금 판명되고 있다. 북한 보도에서 익명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점은 정보원 보호의 필요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최근 모 여권 인사는 사석에서 ‘북한 김정은 동향’ 문건을 공개했다. 김정일 사망 후 여권의 한 기관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문건은 북한 고위 관계자가 직접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면서 발언 출처를 실명으로 명기해두고 있었다. 내용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회색분자’

문건에 따르면 2010년 3월 김정일은 심장병이 발병했다고 한다. 얼마 뒤 회복했지만 발병 당시엔 급박했다고 한다. 장성택(현 군사위 부위원장) 김경희(김정일의 여동생·현 인민군 대장) 부부는 자택으로 김정은, 이제강(당시 노동당 당조직부 제1부부장), 김옥(김정일의 마지막 부인)을 부른다. 이 자리에서 한국에 대한 해상공격이 논의됐고 3월 26일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장성택과 김정은은 공격에 반대한 이제강을 ‘회색분자’라면서 석 달 뒤 교통사고로 사망케 했다고 한다. 3월 말~4월 초로 예정된 김정일의 중국 방문이 5월로 연기된 것은 이 심장병 때문이었다고 한다. 문건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에 대해 ‘한 배를 탄 동지’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쓰고 있다.

이 내용이 과연 사실일까.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졸중 발병 이후 건강이 악화됐다. 2010년에도 캠벨 당시 미 국부무 차관보가 “김정일의 수명은 3년가량 남았다”고 말할 정도로 김정일의 건강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문건이 지목하는 시기인 2010년 3월 김정일의 심장에 이상이 왔다는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2010년 3월 김정일의 발병 여부는 그의 측근 외에는 알 수 없는 사안이다. 3월 31일경 김정일의 중국 방문이 계획되어 있었던 점은 사실로 확인된다. 왜 갑자기 연기해 5월에 갔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사건 당시 국내외 여러 기관은 김정은을 지목한 바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010년 7월 “김정은이 천안함 공격의 배후일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당시 언론은 “천안함 사건 직후 ‘청년대장이 한 건 했다’는 소문이 북한 내에서 돌았다” “김정은의 명령으로 리영호 총참모장, 김영철 정찰총국장, 김격식 4군단장이 천안함 공격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문건은 김정은과 장성택이 천안함 공격의 배후임을 구체적 정황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방중 연기와 천안함 미스터리

북한이 김정일 방중을 목전에 둔 3월 26일 천안함 도발을 일으킨 것은 미스터리한 일이다. 김정일은 방중을 통해 세습 인정, 경제 지원, 6자회담 재개 협력 등 중국으로부터 얻어내어야 할 것이 많았다. 방중을 불과 며칠 앞두고 중국이 극도로 싫어하는 초대형 대남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김정일의 발병은 이런 의문을 풀어줄 가설이 되는 셈이다.

이제강은 2010년 당시 실질적 파워 면에서 김정일 다음으로 통했다. 이제강은 6월 2일 0시 40분 평양거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여러 언론은 이 사건에 의문을 제기했다.

“장성택과 이제강은 북한 권력구도에서 ‘제로섬’ 관계였다. 군부 핵심인사 26인은 장성택계와 이제강계로 구분됐다. 이제강 사망 후인 6월 7일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되어 실질적 2인자임을 과시했다. 북한의 권력투쟁과정에서 실력자가 교통사고 사망으로 퇴장하는 사례가 여럿 있다.” (2010년 6월 21일 ‘주간동아’)

김정일 사망 후 장성택 김경희 부부는 김정은 체제의 최대 권력자로 부상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런 정황과 관련해 문건은 북한의 천안함 공격, 김정일 방중 연기, 이제강 사망, 장성택 2인자 등극, 김정은·장성택 밀월이 우연이 아닌 하나의 연결되는 맥락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의 마지막 부인 김옥(47)은 김정일 생전 노동당 서기실 과장이라는 직함으로 ‘문고리 권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김정일 방중 때 김옥은 승용차 옆 좌석에 동석하는 등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김정일 사후 김옥은 김정은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옥이 지난 12월 21일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정일의 시신에 참배한 뒤 김정은에게 허리를 90도 굽히며 깍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에 잡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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