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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종횡무진 공간읽기 ⑧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멀티플렉스, 거대 도시의 판타지아

  • 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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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박눈이 쏟아지고 칼바람이 불어도 상관없다. 종일 걸어도 다 보기 어려울 만큼 넓고 아늑한 공간이다. 백화점, 호텔, 할인마트, 식당가 그리고 영화관까지. 시간과 돈만 있으면 된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깥세상은 잊어도 좋다. 이 안에서는 무슨 상상이든 허락된다. 적잖이 그 상상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다만 여기에 살 수는 없고 반드시 나가야 하니, 급격한 체감온도 변화엔 주의하시길.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부.

아바타(Avatar). 매력적인 단어다. 오디오 마니아들은 미국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하이파이 오디오 전문회사 아발론어쿠스틱스의 매력적인 스피커 ‘아바타’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한창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라면 문방구에서 산 조잡한 카드를 던지고 놀면서 이 단어를 외칠 수도 있겠다. 미니홈피와 블로그, 카페로 요약되는 젊은 세대의 인터넷 문화에서는 이 단어가 일상 생활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아바타. 인도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한 말이다. ‘내려오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아바뜨르(ava-tr)’의 명사형으로 지상에 강림한 신의 화신을 의미한다. 이 단어를 감싸고 있는 종교적 의미를 걷어내고 나면 화신 또는 분신이라는 뜻이 남는데, 이로써 인터넷 시대의 3차원 가상현실게임이나 웹 환경의 채팅이나 미니홈피의 그래픽 아이콘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사이버세계의 가상 분신이 곧 아바타인데, 이제는 오직 단 하나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다. 지난해 말 전세계 극장가를 강타했고 1월3일 현재 무려 1조1600억원에 달하는 흥행수익을 올린 블록버스터 영화다. 관객몰이가 한창인 와중에 이미 역대 흥행 4위에 올랐으니 이 영화가 전세계 동시 개봉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나면 아마도 ‘타이타닉’이나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을 깨고 사상 최고의 흥행작이 될 것이다. 4년의 제작 기간에 3억달러(약 3100억원)라는 역대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3차원(3D) 입체영상의 신기원, 아바타. 어쩌면 이 단어 끝에 느낌표를 붙여 ‘아바타!’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보기 위해 연말연시 북새통을 뚫고 한국의 대표적인 멀티플렉스 CGV의 영등포 타임스퀘어관을 찾았다.

타임스퀘어? 뉴욕? 아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다. 그곳에 멀티플렉스 CGV가 있다. 나는 지금 그곳의 4층 난간에 서서 이 거대한 복합쇼핑몰을 내려다보고 있는 중이다. 메인 출입구에 들어서면 5층까지 나선형으로 잇대어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마중을 한다. 에스컬레이터는 층마다 매우 세련되게 단장한 매장으로 사람들을 토해낸다. 2층의 큰 서점으로 가는 사람, 3층의 푸드코트로 가는 사람, 4층의 영화관으로 가는 사람 그리고 그 밖의 수많은 매장과 전문 식당과 커피숍과 놀이시설로 가는 사람들이 거대한 아트리움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영등포 상전벽해

옛 영등포 경성방직 공장부지(4만2600㎡)가 지난해 9월16일 타임스퀘어로 거듭났다. 개장 이후 100일 동안 무려 누적 방문자 2000만명을 기록했고 매출 또한 2810억원을 기록한 곳이다. 주중 평균 16만명 주말 최대 32만명이 방문한 타임스퀘어 안에 영화관이 있는 것이다. 건물 연면적 37만㎡, 쇼핑 공간만 총 30만2000㎡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과 명품관, 이마트, 메리어트호텔체인의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교보문고, 아모리스 웨딩홀, 코오롱 스포렉스 그리고 멀티플렉스 CGV가 있다.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기 위해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도심 속의 도심이다. ‘바깥’ 도심의 혼잡이나 불편이나 소음 따위는 이 거대한 복합 도시 안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 안에서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여가는 물론 일상생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바깥’으로 향하는 수직의 쾌적한 통로를 빠져나가면 지하철과 버스와 택시와 기차까지 탈 수 있다.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관은 독립된 건물로 따로 존재했다. 그곳에 들어가거나 그곳에서 벗어나거나 했다. 휴게실이나 좌석 같은 소품시설이 쾌적하고 세련된 외양으로 변화한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것을 포함한 영화관 전체, 거대한 공간 전체가 급변했고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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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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