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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연재’‘1등 코드’를 찾아서 ①한국 양궁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박경모-박성현 연애 몰라 금메달 놓치고 분해 잠 못이뤘다”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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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 모두의 희망사항이다. 회사도, 국가도, 축구선수도, 중학생도 저마다 1등을 원한다. 1등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각 분야의 ‘1등 코드’를 분석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첫 회는 한국 양궁. 20년 넘게 세계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종목이다.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53) 양궁협회 전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양궁의 ‘1등 코드’를 분석한다.‘편집자’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서거원 전무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양궁팀 대표코치를 맡아 남녀 단체, 개인전 전 종목을 석권하면서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금메달 3개 기록을 세웠다. 태풍 부는 날이나 야구장처럼 시끄러운 장소를 택해서 하는 훈련법 등 그가 개발한 훈련방식은 다른 나라 팀들이 벤치마킹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

그가 7월3일 기자를 만나자고 한 곳은 사무실이 아니었다. ‘현장’이었다. 그가 감독으로 있는 인천계양구청 양궁팀 훈련장에서였다. 88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박성수 코치와 선수들이 7월의 땡볕 아래서 뿜는 열기로 훈련장은 뜨거웠다.

▼ 한국 양궁이 전세계 양궁에서 부동의 1위라는 게 맞나요.

“한국 양궁은 선수, 지도자, 제품 등 전 분야에서 부동의 세계 1등 종목입니다. 한국은 등록선수가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100분의 1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1등입니다. 또 전세계 국가대표팀 감독의 3분의 1이 한국 출신입니다. 국산 활도 세계의 표준이 됐습니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8강에 진출한 선수의 90%가 한국 회사인 삼익스포츠가 만든 활을 들었어요. 레저양궁시장에서도 한국 활 점유율이 45%에 달합니다.”

▼ 한국산 활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는 점은 새롭네요.

“장비 문제는 몇 번을 이야기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양궁장비시장은 미국이 70%, 일본이 30%를 장악했어요. 한국은 ‘0’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980년대 중반 이후 경기력은 세계정상에 올라섰는데 결정적인 순간마다 장비 때문에 무릎을 꿇는 경우가 생겼어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장비의 국산화를 이루자고 결론을 내렸지요.”

▼ 장비 때문에 경기 결과까지 달라지나요.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남자 선수는 미국제품, 여자는 일본제품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남자선수들이 최신 미국 제품을 구입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회사에 연락하면 ‘제품이 아직 없다. 제작에 들어가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우리는 한국의 제품 구입을 막기 위한 견제라고 봤지요. 그 활을 구입하기 위해 1년 넘게 뛰었는데 올림픽에 나가보니 한국선수들만 구닥다리 활을 가지고 있었어요. 결국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미국에 1점 차이로 무릎을 꿇고 은메달에 머물렀습니다. 그때 언론에선 내막도 모르고 ‘한국이 정보에 어두웠다. 실패가 예정됐다’고 비판했지요. 그래서 양궁협회를 중심으로 장비를 개발하기로 하자 모두 미쳤다고 했어요. 장난감 수준의 활을 가지고 시합을 한다고 하자, 반발이 대단했어요. 그렇지만 이걸 극복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밀어붙였어요. 그때 외환위기가 터졌어요. 달러가치가 치솟아 외제 활 가격이 폭등해 초등학생용 풀세트가 350만원까지 했어요. 그래서 초중학교 경기는 국산 활로 하도록 규정하는 등 많은 노력 끝에 이제 10년 만에 세계 톱선수 90% 이상이 국산 활을 쓰고 있어요. 한국산은 가격도 제일 비쌉니다. 대한체육회 소속 경기단체 중 장비국산화율 100%는 양궁 종목이 유일합니다.”

한국 양궁의 산증인 서거원 양궁협회 전무 인터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서거원 전무.

▼ 태권도는 장비 국산화율이 100% 아닌가요.

“아니에요. 머리보호대 같은 장비도 전부 수입품입니다. 양궁은 영국이 종주국인데도 불구하고 국산화가 100% 이뤄졌습니다.”

한국인 체형은 양궁에 부적합

▼ 왜 한국 양궁이 1등인가요. 한국인 체형이 양궁에 유리한 건가요. 아니면 한국인의 유전자가 양궁이란 운동에 잘 맞나요.

“사람들은 한국이 워낙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고 생각해요. 동이족(東夷族)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정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럽에서 출발한 양궁은 유럽인에게 맞는 운동이에요. 동양인은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길고, 팔꿈치에서 손목까지는 짧아요. 유럽인은 반대예요. 이 때문에 유럽인 체형에 맞는 활을 가지고 겨룰 때 동양인이 불리해요. 한마디로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은 운동이에요. 한국의 성공은 뚜렷한 목표의식과 치밀한 전략, 뼈를 깎는 노력 덕분입니다.”

▼ 한국인의 정신 세계와는 맞는 측면이 없나요.

“우리 선수들이 외국선수에 비해 순종적입니다. 그래서 훈련지시를 하면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돼있습니다. 이것은 외국선수에 비해 장점이지요.”

▼ 서 전무가 주도해 정착된 독특한 훈련법이 많다면서요.

“베이징올림픽 때 봤지요? 한국선수들이 활을 쏘려고 하자 관중이 호루라기를 분 사건이 있지 않습니까. 슈팅 순간에 누가 ‘빽’하고 불면, 선수는 집중력을 잃게 됩니다. 해외 경기에선 모든 관중이 한국선수들의 적이라고 보면 됩니다. 유럽에 가면 야유까지 퍼부어요.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 것들을 극복하려면 다양한 훈련방법이 개발돼야 합니다. 잠실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을 때 구단과 협의해 거기에서 양궁을 연습하고 시합경기를 했어요. 수천명의 관중이 있는 사이클 경륜장에서도 대회를 했어요. 슈팅 순간 야유를 극복하기 위해 국방부에 부탁해 공수특전사에서 선수들이 활을 쏘는 순간 총을 쏴달라고 했어요. 흔히 군사문화, 군사문화 하는데 군사문화에 좋은 훈련방법이 많아요. 공수특전사, 해병UDT(특수전여단), 북파공작원 훈련…. 금메달과 은메달이, 혹은 4강 탈락 여부가 마지막 한 발에 의해 결정돼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최대 공포심을 느낀다는 11m 높이에서 하이다이빙을 했고, 45m 높이에서 그리고 62m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했어요.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는 코린토스 운하에서 120m 번지점프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두 달 후 아테네올림픽 때 코린토스 운하에서 번지점프를 자진해서 먼저 한 선수 순서대로 메달이 나왔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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