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호

현대자동차 판매왕 임희성

충남 공주에서 팔리는 자동차 10대 중 1대를 파는 사나이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입력2010-02-01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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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판매는 보통 ‘영업의 꽃’이라고 한다. 자동차는 가격이 수천만원대인 고가의 제품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최종 구매 결정에 앞서 수도 없이 조사하고, 물어보고, 번민하고, 주저하고, 때로는 물러선다. 자동차 영업사원으로선 이런 소비자들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남다른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자동차 판매왕으로 뽑힌 영업사원을 만났다.
    현대자동차 판매왕 임희성
    현대·기아차 그룹 홍보실에 ‘2009년 자동차 판매왕’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자 연락이 왔는데, 기자는 근무지를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자동차 공주지점에 근무하는 임희성 과장이었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알짜 기업이 많이 있어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가 많이 살고 있는 울산이나 포항도 아니고, 충남 공주라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공주 인구는 13만명. 임 과장이 지난해 한 해 동안 판매한 자동차는 362대. 하루에 한 대꼴로 자동차를 판매한 기록이었다. 현대차 영업사원이 1년에 평균적으로 판매하는 자동차는 50대 안팎으로 추산된다. 임 과장은 다른 사람의 7배를 판 것이다.

    인구 13만명으로 자동차 판매에는 결코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중소도시에서 임 과장이 이처럼 놀라운 판매실적을 낸 비결은 뭘까.

    인터뷰를 위해 1월8일 공주를 찾았다. 10여 년 만에 처음 왔는데도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가 근무하는 현대차 공주지점은 중소도시의 전형적인 지점이었다. 1974년생으로 호랑이띠인 그는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이었다. 근처 식당에서 동태찌개로 점심을 간단히 먹은 뒤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그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사실 예상했던 바다.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렸기 때문이다. 임 과장은 밥을 먹는 도중에도 연신 “미안하다”면서 전화를 받았다.



    결국 기자는 인터뷰의 적절한 진행을 위해 휴대전화를 잠시 꺼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임 과장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진동으로 해놓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지만, 기자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자신의 휴대전화 2대를 사무실 여직원에게 맡겨놓은 뒤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휴대전화가 두 대 있었는데 하나는 전화를 받는 용도로, 다른 하나는 자신이 거는 용도로 쓴다고 했다.

    ▼ 휴대전화로 전화가 참 많이 걸려오네요.

    “죄송합니다. 사실 자동차 영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휴대전화를 꺼놓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목욕탕도 반드시 밤에만 갑니다. 24시간 언제, 어디서라도 전화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휴대전화는 제게는 마약과 같은 존재예요. 휴대전화가 옆에 있어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전화가 없으면 불안합니다.”

    실제로 인터뷰를 시작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의 얼굴에 초조한 빛이 돌기 시작했다.

    ▼ 일하는 곳이 공주지점입니다. 공주는 인구가 13만명인데, 1년에 공주에서 팔리는 새 차는 몇 대인가요.

    “한 달에 280~300대, 1년에 3300~ 3600대가 팔립니다.”

    임 과장이 지난해 판매한 자동차는 모두 362대. 그가 혼자서 공주 자동차 판매 시장의 10%를 장악했다는 설명이다. 놀라운 기록이다. 그는 “자동차 영업사원 간에 경쟁이 치열하지만, (판매가) 제쪽으로 이끌려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판매는 주로 공주에서 이뤄지지만 때로는 천안, 아산, 대전 그리고 서울에서도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주유소에서 배운 교훈

    현대자동차 판매왕 임희성

    자동차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임희성 과장.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그의 부인이다. 요즘은 부인이 그의 일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

    ▼ 현대차에서 보내온 자료를 보니 2001년에 입사했더군요. 왜 자동차 영업사원을 지원했나요.

    “어릴 때부터 영업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연관성이 있는 학과를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대학에서 지금의 아내와 교제하던 중에 아내가 임신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서둘러 1998년에 결혼을 했습니다. 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라 마땅히 갈 만한 직장도 없었고, 결국 주유소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24세였는데 기름배달도 하고 보일러 청소일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창피했지만 제게는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창피함이 나중에는 보람으로 바뀌더군요. 근무는 힘들었어요. 오전 6시에 문을 열어서 밤 11시까지 일했어요. 한 달에 두 번 쉬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항상 ‘어디에 가도 그곳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강조했어요. 그래서 주유소에서도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그랬더니 주유소 매출이 늘어나더군요.”

    ▼ 주유소 매출도 직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폭이 있는가 보지요.

    “그럼요. 저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손님에게 최선을 다했고 배달을 가면 현장관리도 잘하고. 또 나중에 일을 마감할 때 정산을 정확하게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도 정확하게 했어요. 그러니까 주유소 사장님이 무척 좋아했어요. 사장님은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분이었는데 그분을 통해 공주에 있는 많은 사람에게 ‘임희성’이라는 이름을 좋은 쪽으로 알리게 됐어요.”

    그는 그 주유소에서 4년을 일했다. 이후 농협에서 기능직으로 6개월 동안 가스배달을 하다가 허리를 다친 뒤 그 주유소에서 1년을 더 일했다. 그러다가 2001년 우연한 기회에 현대차에서 영업사원을 뽑는다는 말을 듣고 응시해 공주지점으로 발령을 받았다.

    ▼ 입사 초기에 판매실적은 어땠나요.

    “처음이라 자동차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상담 기술도 몰랐기 때문에 고참을 따라다니면서 옆에서 지켜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그때 40대 정도 팔았던 것 같아요.”

    ▼ 영업사원으로 첫해에 40대 정도 팔았으면 잘한 것 아닌가요.

    “사실은 저도 놀랐습니다. 더구나 돈을 너무 많이 받았아요. 첫해 월급을 포함해서 저는 2000만원 정도 벌었어요. 주유소에서 일할 때에 비해 너무나 많은 돈을 받았습니다. 주유소에서는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항상 일하는 코드에 맞춰져 있었어요. 그런데 현대자동차에 들어오니깐, 당시 토요일은 반근무일이어서 절반만 일하고, 일요일과 국경일에는 놀고. 오후 5시 반이 되니깐 일이 끝났다고 집에 가라는 거예요. 그리고 오전 8시 반에 출근하고. 세상에 이런 직장이 있는가 싶었어요. 처음 2,3년간은 적응을 하지 못했어요. ‘내가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어요. 주유소에서는 기름으로 목욕을 하면서 고생을 해도 연간 1500만~2000만원 벌어요. 그런데 현대자동차라는 좋은 회사에 와서,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것에 오히려 적응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는 남는 시간에 ‘일하는 것’으로 불안감을 해소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잠재적인 고객을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했다. 평일에도 근무시간이 끝난 뒤 현장을 누볐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틈틈이 택시회사를 찾아다니면서 영업을 했다.

    입소문의 힘

    남이 쉴 때 쉬지 않고 일하는 ‘임희성’의 모습은 금세 공주에서 화제가 됐다. 택시회사 사장들은 “임희성이라는 친구가 정말로 열심히 일한다”는 말을 했고, 이 말은 계속 퍼져 나갔다.

    “사실 제가 열심히 한 것은 10%밖에 되지 않아요. 나머지 90%는 입소문입니다. ‘임희성이 열심히 한다’는 말을 다른 사람들이 해줬고, 그것이 지금의 임희성을 만든 것입니다.”

    ▼ 자동차 판매실적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인가요.

    “2002년 월드컵 때였습니다. 그때는 경기가 좋았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업’돼서 지냈어요. 자동차를 사지 않으려고 하다가도 축구경기에서 우리가 이기면 다음날 막 사주고 그랬습니다. 저는 월드컵 덕을 많이 봤어요. 그때 판매대수가 100대가 넘었고, 지역 판매왕이 됐지요.”

    임 과장은 2003년부터는 전국 톱 10에 들어갔고, 2007, 2008년에는 2년 연속 전국 2위를 하다가 2009년 전국 판매왕이 됐다.

    ▼ 임희성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알렸나요.

    “자동차 판매를 시작할 때부터 나는 영업으로 먹고살겠다고 결심을 굳혔어요. 제 차에도 ‘현대자동차 임희성’이라는 글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습니다. 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양복에도 ‘현대자동차 임희성’이라고 수를 놓아서 입고 다녔습니다.”

    ▼ 혹시 부끄럽지 않았나요.

    “당연히 부끄럽지요. 저도 자식과 가정이 있는 사람인데…. 처음에는 ‘저 친구 또라이 아니야’ 하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일부 직원들은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수군거리기도 했어요. 다른 영업사원은 ‘너 때문에 다른 영업사원이 피해 본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사실 저도 그런 입장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임희성은 차를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이다’ ‘나에게는 나만 믿고 사는 가족이 있다’며 밀고 나갔습니다. 제 이름을 수놓은 양복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판매가 다음날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쌓이면 사람들이 저 사람에게 차를 사면 속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영업의 경우 처음 몇 년간은 고생하다가 어느 순간이 지나면 비행기가 이륙하듯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임 과장이 시작과 함께 뜨기 시작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자동차 판매왕의 비결은 뭔가요.

    “별다른 영업비결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노력을 많이 했어요. 1t 차량을 사서 야간에 불이 들어오도록한 탑차 광고도 했어요. 그런데 다른 영업직원들이 피해를 봐서 두 달 만에 그만뒀습니다. 플래카드 광고도 많이 합니다. 50개 정도를 준비해서 공주 일대에 거는 겁니다. 공주 거리에서 1년에 절반 정도는 제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 마케팅 비용이 상당히 들어갈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영업은 투자입니다. 저는 1년에 마케팅 비용으로만 1000만원 넘게 씁니다. 일반적으로 영업사원들은 마케팅에 이 정도 돈을 쓰지 않아요. 공주 사람들은 임희성이라는 이름을 10명 중 2명꼴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 이름을 안다고 제게서 차를 사준다는 보장이 없어요.”

    공주 시민 20%는 ‘임희성’ 알아

    현대자동차 판매왕 임희성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다.

    공주시장도 아닌데, 공주에서 10명 중 2명꼴로 임희성이란 이름을 알도록 하기 위해선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이를 위해 그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5년째 주말에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전단지를 돌린다고 했다. 한 달에 그가 아파트 단지에 돌리는 판촉지가 자그마치 1만2000장이다.

    “아내와 저 두 사람이 주말에 일을 해야 한 달에 1만2000장을 모두 돌릴 수 있습니다. 엄청 힘들어요. 이 때문에 별도로 운동하지 않더라도 살찔 시간이 없습니다. 대도시라면 아파트 주민들이 저를 고발한다는 말도 할 수 있지만 공주는 소도시라 그렇게는 말하지 않지만 ‘당신에게 차를 살 테니깐 제발 그만 붙이라’는 말도 자주 들어요. 사실 그저께 주차된 자동차에 판촉지를 꽂아놓았다가 차주인으로부터 ‘차에 그만 좀 붙여라, 한 번만 더 붙이면 알아서 하라’는 꾸지람까지 들었어요.”

    그렇지만 그는 앞으로도 판촉지를 계속 돌릴 예정이라고 했다. 임희성 과장이 노력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 한 달에 1만2000장을 붙인다고 해도 꼭 판매 증대로 연결된다고 보장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 차를 팔 욕심도 있지요. 그런데 나름대로 제 이름도 알리고, 고객들에게는 ‘임희성이가 요즘 연락은 없지만 휴일에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하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효과적이에요.”

    ▼ 고객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현재 제 휴대전화에는 3000명 정도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습니다. 고객 3000명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연하장도 보냅니다. 가끔 전화도 합니다. 특히 장거리 출장시 남는 시간에 전화를 많이 합니다. DM (direct mail)은 1800명 정도에게 보냅니다. 올해 목표는 매일 5~10장의 명함을 가져와 DM 발송용 DB를 늘리는 것입니다.”

    ▼ 전화 통화는 얼마나 많이 하나요.

    “제가 한 달에 15시간씩 무료 통화시간을 주는 10만원짜리 약정요금 상품에 가입했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을 씁니다. 휴대전화가 두 대인데 합쳐서 한달에 전화요금이 30만원 정도 나옵니다. 하루에 150~200통을 받는데 통화시간이 3~4시간 됩니다. 입이 아프고, 입안이 허는 등 입병이 자주 납니다. 그래서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하려고 노력합니다. 전화상으로 고객에게 일일이 설명 해줘야 하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다보면 몸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청력도 나빠졌어요. 집에 가면 말을 잘하지 않아서, 애들이 아빠가 말이 없다고 불만입니다. 저는 항상 머리맡에 전화를 놓고 잡니다.

    새벽 1시, 3시에 고객이 전화를 걸어와도 항상 잠에 취하지 않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습니다. 고객이 전화했을 때 언제든지 일할 수 있는 전투모드로 있는 게 중요합니다. 혹시나 제가 지친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면 고객은 ‘오늘 쉬는 날인가보지요. 다음에 전화하겠습니다’하면서 떠납니다. 고객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아요.”

    연소득은 약 2억원

    ▼ 1년에 돈을 얼마나 버나요.

    “제 연봉이 2억원쯤 됩니다. 이 중 세금으로 35% 정도를 냅니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 인사, 업체관리, 저를 도와주는 사람에 대한 사례 등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차량 유지비도 한달에 100만원 정도 들어갑니다. 돈을 아끼면 영업을 할 수 없어요. 퍼서 주다보면 언젠가는 제게 돌아옵니다. 1억2000만원 정도가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1년에 저축하는 액수가 5000만~6000만원 됩니다. 일반 사람은 5000만원 벌기가 쉽지 않은데 많이 버는 거지요.”

    그는 오전 7시 반이면 지점에 출근한다. 점심은 먹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라고 했다.

    “점심을 먹으려면 오전 11시 반부터 뭘 먹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오후 1시에 사무실에 돌아온다고 해도 30분은 졸려서 일을 제대로 못 합니다. 결국 2시간이 들어가는 셈이지요. 이 시간이면 구매 고객에게 인도할 차량 관련 서류를 갖출 수 있고 오후 스케줄을 짤 수 있어요. 그것을 생각하면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요. 이제는 점심을 먹는 게 부자연스럽습니다. 오줌 눌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인지 요즘 소변이 안 좋아졌습니다.”

    ▼ 이렇게 고생하는 게 지겹지는 않나요.

    “힘들지요. 그렇지만 비전을 가지고 일합니다. 언젠가는 현대자동차 지점을 직접 운영하고 싶어요. 이 같은 비전을 꿈꾸게 하는, 조그만 씨앗을 심어준 게 아버집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어디에 가건 필요한 사람이 돼라’는 말씀을 강조했거든요. 그리고 힘들 때마다 잠들어 있는 내 아이를 보면 힘이 납니다.”

    임 과장은 사실 조리 있게 말하는 영업사원은 아니다. 그에게 성격이 자동차영업에 맞는지를 물었다.

    “제가 언변이 뛰어난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중요한 순간에 재치가 좀 있다고 봐요. 영업에서 상담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재치예요. 예를 들어 남편이 부인의 반대를 꺾고 자동차를 구입한 뒤 차량을 픽업해 갈 때 꽃다발을 사서 차 안에 넣어주면 부인이 그렇게 좋아해요.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 비위를 잘 맞추는 편이에요. 그 비결이 뭔지 아세요. 들어주는 거예요.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열 받은 고객도 말을 잘 들어주면 나중에는 풀어져요.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중간에 끊으면 정말 좋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순간에 ‘맞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추임새를 넣어주면 효과적입니다.”

    ▼ 영업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자존심을 굽히는 게 어렵다고 하던데, 임 과장은 어떤가요.

    “신규방문할 때 처음에는 얼굴이 빨개지고 말도 더듬거렸지요. 이제는 신규방문에서도 차를 팔러왔다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자존심은 지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현대자동차 판매왕 임희성

    임희성 과장 책상에 붙어있는 글귀와 가족사진.

    ▼ 그래도 문전박대를 당하면 속에서 욱하지 않나요.

    “전에 식자재 납품회사인 ‘장모님식품’이란 회사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이미 거래하고 있던 카마스터(자동차 영업사원)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고객과 인터벌이 있다고 판단하고 제가 자주 찾아 갔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장님으로부터 ‘거래하는 사람이 이미 있다. 바쁜데 나가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어요. 거래하던 카마스터가 안에 있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온 적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마음이 좋지 않지요.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이 ‘들어와서 커피 한잔 하라’는 말을 하더군요. 이것은 기회를 한번 준다는 의미지요. 그래서 카마스터가 멀리 있는 것과 가까이 있는 경우를 비교하면서 제가 신속함에서 우수하다는 것을 강조했더니 그것을 높이 사더군요. 결국 ‘장모님식품’ 사장을 통해 다른 사장님과도 연결돼서 지금까지 100대 정도 팔았습니다. 제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회사입니다.”

    그에게 ‘눈물 흘린 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동료 카마스터 사이에서 소외될 때 힘들어 운 적이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는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는 “일하면서는 힘든 것이 없는데, 내적인 부분이 부족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직군 중에서 자동차영업직은 스트레스가 높은 직군으로 분류된다. 매일, 매달 숫자로 개인의 실적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37세의 자동차 판매왕은 이 같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요즘 앞머리가 자꾸 빠지는데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어요. 그런데 저는 자동차 판매 스트레스 때문에 빠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추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저는 대신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봉사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습니다. 저는 믿음이 떨어지지만 교회 사람과 이야기하다보면 큰 힘이 됩니다. 교회 사람은 일반 사회 사람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각성을 하면서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동차판매왕이 힘든 순간

    ▼그래도 힘들 때가 있지 않나요.

    “보름 동안 계약이 한 건도 없을 때에는 죽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사람을 만나기도 싫어요. 이럴 때가 일년에 2,3번은 꼭 있습니다. 어디에 가서 빠져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럴 때에는 입을 꽉 다물고 아파트 판촉을 하러 갑니다.”

    그의 고객 중에는 서민층이 많다. 아반떼, 포터, 스타렉스가 판매 차종의 70% 이상이다. 쏘나타는 많이 못 파는 편이고, 현대차의 최고급 차종인 에쿠스는 매년 2,3대 판다고 했다.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전에는 새벽에 수영을 했는데 새벽 판촉활동을 시작하면서 수영을 그만뒀습니다. 대신 많이 걷습니다. 키가 176㎝에 70㎏인데 살 찌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살이 붙으면 일하는 데 힘들거든요.”

    ▼언제 가장 행복한가요. 차를 많이 팔 때 행복한가요.

    “제가 발굴한 고객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을 때 제일 행복합니다. 힘든 상황에서 그런 전화 한 통 받으면 판매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힘이 솟고 앞으로 더 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됩니다. 어떨 때에는 (계약을) 막 주우러 다닐 때가 있어요. 한번 (계약 물꼬가) 터지면 그렇습니다. 고객 얼굴도 보지 못하고 차량을 인도할 때도 있어요. 미안한 일이지요. 올해는 어떻게 이것을 극복할지가 관건입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반. 휴대전화를 맡겨놓았던 여직원이 인터뷰가 끝나는 것을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노크를 했다. 꼭 받아야 할 전화가 왔다고 했다.

    임 과장 거래회사인 택시회사에서 걸려온 급한 전화였다. 한 시간 반 동안 걸려온 전화가 벌써 30통 가까이 됐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모든 문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자녀에게 가장으로서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판매왕’다운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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