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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의 세상 속으로 풍덩~ ⑦

잔혹하고 끔찍한 10대들의 살인놀이

일곱 번째 르포 : 범죄의 재구성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잔혹하고 끔찍한 10대들의 살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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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뭐하는 사람이래요?

잔혹하고 끔찍한 10대들의 살인놀이
비탈이 가파르고 길다. 계단 오르기가 버겁다. 등짝이 땀으로 범벅이다.

서울 서대문구 ○○동 ○51번지 1호는 구멍가게다. 아주머니들이 콩국수를 만들어 나눠 먹는다. 늦은 아침 식사다.

“아이들이 친구 때려죽인 거? 알지. 어른 꼭대기에 있어. 못 혼내. 해코지하거든. 걔네들이 공터에 모여서 담배 피우는데, 무섭다니까. 어른이고 뭐고 뵈는 게 없어. 2○호는 아래쪽인데. 형사 양반이구먼.”

올라온 비탈을 거꾸로 내려갔다. 왼쪽으로 중산층, 서민이 사는 아파트가 서 있다. 아파트와 ○51번지는 쇠로 만든 담장으로 생활권을 분리했다. ○51번지는 노후한 주택이 밀집한 저소득층 거주지. 서울에 이런 곳이 남아 있나 싶다.



C양 집을 찾기가 어렵다. 구멍가게가 또 있다. 가게 주인이 전화로 소주 독한 거와 박카스를 주문한다. 순한 소주는 잘 안 팔린단다. 주인에게 C양 집을 물었다. 아주머니가 세수하고 가라며 물을 내준다. 팔을 씻겨주면서 웃는다.

“요즘은 순찰차가 매일 돌아. 예전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남자들이 아침부터 막걸리를 마신다. 해가 중천에 오르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대취한 이가 있다. 구멍가게 앞엔 ‘○○제○○구역 관리처분 계획, 원안 가결’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집주인들이 재개발을 추진한다고 남자들은 말했다.

계단이 뻗은 골목은 낮에도 음침하다. 폭이 1~3m가량인 비탈길을 따라 집이 빽빽하다. 살인사건은 ○51번지 2○호에서 일어났다.

C양 집으로 올라가는 골목엔 CCTV가 설치돼 있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을 목적으로 달았다고 한다. 골목길 계단에는 고양이똥 천지다. 똥마다 똥파리가 앉아 있다. 파리 떼가 계단을 기어 다닌다.

먹고살기 버거운 이들은 이웃집이 어떻게 사는지 잘 몰랐다. C양과 같은 골목에 사는 40대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남녀가 짝으로 계단에 쪼그려 앉아 담배 피우기에 한마디했더니 욕을 해대면서 덤비더군요. 사고 칠 줄 알았어요. 부모가 뭐하는 사람이래요?”

C양 집 현관 앞엔 소주병 5개가 나뒹굴었다. C양의 부모는 도배 일을 한다. 집을 비우고 지방으로 일 떠날 때가 많다. 한 달 넘게 집을 비운 적도 있다. C양 아버지는 “집에 있기가 무섭다. 딸이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고 말했다.

C양 집은 비좁았다. 동굴처럼 생긴 집은 작은방 2칸과 세탁실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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