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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의 세상 속으로 풍덩~ ⑨

쓰레기더미에서도 장미가 필 것이다, 한국처럼

아홉 번째 르포 : 네팔의 한국인 천사들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쓰레기더미에서도 장미가 필 것이다, 한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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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더미에서도 장미가 필 것이다, 한국처럼
럭시미 따망은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 열여덟 살. 아이들이 그녀의 일터인 초등학생 공부방만한 크기의 도서관에서 뛰논다. 그녀는 열 살 때 강에서 놀다가 전기에 감전돼 화상을 입었다. 다리 한쪽을 잘라내야 했다. 고운 얼굴에 흉터가 남았다.

그녀는 카트만두 북서쪽 누와콧 언덕에 산다. 카트만두에서 누와콧으로 가는 길은 가팔랐다. 벼랑에 매달린 버스가 아찔하다. 4년 전 추락했는데 지금껏 치우지 않았다고 한다. 4륜구동으로 기어를 바꿨는데도 도요타 랜드크루즈가 낑낑댄다.

히말라야 산맥이 굽이치는 언덕길을 내려다본다. 칠흑 같은 밤에도 설산(雪山)은 웅혼하다. 럭시미는 히말라야를 ‘히말’이라고 부른다. 히말은 눈 덮인 산을 가리키는 네팔어 보통명사.

럭시미의 나라에선 해발 4000m가 넘어야 산(mountain)이라고 부른다. 누와콧은 4000m에 못 미치는 언덕(hill). 누와콧 여인숙에서 에베레스트를 들이켠다. 맥주병에 셰르파족 남자가 그려져 있다. 에드먼드 힐러리 경을 에베레스트 정상에 데려다준 그 사내다.

네팔은 굶주린다는 북한(1인당 GNI 960달러·2009년 기준)보다 더 가난하다. 1인당 GNI가 500달러에 못 미친다. 인구 2900만명의 40%가 빈곤선(하루 1.25달러) 밑에서 살아간다. 유아 사망률, 임신부 사망률은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 국가들과 최악을 다툰다.

네팔의 환경은 발전을 이루는 게 요원해 보일 만큼 열악하다. 럭시미는 “한국처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2009년 12월의 한강을 기억한다. 1950년대 한국은 네팔보다 더 가난했다. 쓰레기더미에서도 장미는 핀다.

“전기 나가면 그냥 자요. 하하”

쓰레기더미에서도 장미가 필 것이다, 한국처럼

럭시미 따망은 대구에서 다리수술을 받았다.

그녀를 만나기 사흘 전 카트만두에 도착해 시설이 최고라는 호텔에 묵었다. 수도꼭지에서 흙탕물이 나왔다. 엉망인 난방시설 탓에 밤마다 떨었다. 전기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 하루 10시간만 전기를 공급한다.

깡통 안에 사람을 구겨 넣은 것처럼 도시가 빽빽하다. JICA(일본국제협력단)가 닦아준 길에 올라 카트만두에서 티미로 이동했다. 갓길을 갖춘 4차선 도로가 반갑다. 시내 도로와 다르게 정비를 잘 했다.

US-AID(미국 국제개발처) 차량이 JICA가 닦은 길을 내달린다. 다리 교각엔 일장기가 새겨져 있다. 서남아시아 국가들이 지어준 병원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난다. 중국이 세운 병원도 서 있다.

한국-네팔 친선병원은 티미의 유일한 종합병원. 내과 전문의 이용만(66) 박사가 회진을 돌고 있다. 배에 물이 찬 83세 노인이 응급실에 누워 있다. 한국어 영어 네팔어가 뒤섞여 오가면서 진료가 이뤄진다.

이 병원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134만달러를 원조해 지은 것이다. 매달 1200명가량이 진료를 받는다. 이용만 박사는 KOICA 시니어 해외 봉사단원. 네팔의 한국인 슈바이처로 불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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