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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 기자의 지속가능성 談論

종편이 낳은 미디어의 사회책임 이슈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종편이 낳은 미디어의 사회책임 이슈

종편이 낳은 미디어의 사회책임 이슈

채널A의 CSR 홈페이지 구성안.

언론은 권력을 견제하고,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보도한다. 이 속성을 벗어날 순 없다. 그런데 언론 자신은 정작 이런 큰 명제 뒤에 숨어서 내부를 보여준 적이 거의 없다. 그런 국내 언론계에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계기가 바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사업자를 모집하면서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가능성을 평가하겠다고 명시했다. 그 가운데는 기업 등 단체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표준인 ‘ISO(국제표준화기구)26000’을 앞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구체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항목도 있다. ‘ISO26000’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내부 공개다. 조직 지배구조 개선, 인권, 환경, 공동체의 사회·경제 발전 등 7대 핵심주제를 갖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기업 활동을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당연히 이번 종편 신청사들이 이 심사항목에 맞춰 저마다 답안지를 제출했다. 채널A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이미 관심을 갖고 있던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사회책임 활동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펴내겠다고 선언했다. 이 보고서에는 자신들이 잘못한 부분도 담길 수 있다.

● 채널A 국내 최초로 미디어 기업 사회책임(CSR)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방송의 공정성 및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방송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공정보도 에디터 및 시청자 모니터단, 프로그램 상시자문단을 운영하겠습니다.

● 매일경제TV 장래 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만들며 ISO가 권고하는 사회적 책임기업의 모범이 되겠습니다.

● jTBC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해 국제기구(UNGC)에 가입하고 사회공헌백서를 발간하겠습니다.

미디어 기업에 ‘사회적 책임 경영’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조 콘피노 CSR 담당 이사는 “미디어 기업이 왜 CSR 경영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과거 미디어 기업은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말해주겠다. 그러나 우리 내부를 보여주진 않겠다’는 자세로 일관해왔다. 그 결과 영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언론은 신뢰를 잃어왔다. 만약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어떤 기준이나 가치에 맞춰 살기를 요구한다면 우리도 그래야 한다. 권력은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러지 않으면 왜곡된다. 다른 사람의 행동과 잘못에 대해 투명함을 요구한다면 미디어 자신도 그래야 한다. 그것이 CSR을 해야 하는 이유다.”

‘미디어 CSR 포럼’ 생길까

영국뿐 아니라 미디어 선진국에선 미디어 기업이 먼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자각하고, 구체적인 CSR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BBC와 ITV, 가디언, 피어슨 등 영국의 12개 주요 미디어그룹이 결성한 모임인 ‘미디어 CSR 포럼’은 2008년 ‘CSR을 실행하지 않는 미디어 기업은 독자·시청자와의 관계에서 큰 손해를 볼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종편이 낳은 미디어의 사회책임 이슈
국내 방송 등 미디어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과 관련,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거나 연례 보고서를 펴내는 곳이 하나도 없다. BBC의 요게시 초한 CSR담당 상임고문은 “한국의 미디어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영국의 미디어 CSR 포럼 같은 전국적인 조직이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해엔 미디어 기업의 사회책임 논의가 확산될 수 있을까. 어쨌든 종편 선정이 낳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신동아 2011년 1월 호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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