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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전 인권위원장 회고록

치욕의 날, 是日也 放聲大哭

‘이카루스의 날개로 날다’ ⑦

  • 안경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ahnkw@snu.ac.kr

치욕의 날, 是日也 放聲大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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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삼권분립’ 벗어나 있는 인권위는 위헌적 기관?
  • ● 이명박 정부 출범과 조직 축소 시도
  • ● 세계인권선언 60년, 초라한 환갑 잔치
  • ● 대통령 상대 권한쟁의 심판 준비한 이유
치욕의 날, 是日也 放聲大哭

2007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해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과 함께 현판을 걸고 있다.

새대통령이 선출되고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어김없이 따르는 것이 정부조직 개편작업이다. 언제부턴가 모든 대선 후보자의 공약에 어김없이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선언이 포함된다. 국민이 공무원에 대해 갖는 막연한 적대감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이다. 공약에 따라 실제로 몇 개 부처가 통·폐합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담아 새로운 부처가 탄생하기도 한다. 어쨌든 공무원의 숫자는 좀체 줄지 않는다.

인구와 선진도가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공무원 숫자가 많다, 적다 논쟁이 분분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 직업공무원의 신분은 견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한때 공무원이 부패와 무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특별한 자격이나 재능이 요구되지 않고 봉급도 매우 낮았다. 그래서 시쳇말로 ‘말단공무원이나 해볼까’라는 속어가 생기기도 했다. 물론 행정고시를 통해 입신영달하는 소수의 엘리트집단이 있었다. 이들만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이른바 ‘성골’신분이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직급을 막론하고 모든 공무원이 선호 직업이다. 봉급도 부정을 변명할 수 있을 만큼 적지 않고, 무엇보다도 안정된 신분이 매력이다. 그만큼 나라가 발전했다는 징표일 것이다.

강력한 신분제의 부작용인 관료행정의 경직성을 탈피하기 위해 별정직, 계약직 등 다양한 신분의 공무원제도를 도입했다. 제도적인 장점이 많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신분 사이에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대우, 승진, 보직, 이 모든 면에 있어 특수신분의 공무원은 주류의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놓이기 십상이다.

정권이 바뀔 때면 공무원은 긴장한다. 상위 직급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조직 개편에 따라 자신의 자리가 직접 영향받을 수도 있다. 모든 부처가 기관 이기주의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전방위 로비작업이 벌어진다. 가히 복마전이다. 부서장의 능력과도 관련된 일이다. 조정대상으로 떠오른 기관은 비상이다. 무조건 버텨내야 한다. 잠시 몰아치는 폭풍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 이내 다시 평온을 되찾을 것이다. 그게 공무원 사회다.

정부조직 개편 작업에는 예외 없이 ‘전문가’인 행정학자가 대거 기용된다. 그러나 이들 행정 전문가가 어떤 기여를 하는지는 냉정하게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1992년 김영삼 후보가 승리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생겼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당선자로 인수위 전통이 이어졌다. 이제 누가 인수위에 들어가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이들 중 다수가 새 정부의 요직에 진출한다. 치열한 줄 대기가 벌어진다. 선거캠프에 참여한 공신 사이에 격렬한 논공행상의 전투가 벌어진다. 인수위 실무진은 정부 각 부처에서 차출된다. 대체로 자신의 부처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다. 그래서 향후 5년간 이들의 전도는 더욱 밝다.

2007년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낙승할 것이 예상되고 있었기에 그의 캠프에는 정치지망생 인재가 넘쳐흘렀다. 이 후보의 ‘정치특보’만 수천 명이 된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명박 당선자의 인수위 위원장은 이경숙 당시 숙명여대 총장이, 부위원장은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김형오 의원이 맡게 됐다. 대학교수도 여럿 포함됐다. 거의 대부분 내가 알 만한 사람이었다.

검사와 행정학자의 합작품

인수위는 곧 정부 조직정비작업에 들어갔다. 무분별하게 난립한 각종 ‘위원회’를 통폐합하는 것이 중요한 의제의 하나였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탄생한 ‘과거사’ 관련 위원회 14개가 집중 표적이 됐다. 새삼스럽게 친일, 독재 등의 과거 행적을 들춰내는 일이 부담스러운 세력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는 정서가 있었다. 업무와 의제는 다르지만 사회 통합보다는 분열을 책동하는 좌파세력의 집결지라는 정서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행정학자도 미국에서 수학한 사람이 절대다수다. 대부분 단기적인 실적과 효용을 중시하는 기능주의자다. 인수위에는 전직 검사도 중용되었다. 모두가 인권위에 대해 적대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거나 실체를 잘 모르고 있었다.

새 정부의 인권위에 대한 기본방침은 검사와 행정학자의 합작품이라는 세평이 있다. 이들이 이해하는 전형적인 국가조직의 원리는 몽테스키외 식 삼권분립이다. 즉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이외에는 국가기관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국가기관이든 전통적 3부의 하나에 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3개 부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른바 ‘독립기관’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몽테스키외의 이론이 탄생한 후 200년에 걸친 발전을 모르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각종 행정위원회가 헌법의 직접적인 규정 없이 독립된 지위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머리 없는 국가의 제4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심지어 우리나라 인권위가 위헌적 기관이라는 주장을 하는 한심한 헌법학자도 있었다. 한때 배심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법실무가 사이에 광범하게 퍼져있었다.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헌법의 정신과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경직된 법 논리다. 국민주권국가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국가권력의 배분은 오로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수단이 목적을 능가할 수 없다. 배심이나 인권위가 존재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면 헌법에 위반될 수 없다. 속말로 누구를 위한 헌법인가? 헌법은 국민의 편인가, 아니면 국가기관의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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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ahnkw@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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