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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파리 사이 101장면 ⑦

라 윈 서점이 크리스티앙 디오르 매장 몰아내다

다시 만난 낯선 파리

  • 정수복│사회학자·작가

라 윈 서점이 크리스티앙 디오르 매장 몰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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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가 화려하면서도 인간적인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것은 걷고 싶은 골목길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파리의 모든 길에는 차도와 구별된 인도에 대한 배려가 각별하다. 보행자, 걷는 사람의 권리가 운전자의 권리에 앞서는 도시가 인간적인 도시다.
라 윈 서점이 크리스티앙 디오르 매장 몰아내다

파리 16구 아농시아시옹 거리에 있는 시장의 과일상점.

시차(時差)가 시차(視差)를 만든다. 11개월 만에 다시 파리에 갈 기회가 생겼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1시간을 날아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했다. 11개월 만에 보는 파리, 서울에서 11시간 만에 도착한 파리는 친밀하면서도 다소 서먹서먹하게 느껴졌다.

공항에서 탄 택시는 에트왈 광장의 개선문을 지나 파리 16구 폴 소니에 거리에 도착했다. 주느비에브가 빌려준 작은 스튜디오에 짐을 풀었다. 작은 방에 짐 가방을 풀다보니 30년 전 처음 파리 기숙사에서 유학생 생활을 시작하던 때가 생각났다.

서울과 파리 사이 7시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파리 생활을 시작했다. 일단은 파리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 범행 장소를 다시 방문하듯 나는 내가 다니던 파리의 장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익숙했던 풍경들이 그대로 있어 반가웠고 그동안 바뀐 것들이 눈에 들어와 새로웠다.

풍경 #54 파리에서 만나는 연도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파리에는 역사와 전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내가 사는 건물 입구에 있는 글씨와 숫자는 이 건물이 1906년 레옹 드와네(Leon Doinet)라는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음을 알려준다. 동네 골목길에 있는 침구상점의 진열창 하단에 쓰인 ‘린보사주 더퓨이(Linvosage depuis) 1923’이라는 글자와 숫자는 이 상점이 1923년 개업한 상점임을 말해준다. 카페에서 손님들이 줄여서 ‘세즈(16)’라고 주문하는 프랑스 맥주의 상표 ‘1664’는 이 맥주가 처음 만들어진 해를 뜻한다. 모든 포도주 병에는 ‘보르도 1978’처럼 그 포도주의 산지와 만들어진 연도가 명기되어 있다. 루이비통 핸드백 상점의 쇼핑백에는 ‘루이비통 퐁데 엥(Louis Vutton fonden) 1852’라고 이 상점이 창업한 해가 쓰여 있다. 팡테옹 부근의 생트 바르브 중학교 정문 입구에는 1460년에 개교했다는 숫자가 적혀 있다. 파시 거리 빵집 입구에도 1964라는 창업연도가 적혀 있다. 파리의 일상 공간 곳곳에는 네 자리 연도가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박혀있다.

풍경 #55 기억의 도시

서울이 조선의 수도가 된 지 600년이 넘었다고 하지만 서울은 그리 오래된 도시로 보이지 않는다. 역사의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 온 어느 외국 학자가 서울을 30~40년 정도 된 신흥 도시로 느꼈다고 말한 적도 있다. 건물들이 석조가 아니라 목조라서 오래 보존될 수 없었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6·25전쟁 중에 많은 유적이 재와 먼지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중앙청을 해체하고 경복궁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나, 세종로를 국가 상징거리로 조성하고 끊어진 서울 성곽을 다시 잇는 작업 등은 모두 잊어버린 역사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의미 있는 작업들이다.

지금 2012년 파리의 팡테옹에서는 철학자 루소(1712년생) 탄생 3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 팡테옹 뒤에 있는 앙리 4세 고등학교 정문 앞을 지나는 거리의 이름은 클로비스 거리다. 클로비스 대왕은 508년 파리를 프랑스의 수도로 선포했다. 파리는 1500년 이상 프랑스의 수도 자리를 지켜온 셈이다.

파리에는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프랑스 혁명기와 근대에 이르는 역사적 기억을 간직한 기념비적 건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선 생 미셸 거리에는 로마 시대의 공중목욕탕이 있다. 노트르담 사원과 생 제르맹 데 프레 성당은 중세의 유적이다. 루이 13세와 14세 부자가 지배한 17세기에 뚫린 샹젤리제 대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리가 되었다. 그 당시에 지은 프랑스 한림원, 앵발리드, 발 드 그라스 성당을 비롯한 수많은 건물이 그대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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