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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 2013

부패척결 의지 담았으나 ‘입법 과잉’ 부작용 여지

김영란법

  • 박영수│법무법인 강남 대표변호사·전 대검 중수부장

부패척결 의지 담았으나 ‘입법 과잉’ 부작용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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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못지않게 위험한 건 ‘무능’

여론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 없이 금품 등을 수수했을 때도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한 김영란법의 원안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수정 법안에서 ‘직무 관련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행정벌인 과태료 부과를 규정한 것은 책임주의 원칙상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할 수 없는 현행 형법의 공백을 메운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게다가 과태료를 부과할 때는 형사법적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형사처벌보다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공무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그 후속 조치로 징계도 뒤따를 것이고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승진 불이익은 물론 공직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엄격한 형사절차를 우회한 과태료 부과가 오히려 당사자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개정안이 원안보다 후퇴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한편 여론의 관심은 이렇듯 금품수수 관련 규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정작 이 법안의 핵심은 이해충돌과 관련한 규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법안의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행해졌던 공직사회의 모든 부정부패 항목이 나열돼 있다.

우선 ‘공직자윤리법’과 ‘전관예우금지법’에는 퇴직자 취업제한과 국가기관 사건수임 금지 조항이 있다. 즉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일정 기간에 퇴직 전에 맡았던 업무나 기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을 못하게 하는 규정이다.



그런데 김영란법은 그 반대 상황까지 예상해 규정하고 있다. 차관급 이상 공무원, 광역·기초 자치단체장, 교육감, 공공기관장 등 고위공직자가 임명되면 이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고객의 재정보조, 인허가, 조세부과, 수사 등의 직무수행에서 배제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업무수행 중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수수, 이권 개입 여지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규정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전문가의 공직 임용에 제한을 두면 인재등용은 고사하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개방형직위제조차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패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공무원의 ‘무능’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제도와 문화

김영란법에 따르면 이외에도 직무 관련자에게 사적 자문 제공, 직무 관련자와의 금전차용·부동산·용역·공사 등 거래행위, 고위공직자·인사담당자 가족의 소속·산하기관 특별채용, 고위공직자·계약담당자 가족과 소속·산하기관의 수의계약 체결, 부하직원의 사적 노무 동원, 부동산 개발 등과 관련한 직무상 비밀 이용 등이 모두 금지된다.

과연 이 모든 규정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거니와 법체계상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윤리법, 형법 등에 이 법안까지 얹혀져 ‘입법의 과잉’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김영란법에서 법 조항이 충돌할 경우 더 강력한 처벌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을 정비해 ‘옥상옥(屋上屋)’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는 명제는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김영란법이 지금 시점에서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그동안 쌓아온 법치국가의 테두리 내에서 형사법적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공직윤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제도 개선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청탁을 하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청렴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는 말로 글을 마칠까 한다.

신동아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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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법무법인 강남 대표변호사·전 대검 중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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