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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노회찬처럼 하면 위트 정청래처럼 하면 막말

비유의 정치학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노회찬처럼 하면 위트 정청래처럼 하면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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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사람은 비유를 전혀 쓸 줄 모른다. 무미건조하고 인간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또 어떤 사람은 비유를 잘못 써서 곤욕을 치른다. 비유는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성공을 가져다주는 명검이 된다. 베일까 겁난다고 칼집에 넣어두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노회찬처럼 하면 위트 정청래처럼 하면 막말
비유는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리 눈과 귀는 색다른 표현에 민감하다. 눈에 걸리고 귀에 들어와야 졸던 뇌가 작동한다. 또한 비유는 전달 효과를 높여준다. 같은 내용도 표현 방식에 따라 청중은 극단적으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는가 하면 잠에 빠져들기도 한다. 비유는 설득력을 키우기도 한다. 비유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禍 자초할 수도

많은 이가 비유를 사용하지만,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성공은커녕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면 양해를 얻기 어렵다. 비유는 기본적으로 의도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이다. 비유는 철저하게 자기책임주의 아래에 있다. 부적절한 비유로 논란을 유발한 뒤 사과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무책임하다.

적절, 적시, 적정

우리는 가끔 카타르시스를 주는 비유를 만난다. 적절성, 적시성, 적정성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때다. 비유가 성공적이려면 무엇보다 내용이 적절해야 한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맥락이 닿지 않는 비유는 전달력을 떨어뜨린다. 오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안 하느니만 못한 비유라 할 수 있다.

시기도 맞아야 한다. 가뭄이 심각해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일 때, 기우제를 미신으로 냉소하는 비유를 한다면 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 이 비유가 적합한 것인가’를 늘 고려해야 한다.

센 표현이 능사?

표현 수위 역시 중요하다. 비유의 주목도를 높이려면 이른바 센 표현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내 말이 위력을 가질 수 있을까. 남들을 압도할 수 있을까. 그들을 내 말에 빠지게 만들 수 있을까. 비유는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이 점에서 비유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이다. 말로 영향력, 곧 권력을 획득하려는 것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정치권, 방송가에서 활개

그래서인지 비유는 정치권에서 활발히 사용된다. 방송에서도 환영받는다. 인기 게스트 중엔 ‘비유의 달인’이 적지 않다. 일반인은 이들이 만들어낸 비유를 재활용한다. 이른바 유행어의 유통이다. 다른 말로, 정치권이나 미디어 쪽으로 진출해 성공하려는 사람은 비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중간은 없다

비유는 양날의 칼이므로 성공사례와 실패사례가 극명하게 갈린다. 중간은 없다. ‘그저 그런 비유’는 실패로 봐야 한다. 먼저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한 드라마의 대사가 모든 직장인의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많은 직장인이 ‘바로 내 이야기로군’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묘한 비애감과 전투 의지가 동시에 밀려왔을 것이다. ‘미생(未生)’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열심히 웹 서핑을 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바둑의 돌이 살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인 미생을 인생에 비유한 작가의 의도가 적중한 순간이다.

이 대사가 특히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최근의 사회경제적 환경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적절성, 적시성, 적정성이 모두 잘 맞아떨어졌다.

투박하지만 공감 유발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의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한 말이다. 인간이 개일 수 없지만 ‘개 취급’을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이 말은 좀 투박했지만 공감을 유발했다. 과거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받았다.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어야 했고, 화난 사람 발에 걷어차이기 일쑤였고 그러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쓰였다. 박 사무장의 개 비유가 관심을 끈 이면에는 사람을 과거의 개처럼 취급하는 ‘갑질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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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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