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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심리학

사람이 ‘개’ 되는 군대 ‘개’가 사람 되는 군대

  • 허태균 |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사람이 ‘개’ 되는 군대 ‘개’가 사람 되는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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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병제를 채택한 한국에서 국방 의무는 말 그대로 의무일 뿐이다.
  • 의무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나 교육 없이 의무의 공평성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군복무를 시간 때우기, 또는 피할 수 없는 시간 낭비로만 인식한다.
  • 잇따른 군 사고의 해결책은 참군인의 정체성 확립일지 모른다.
사람이 ‘개’ 되는 군대 ‘개’가 사람 되는 군대

8월 8일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특별인권교육을 받았다.

“우리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요즘 아내가 내게 진지하게 얘기한다. 고등학생인 두 아들이 ‘군대에 가면 별 이상한 일들을 당한다’는 갖가지 소문을 얘기하면서 군대에 가기 싫다고 얘기할 때마다, 아내와 나는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당연한 국방의 의무는 절대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고 타일렀다. 군대에 가서 생각보다 배우는 것도 많다고 얘기해줬다. 얼마 전 군대에 간 조카가 휴가 나왔을 때 보여준, 훨씬 늠름해진 모습을 보고 더욱 확신에 차서 아들들을 설득해왔다.

하지만 최근 뉴스에서 접하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군대 관련 사건들을 보면, ‘이건 아니지’ 싶다. 아들들이 얘기한 그 이상한 소문들이 그냥 근거 없는 루머이고, 군대를 안 가려고 하는 것이 잘못되고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꾸짖을 명분도 없다. 아마 우리 부부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아들을 키우는 모든 부모는 똑같이 난처해졌다. 아니, 난처해진 게 아니라 솔직히 겁난다.

한국 군대의 특수성

지금 한국 사회는 완전히 ‘멘붕’에 빠져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났느냐는 논란과 병영문화혁신 같은 향후 대책에 대한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총기난사, 폭력, 성희롱, 자살 등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이 단기간에 연속적으로 일어나서 사람들이 예민해진 탓도 있지만, 폭력행위의 정도가 너무 심각해서 온 국민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더구나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통해 병영 문화나 환경이 개선돼왔다고 생각했기에 더 허탈해졌다. 그렇다면 왜 그간 이런 노력들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을까.

군대 내에서 여러 사건이 일어나는 원인을 단순화하면,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문제를 일으키는 당사자의 개인적 문제로서의 원인, 그리고 누구에게든 상관없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군대, 특히 한국 군대의 특수성과 관련된 원인이다. 현재 한국 사회를 달구는 뜨거운 논의의 초점은 대부분 후자인 환경적 요인에 맞춰졌다. 특히 군대에서 인권을 소홀히 다뤄 이런 사고들이 발생한 듯한 논의와 함께, 매번 내놓는 대책은 군내 병사들의 인권 보호를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과연 군대와 인권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건지 의문스럽다. 또한 개인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은 상호작용하며,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다뤄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에 접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문제를 단순화한다.

최근의 총기난사와 폭행사망 사건들은 절대 군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적인 불행이다. 하지만 일어나선 안 된다고 믿는다고 해서,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굳이 군대가 아니더라도 유사한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일어난다. 2012년 서울 여의도에서는 직장 동료들에게 앙심을 품은 청년이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흉기로 살해하고 부상을 입힌 ‘묻지 마’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런 ‘묻지 마’ 범죄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 뉴스를 보면 청소년들이 동년배 학생을 폭행하고, 성매매에 동원하고, 심지어 살해해서 암매장하는 등의 사건이 종종 보도 된다. 사회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을 일으킬 만한 젊은이들이 징집되기 전에 그런 사고를 치지 않을 경우 때가 되면 군대에 간다. 보통 같은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 중에 군대에 가는 비율은 90% 이상으로 알려졌다.

무한책임, 무한신뢰

그렇다면 군대 복무 기간이건 그 후건 범죄행위나 각종 사고를 일으킬 위험성을 가진 젊은이 대부분이 군대에 복무한다는 얘기가 된다. 사회에 있으면 더 끔찍하고 다양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군대에서 관리하는 것이고, 그것이 완벽하지 못해 각종 사고가 일어난다고 볼 수도 있다.

군대에서 발생하는 사고 빈도는 오히려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고 빈도보다 낮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병사들의 자살률도 같은 또래 일반 자살률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 20대 자살률은 약 0.02%인데, 같은 연령대의 병사 자살률은 약 0.01%다. 물론 이런 사고들도 최대한 막아야 하겠지만, 수치상으로만 해석한다면 군대가 이런 사고의 원인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이런 사고를 낮추는 환경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합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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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균 |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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