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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증거인멸’에 분노 ‘안전’은 그다음

‘땅콩회항’ 사건과 갑질

  • 유승찬 | 스토리닷 대표

‘폭행’ ‘증거인멸’에 분노 ‘안전’은 그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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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증거인멸’에 분노 ‘안전’은 그다음

이마트 고객이 경비원에게 욕설과 폭력을 가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갑질’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이 글은 곧바로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어른들이 만든 구조적인 문제를 두고 수모를 당한 을의 반성을 촉구하는 글’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조 교수의 논조에 동의하는 글도 있지만 극소수다.

논란이 일자 조 교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약자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겁니다. 노무현은 그 아르바이트생보다 더 가난했지만 자신의 자존심과 신념을 지켰습니다”라고 해명성 글을 올렸다. 여기에 “땅콩회항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젊지 않은 나이에 퇴사를 각오하고 누군가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잘못이 없어도 갑인 고객에게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할 수는 있겠지만 단체로 무릎 꿇을 만큼 우리 사회가 그렇게 엉터리인가요”라며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자 “소비자 앞에 정규직뿐 아니라 임원까지 무릎 꿇는 사회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저항하라고 하는 것이 합당한 요구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비판의 화살을 잘못 들이댔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비정규직법안이 을들의 숨통을 더 조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았다.

‘폭행’ ‘증거인멸’에 분노 ‘안전’은 그다음
‘부사장’과 ‘사무장’이 2, 3위

갑질 논란의 중심에는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 달 동안 ‘조현아’와 ‘땅콩’을 함께 언급한 글은 무려 36만8103건이나 됐다. 하루 평균 1만 건 이상 꾸준히 언급된 셈이다. 언급량 추이를 보면 12월 9일 2만9604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이 있던 12월 19일을 전후로 급격히 줄어든 언급량은 같은 달 31일 조 전 부사장의 구속과 동생 조 전무의 ‘복수 문자’ 파문으로 다시 늘었다. 앞서 분석했던 ‘갑질’ 언급량 추이와 거의 같다.



그러다 1월 10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사건을 다시 조명하면서 ‘조현아’와 ‘땅콩’ 언급량은 하루 2만 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와 관련 2000회 이상 리트윗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글들 중의 하나다.

[@jung****] “사무장은 자신 보호해주려다 힘든 순간 보내고 있는데, 땅콩항공 피해자라는 여승무원은 교수 제의 받고 ‘폭행폭언 없었다’고 진술. 진술 받으러 갈 때 웃는 게 카메라에 포착. 웃음 사진 본 사무장 표정….”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의 전체 연관어 1위는 12만2632건의 압도적 언급량을 보인 ‘대한항공’이다. 2위는 조현아의 직급인 ‘부사장’으로 8만5934건을 기록했다. 3위는 4만928건의 ‘사무장’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 즉 갑을의 직책이 나란히 2, 3위에 오른 점이 이채롭다. 4위는 3만545건의 ‘승무원’. 5위는 2만7022건을 기록한 ‘검찰’이 차지해 검찰 수사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6위에는 조현아의 쪽지 사과와 관련해 논란이 증폭되면서 ‘사과’가 올랐고(1만9069건), ‘조현민’‘국토부’ ‘구속’ ‘재벌’ 등이 뒤를 이었다.

인격 파괴 행위

긍·부정 연관어 분포를 보면, 부정어 분포가 67.0%로 15.7%에 그친 긍정어 분포를 압도했다. 긍·부정 연관어 1위는 ‘폭행’(1만1369건), 2위는 ‘증거인멸’(8228건)이었다. 조 전 부사장의 사무장과 승무원 폭행 혐의, 그리고 대한항공 측의 지속적인 증거인멸 시도에 대한 비판적 글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3위는 ‘안전’이 차지해 조 전 부사장의 슈퍼 갑질이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혐의’ ‘울다’ ‘분노’ 등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처럼 재벌 3세의 슈퍼 갑질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상적 갑질에 비해 오히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국민 모두 공분해 특권적 횡포를 비판하면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저성장, 저고용 시대를 살아간다. 갑을 논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더욱 강퍅해진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정규직이 800만 명을 넘어선 비정상적인 고용시장에서 정규직조차 갑질의 횡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도처에서 불거지는 사회적 갑질 논란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을의 수난이 결코 갑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갑질은 대체로 불법이며 을의 인격을 파괴하는 나쁜 행위다. 을미년이 사회적 약자, 사회적 을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따뜻한 공동체의 출발점이길 기대해본다.

신동아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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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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