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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한국경제 간판 CEO 열전|삼성에버랜드 허태학 사장

세계 최고 테마파크 꿈꾸는 서비스업계 ‘터줏대감’

  • 장인석·CEO전문리포터 jis1029@hanmail.net

세계 최고 테마파크 꿈꾸는 서비스업계 ‘터줏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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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거리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워커홀릭’ 삼성에버랜드 허태학 사장은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한다. 삼성의 서비스 분야를 개척한 산 증인. 허사장의 텁텁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드러운 경영세계를 들여다보았다.
허태학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서비스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삼성에버랜드의 전신인 중앙개발에 입사한 이래 호텔신라와 중앙개발 등 서비스업체에서만 일해왔다. 친절하기로 소문난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해왔기 때문에 허사장이 나긋나긋하고 연약한 인상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부진 인상에 눈매가 예리하고 매서운 것이 도전적 성격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드라이브 허.’ 이것이 삼성그룹에서 불리는 그의 별명이다. 신규사업만을 전문적으로 추진해온데다 거의 모두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력은 그가 기획력과 추진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용인자연농원이란 브랜드를 삼성에버랜드로 바꾸고, 중앙개발이란 회사이름도 삼성에버랜드로 개명하고 나서 그가 이룩한 성과는 눈부실 지경이다.

하지만 허사장은 ‘외강내유(外剛內柔)’란 말로 자신의 내면은 매우 나긋하고 연약하다고 소개한다. 비록 외모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우락부락하지만 내면은 서비스업에 오래 종사하면서 많이 순치됐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사실인 듯하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이룩한 성과 중에는 내면이 부드러운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가 주장하는 경영이념 중 디자인경영과 고객만족경영이 그렇다.

삼성에버랜드의 CEO로서 그가 올린 가장 큰 성과는 외형보다는 내면의 변화다. 그는 친절을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에 퍼뜨린 주인공이다. 서비스아카데미 운영이 바로 그것이다.

“직원을 채용할 때 반드시 제가 면접을 봅니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서비스맨이 될 수 없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직접 두 시간 정도 친절에 대한 교육을 시킵니다. 그런 다음에야 서비스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인 교육을 받지요.”

친절의 벤치마킹, 전국민의 친절화가 모토

삼성에버랜드의 직원이 친절하다는 소문이 퍼지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벤치마킹을 하러 왔는데 이것이 1994년 서비스아카데미를 설립하게 된 이유다. 현재까지 서비스아카데미를 거쳐간 인원은 26만 명, 2001년 한 해에만 8만5000명이 교육을 받았다. 경찰청은 물론 국세청, 철도청, 은행, 언론사 간부들도 찾아왔다. 최근에는 병원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이 입교하는데 예약하고 2개월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한다.

서비스아카데미는 친절교육에 관한 한 어느 교육기관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다. 하지만 전국민을 매너와 에티켓을 갖춘 사람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는 허사장은 서비스아카데미를 독점적인 교육기관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그래서 그는 다른 회사에서 이런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을 장려하고 있으며 그 교육기관의 선생들을 연수시켜주기도 한다. 철도청을 비롯 한국야쿠르트, 교보생명, 삼성생명 등이 서비스아카데미를 만든 회사들.

“저희 나이 또래는 할아버지에게 예절을 배웠지요. 하지만 요즘은 입시지옥이다 뭐다 해서 가정교육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어쩝니까. 사회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바로 기업이 나서야지요. 우리는 상대가 인사 안하면 먼저 안합니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서로 돌아서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선진외국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먼저 인사해야 한다는 문화가 없어요. 먼저 보는 사람이 합니다. 아이터치만 되면 인사합니다. OECD 가입하면 뭐합니까. 하는 짓들이 컨트리보이 스타일인데….”

그는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까지 우리가 일본경제를 따라잡을 수 없을 바엔 의식과 관행만이라도 일본을 누르자고 강조한다. 그는 이를 위해 월드컵문화시민위원회와 연계해서 범국민적인 계몽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가 호텔신라에서의 24년 근무를 마치고 삼성에버랜드에 온 것은 1993년 9월. 두 달간 개발사업부 본부장으로 일하다 11월 대표이사 전무가 됐다.

“처음에 와서 보니까 참 촌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전직원을 모아놓고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1차산업에서 3차산업형으로, 자기중심적에서 고객중심적으로, 지역형 지방형에서 국가형 국제형으로, 내국인 중심에서 내외국인 중심으로 바꾸겠다, 이를 위해 친절·청결·고급·정보·종업원 만족을 실시하겠다고요.”

사명 바꾸고 ‘三間주의’ 선언

자연농원이란 브랜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팜랜드’라는 ‘지역적’인 이름으로는 외국인 유치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외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그가 추구하는 월드클래스의 테마파크는 물 건너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삼성에버랜드라는 회사도 한계에 부딪칠 것이 뻔했다.

“자연농원은 선대회장(이병철 삼성창업자)께서 국토의 70%가 산지이므로 과수와 가축의 시험장으로 쓰려고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용인은 물이 별로 없어서 과일이 안됩니다. ‘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관이 썩지 않는다고 해 묘자리로 좋다고 해요. 그럼 축산이라도 해야 하는데 지역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땅을 전부 나눠줬습니다.”

그는 이건희 회장에게 이름을 바꿔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당시는 이회장이 신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는 다 바꾸자’고 할 때였다. 허사장은 이왕 바꿀 바에야 최고로 하자며 월트디즈니를 비롯, 아이비엠,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기업의 CI를 작업한 미국의 랜도(Landor)사에 의뢰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에버’와 ‘랜드’의 합성어인 에버랜드다.

“에버는 시간(時間)이고 랜드는 공간(空間)이죠. 그래서 인간(人間)을 포함해서 3간(三間)주의를 경영이념으로 정했습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시간과 공간의 무한한 가치를 창조해 나가자는 취지였습니다.”

골프장 브랜드도 그때 다 바꿨다. 안양골프장을 안양베네스트로 바꾸면서 다른 골프장에도 다 베네스트란 이름을 붙였다. 베네스트란 ‘베스트’와 ‘네스트’의 합성어로 최고의 보금자리란 뜻이다.

그 다음에 한 것이 인프라구축을 위한 투자다. 허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진입로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늘렸다. 5000대밖에 수용하지 못하던 주차장을 1만6000대 수준으로 확장했다. 여름상품이 전혀 없어 여름이 극비수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소재로 한 상품을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캐러비안 베이’라는 워터파크. 연기자도 내국인 일색에서 벗어나 외국인들을 상당수 채용했다. 총 6000억원을 투자해 삼성에버랜드를 사계절 놀이시설로 탈바꿈시킴으로써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 테마파크로 격상시킨 것이다.

“당시에는 일년에 겨우 400만 명이 입장했어요. 2001년엔 915만 명이 다녀갔어요. 외국인도 50만 명이나 옵니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거의 오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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