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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수’들이 말하는 직업의 세계|유통업

‘땅장사’ 기질 있으면 절반은 성공, 길목 지키면서 ‘이야기’ 만들라

  • 허 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땅장사’ 기질 있으면 절반은 성공, 길목 지키면서 ‘이야기’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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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목을 지키면 유통업은 ‘백전백승’이다. 길목이 꽉 차면 새로운 길목을 만들면 된다.
  • 그것도 힘들면 ‘이야기’를 만들어라. 물건에 담긴 의미와 물건을 팔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 소비자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면 그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땅장사’ 기질 있으면 절반은 성공, 길목 지키면서 ‘이야기’ 만들라
“‘만드는 ’사람보다 ‘만나는’ 사람의 힘이 더 강해졌다.”

과거 제조업체의 힘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유통업체가 오히려 제조업체를 쥐락펴락하는 것을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이렇게 표현한다.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소비자를 ‘만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과거에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유통업체의 구매력(buying power)이 커져 제조업체에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거나 디자인의 변화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해 물건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힘이 제조업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보다 한 발짝 앞서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체를 설득하려면 유동인구가 많은, 소비자들이 빈번히 드나드는 목 좋은 곳을 찾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유통은 부동산업”이라고 정의한다. 구 사장은 좋은 길목을 찾아 유통업체를 세우면 80%는 이미 성공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 이마트는 환란 이후 헐값에 나온 땅을 대거 사들여 할인점 업계의 맹주가 됐다.

그런가 하면 패션에 예술을 접목시켜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쌈지 천호균 사장은 “차라리 길목을 창조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좋은 길목은 이미 안목이 높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방법은 길목을 ‘창조하는’ 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경쟁자들이 좋은 장소를 선점한 상황에서 신규 진출자들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천 사장은 주문한다. “길목에 연연하지 말고 ‘이야기’를 만들라”고.

물건을 팔고 싶은 사람은 물건에 담긴 의미와 물건을 팔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갖고 고객들과 만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유통업은 ‘만남’이다.

35년 동안 문구제품을 판매해온 알파유통(주) 이동재 회장은 유통업을 ‘나눔’이라고 정의한다. 거창하게 공생의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이라도 나눌 때 사람은 감동하게 마련이며 있고, 이들이 이름 없는 홍보맨이 되어 업체는 날로 발전한다는 의미다. 식탁 위의 간장처럼, 작지만 나누면 맛좋은 음식으로 되돌아온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이 회장은 나눔 경영을 실천하는 ‘작은 거인’이다.

국내 최대의 할인점을 일군 경영자, 뒷골목에서 손님을 만나 거대한 패션그룹을 탄생시킨 CEO, 30년이 넘도록 문구 한 분야의 유통에만 전념한 회장님, 이들에게서 유통업의 미래를 들어보자.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는 매출액 규모로 따지면 세계 1위다. 세계 최대의 전자업체 제너럴 일렉트릭(GE)보다 크다. 유통업체의 매출액이 제조업체보다 많다는 것은 한국인의 눈엔 좀 이상하게 보인다.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가 삼성전자의 매출을 능가했다는 얘긴데,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상상하기 어렵다. 2003년 매출총액은 삼성전자가 64조원이고, 이마트는 5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는 7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아직도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이마트를 국내 최대의 할인점으로 키운 구학서 신세계 사장의 눈엔 이마트가 삼성전자를 추월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구 사장은 지난해 ‘뉴스위크’ 한국판과의 인터뷰에서 “유통업은 경쟁업체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고, 로열티를 보호받기도 힘들어 삼성전자처럼 이익을 많이 내기란 쉽지 않다”고 하면서도 “조만간 이마트가 외형적으로 삼성전자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 사장은 “제조업만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유통업도 제조업 못지않게 한국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엔 일리가 있다. 실제로 할인점업계는 연간 총 2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세금으로 2조원을 낸다. 한국에서 이만한 산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구 사장은 지난 2003년 유통업계 대표로는 처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통업계에서 할인점의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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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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