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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수’들이 말하는 직업의 세계|딜러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 글: 이동우 자유기고가 llkhkb@naver.com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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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한 사람들에겐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딜러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 눈앞에 보이는 상품은 팔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은 무시당하고 내쫓기기 일쑤다.
  • 그러나 자존심을 크게 다칠수록 훗날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오기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방끈’이 길고 짧은 것은 대수롭지 않다.
  •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준마처럼 달려가는 자만이 승리를 거머쥔다.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영업은 모든 비즈니스의 꽃이다. 하물며 영업 자체가 비즈니스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딜러야말로 꽃 중의 꽃이다. 취급하는 상품도 다르고 판매방식도 다양하지만, 각 분야에서 성공한 딜러들은 저마다 독특한 비결을 갖고 있다.

‘야마하’ 골프클럽을 수입·판매하는 오리엔트골프 이갑종(55) 사장은 국내 골프채 시장에서 손꼽히는 딜러다. 그는 독점 판매를 시작한 지 8년 만인 지난해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뿐 아니라 야마하 브랜드의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골프클럽 판매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그는 골프를 전혀 칠 줄 몰랐을 뿐 아니라 야마하골프 본사와 직접 거래하면서도 일본어 실력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는 “전문지식이나 어학실력보다도 신뢰가 비즈니스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신뢰를 쌓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에겐 딜러란 직업은 ‘신뢰구축업(業)’이다.

수억원 손실 감수

야마하골프는 10년 전만 해도 인기 있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1990년부터 이를 수입해 팔던 금호(현 금호산업)도 고작 5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정도였다. 실적이 저조하자 급기야 야마하골프 일본 본사는 1996년 기존 총판 가운데 견실한 업체에 독점 수입 판매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 총판 가운데 하나가 오리엔트골프였다. 이갑종 사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경쟁자를 제치고 독점 판매권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일본 본사에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줬기 때문이다. 총판 시절 그는 일본에서 들여온 물량을 다 팔지 못하면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일본에선 정해진 시간에 다 팔지 못하면 제품을 회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여러 총판의 능력을 시험하고, 새로운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빨리 알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는 물건을 회수하려는 본사 사람들을 막고 나서 “다 팔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뒷날 일본 본사에선 “야마하 브랜드가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가 됐다”고 감탄했다. 벤츠나 BMW 같은 수준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수입차를 팔 듯 골프클럽을 팔았다. 시승 프로그램과 같은 시타(試打) 이벤트를 구상해 캠페인을 벌였다. 서울의 고층 빌딩 꼭대기 층을 빌려 클럽을 무료로 빌려주는 행사를 벌였다. 한 개에 100만원을 호가하는 드라이버 800개와 아이언(7번) 300개를 과감하게 투입했다. 그나마 시타용 드라이버는 중고품으로 팔면 반값은 받지만, 아이언은 단품으로 팔 수 없는 것이어서 고스란히 손실로 잡힌다. 그는 수억원의 손실을 기꺼이 감수했다. ‘아무리 좋은 클럽이라도 직접 쳐보지 않고는 절대로 그 진가를 알 수 없다’는 소신을 고집했다. 특히 야마하 클럽은 상쾌한 ‘손맛’이 가장 큰 자랑거리란 점에서 더욱 그랬다.

그의 예상대로 한번 손맛을 본 사람들로부터 주문이 쏟아졌다. 일본 본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본사에서는 대금을 받기 전에 신용으로 물량을 대줬다. 야마하 본사가 외상으로 물건을 보내주는 딜러는 전세계에서 이 사장이 유일하다. 딜러가 신뢰구축업이라는 말을 절감케 한다. 소비자가 물건을 믿지 못하면 돈을 주고 살 리 없다. 믿음이란 직접 경험하면서 마음속으로부터 쌓이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요즘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수입자동차 브랜드 ‘렉서스’ 전시장을 운영하는 천우모터스 정세림(45) 사장은 업계에서 단연 주목받는 자동차 딜러다. 그는 2003년 9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000대의 렉서스를 팔았다. 하루에 두 대꼴로 판 셈이다(수입차 딜러들은 1년에 고가의 외제차 3대만 팔아도 연봉을 받는다). 대기업 계열사도 아닌 신규 딜러가 올린 실적으로는 놀랄 만하다.

목표가 있으면 과정도 있다

정 사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번 정한 목표는 반드시 이뤄내야 직성이 풀린다. 최종 목표를 세우고 나면 거쳐야 할 중간 과정까지 치밀하게 계산한다.

서울 강북에서 렉서스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이태원의 천우모터스뿐이다. 원래 이곳은 연예인들이 즐겨 타는 스타크래프트 밴을 파는 곳이었다. 스타크래프트를 팔던 천우통상 정순철(70) 대표는 1999년 아들인 정세림 사장에게 가업을 물려줬다.

미국 스티븐슨대 전산학과를 나와 삼성물산 미주법인에서 근무하던 정 사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았다. 당시 그가 맡은 회사는 자본금 5억원에 연매출 20억원도 안 되는 소기업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자본금 50억원에 연매출이 300억원에 이르는 수입차 전문 판매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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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동우 자유기고가 llkhk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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