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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친환경기업을 가다 ②

‘에코 호텔’ 운영의 선두주자 FAIRMONT

“발상을 바꾸세요. 럭셔리와 친환경은 하나랍니다”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에코 호텔’ 운영의 선두주자 FAIRM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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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은 소비산업이다. 친환경은 소박한 것 혹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호텔이 갖는 화려함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1990년부터 이 고정관념에 도전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호텔 체인이 있다. 바람과 태양의 힘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하고, 에너지 절약형 설비만 사용하며, 손님들이 보고 버린 신문지를 모아 핸드백을 만들겠다는 회사. 북미지역을 주축으로 세계 19개국에 56개 호텔을 두고 있는 페어몬트다.
‘에코 호텔’ 운영의 선두주자 FAIRMONT

페어몬트 워싱턴 호텔과 이 호텔에서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대서양 연안의 풍력발전시설.

호텔은 묘한 공간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흔들리는 샹들리에와 반들거리는 대리석 바닥, 말끔하게 정리된 카펫으로 호화롭게 디자인된 공간이다. 그 정교하게 만들어진 복도의 어느 끝자락에, 평범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로 눈치 챌 수 없는 작은 문이 있다. 흡사 다른 세계로 통하는 통로 같은 그 문을 지나는 순간, 눈앞에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드라이크리닝 세탁기와 설거지 기계, 환기장치와 냉난방장치, 음식물 재료를 나르는 카트가 끊임없이 굉음을 만들어내는 곳, 바로 호텔이 깊숙이 감춰두고 있는 속살이다. 동화처럼 꾸며진 바깥의 손님들이 편하게 쉬고 놀고 먹고 마실 수 있도록, 수백명의 사람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진짜 세계’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백악관으로부터 10여 분 남짓 떨어진 곳에 자리한 페어몬트(Fairmont) 워싱턴 호텔은 외양으로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호텔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안내를 받아 들어간 속살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복도마다, 모퉁이마다 걸려 있는 게시물에는 ‘ECO’와 ‘GREEN’ 같은 문구가 가득하다. 휴게실에는 ‘이달의 환경지킴이’라는 종업원의 사진이 자랑스레 붙어 있고, 그 옆에는 직원들의 친환경 아이디어를 모으는 제안함이 다소곳이 걸려 있다.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시끌벅적한 호텔 주방의 풍경은 영화에서 본 그대로지만, 분위기는 영화보다 더 긴장감이 넘친다. 이곳에서 사용되는 설거지 기계는 가정에서 쓰는 것과는 모양부터 다르다. 컨베이어벨트가 깔린 대형 기계가 언뜻 자동세차장을 연상케 한다. 켜켜이 세워놓은 접시들이 줄지어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얼음을 만드는 기계도 낯설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투명한 얼음조각이 더미가 될 정도로 쌓이면 전용 삽으로 퍼 담아 옮긴다. 연회장이나 레스토랑은 물론 객실 각층으로 올리는 것이다. 한꺼번에 100인분 식사를 데울 수 있다는 오븐이나 회의실 탁자보다 커 보이는 그릴은 애교에 가깝다.

그런데 이들 기계의 한구석에는 미 환경보호청(EPA)이 인증하는 ‘에너지스타(Energy Star)’ 마크가 붙어 있다. 설거지 기계는 지난해에, 얼음 기계는 지난주에 에너지절약형으로 교체했다는 게 세자르 이레이조 호텔 기술부장의 말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절약형 기계는 일반 기계보다 가격이 5~10% 비싼 대신 전기 소모량은 비슷한 비율만큼 적다.

“길게 따지면 호텔에도 이득이지요. 아낀 전기 값이 기계 가격 차이를 넘어서는 시점은 기계마다 달라서 일괄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보통 몇 년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렇지만 웬만한 호텔은 쉽게 엄두를 못 냅니다. 호텔업계는 워낙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고가의 기계를 샀는데 다음달에 매각되는 수도 있거든요. 손익계산 차원이 아닌 정책적인 방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린 파트너십 프로그램

한국에는 호텔이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페어몬트는 북미 지역에서 잘 알려진 체인이다. 19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문을 연 이래 미국 주요 도시의 중심부에 자리한 럭셔리 호텔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특히 19세기부터 캐나다의 관광명소에 호텔 및 휴양지를 갖고 있던 캐내디언퍼시픽 철도 호텔부문에 1990년대 후반 인수되면서 사업 확장을 거듭했고, 현재는 북미는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지역에까지 진출한 글로벌 체인으로 성장했다.

외국 호텔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10여 년 전부터 ‘수건이나 침대 시트를 갈아야 할지 그냥 둬도 될지 알려달라’는 카드가 객실에 놓이기 시작한 것을 눈여겨봤을지도 모르겠다. 카드를 시트 위에 두면 갈아달라는 표시고 테이블에 두면 그냥 두라는 뜻으로 알겠다는 식이다. 아주 작은 변화, 그러나 결국에는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된 그 작은 생각 바꾸기가 처음 시작된 곳이 바로 페어몬트라고 이들은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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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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