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계 최고 친환경 기업을 가다

일본 리코

효율성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 행복한 기업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일본 리코

1/3
  • 프린트 용지 200회 사용 가능, 포장재 줄여 322억원 절감, 모든 제품 리사이클링, 게다가 종이 없는 사무실…. 세계적 사무복합기기 회사인 리코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종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체인데도 판매부서와 대리점에 가면 사무실에 종이 한 장 없고 컴퓨터와 전화기만 놓여 있다. 친환경 경영이 일군 결과다.
일본 리코

리코는 종이 포장재 대신 재활용 가능한 포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 환경박람회의 리코부스. 특수 프린트용지에 다리미를 갖다대자 인쇄된 내용이 감쪽같이 지워졌다.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페이퍼리스’ 사무실 내부.

일본에선 친환경 경영이 이미 전체 산업으로 고루 퍼져 있다. 지난해 12월11~13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린 환경박람회 ‘에코 프러덕트 엑스포 2008’은 그 현황을 알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행사였다. 도요타의 1인용 전기자동차 아이리얼, 리코의 친환경 프린터, 소니의 수동 자체충전식 디지털 카메라…. 수많은 기업이 이곳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의 친환경 제품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행사에서 특히 주목받은 업체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세계적 복합사무기기 제조·판매회사인 리코(Ricoh)다.

박람회장 입구 왼편에 마련된 리코 부스에선 우선 레코뷰(Reco-view)라는 새 프린터 제품이 눈에 띄었다. 한번 사용한 A4 용지인데도, 이 프린터를 통과하면 프린트된 면이 깨끗이 지워지고 새로운 출력물이 나왔다. 물론 이 A4 용지는 특수 용지인데 일반적으로 200회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실험실에선 1000번까지 사용이 가능했다는 것. 리코 사회환경본부의 유지 노리타케 스페셜리스트의 설명이다.

“순간적으로 고열을 내서 잉크를 기록지에 입히는 프린터의 원리를 응용한 제품입니다. 2004년 처음 출시했고 지금은 성능을 한층 향상시켰습니다. 일반 오피스보다는 생산현장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소비자 가격이 50만엔대여서 아직 대중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종이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습니다.”

리코 부스에서는 전력 사용량을 대폭 줄인 친환경 복사기도 눈에 띄었다. 플러그에 코드를 꽂았을 때 99초가 걸리던 예열시간을 23초로 단축한 복사기였다. 또 복사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전력 누수량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큰 진전이 있었다. 슬립모드에 있던 복사기를 다시 사용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15초대로 빨라졌다.

“리코는 제품을 만들 때부터 리사이클하기 쉽도록 설계합니다. 특히 친환경 포장재 개념을 도입해 포장재의 80% 이상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종이 포장박스를 연간 1만2000t 줄였습니다. 이는 큰나무 3만4000그루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20억4000만엔(약 322억3200만원)에 달하죠. 저희는 또 식물성 토너 개발을 통해 이산화탄소 방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제품을 올해 출시할 예정입니다.”

국내서도 본받는 5R 운동

리코는 2007년 매출총액 9277억엔(약 14조6500억원)을 기록했으며, 38개국에 진출한 세계적 기업이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녹색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앞서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해온 리코가 특히 각광받고 있다. 회사의 친환경 5R 운동(Refuse, Return, Reduce, Reuse, Recycle)은 국내에도 소개돼 이를 배우려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한국의 환경회의에도 대표단이 여러 번 참석한 바 있다.

리코의 본사 로비에는 ‘신뢰의 반지(Ring of Trust)’라는 조각상이 전시돼 있다. 이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이 하나인 반지인데, 기업과 외부 고객, 파트너가 한 몸이라는 경영진의 생각이 투영된 작품이다. 친환경 경영이란 결국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지구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경영을 말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선 기업이 외부와 유기적으로 잘 결합돼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신뢰의 반지는 비전이 필요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2008년 가을부터 일본 전역에도 경제위기 의식이 확산되자 시로 곤도 리코 사장은 사원들에게 특별지침을 내렸다.

“지방을 줄여서 근육질로 만듭시다.”

효율적인 경영으로 낭비를 줄여서 위기에 대비하자는 뜻이다. 환경추진담당 기요시 사카이 전무를 만나서 가장 먼저 물어본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친환경 경영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요.

“저희 회사는 친환경 제품·경영 자체가 이익도 증가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단기간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친환경 기술 부문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에너지 환경부하가 큰 재료를 사용하는 사업이나, 전통적 방식의 화력발전소 대신 풍력이나 태양열 에너지 사용 등은 좀 주춤하지 않을까요.”

저마다 외부상황 악화로 힘들어하지만 리코는 오히려 희망적이다. 올해 자사에 큰 힘이 될 만한 시장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저희도 시장 상황이 악화돼 하반기에 매출이 떨어졌지만 12월부터 미국의 최대 독립 판매회사인 아이콘이 우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아이콘사 판매 제품의 60% 정도가 캐논사 제품이었는데, 최근 많은 제품을 리코 것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것이 플러스 요인이 될 것입니다.”
1/3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목록 닫기

일본 리코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