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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위기에 더 빛난 ‘평등 파트너십’

네덜란드 ‘컨센서스 경제’ 다시 보기

  • 이종우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chongwoo.lee@lgeri.com 이혜림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hllee@lgeri.com

위기에 더 빛난 ‘평등 파트너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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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대 초 고임금-고실업-고복지의 악순환에 빠져 있던 네덜란드는 1983년 바세나르 협약을 계기로 1990년 이후 20년간 고성장을 이뤄 ‘네덜란드의 기적’을 일궈냈다.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이 시급한 우리에게 네덜란드의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몇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인구 규모가 비교적 작고, 천연자원이 부족하며, 강국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 모두 눈부신 경제성장의 경험이 있고, 구조적 제약 요건하에서도 고성장을 통해 세계경제에서 입지를 굳혔다. 네덜란드의 1인당 GDP는 2014년 기준 5만2000달러로 독일, 영국, 프랑스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네덜란드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장기간에 걸쳐 견고한 성장을 이뤘지만, 1980년대 들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10%가 넘는 실업률 등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경제주체 간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림으로써 저성장을 극복하고 1990년대에 다시 3% 성장세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1990년 이후 약 20년간 유럽 평균을 상회하는 연평균 2.9%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네덜란드의 기적을 가져온 원동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컨센서스(consensus)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컨센서스 경제란 정책 수립 시 정부와 노사단체 대표 간에 사전 이견 조율이 제도화한 경제를 말한다. 한국 경제는 경제 발전 단계의 다음 행보를 찾아서 성장세를 잇기 위해 다시 드라이브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네덜란드의 컨센서스 경제와 그 안에서의 사회경제적 정책 결정 과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

과도한 복지로 인해 근로 의욕이 급격히 저하되고 고실업이 지속되며, 사회보장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정부와 기업은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고비용에 시달리는 ‘고용 없는 복지’ 현상을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이라 한다.

1959년 네덜란드 북부 해안에서 천연가스 유전이 발견되면서 네덜란드 정부는 막대한 추가 수입을 얻게 됐다. 이를 이용해 1960~70년대에 공공지출을 크게 늘렸고, 복지지출 역시 대폭 확대해 복지 수준이 과도할 정도로 향상됐다. 그 결과 실업자가 다시 일할 유인이 없어지면서 1970년대 62% 수준이던 경제활동참가율은 1982년 57%까지 하락했다. 천연가스 수출에 따른 경상 흑자는 길더화 가치를 절상시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1973년과 1979년 글로벌 오일쇼크는 경제침체를 가져왔다. 1960년대 연평균 5.4%를 기록하던 국내총생산 (GDP) 증가율은 1970년대 2.9% 수준으로 낮아졌고, 1980년대에는 연평균 1.9%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번 늘어난 복지 지출은 줄어들지 않아 1970년 11% 수준이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1985년 20%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도 계속돼 노동비용은 1970년대 연평균 경제성장률의 3배에 달하는 8.7%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결국 고임금-고실업-고복지의 악순환에 접어든 네덜란드는 고용이 매년 3.1%씩 감소해 실업률이 1970년 1.4%에서 1975년 4.3%, 1983년 10%까지 치솟았다.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1982년에 출범한 루드 루버스(Ruud Lubbers) 내각은 경제위기 탈출이 시급한 과제였다. 특히 과도한 임금 수준이 경쟁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 판단했다. 정부는 노사 간 임금협상을 통해 임금상승률을 끌어내리지 못할 경우 일방적인 임금억제정책을 펼치겠다고 압박했고, 이에 대표 고용주연합회와 노동조합은 합의하기로 결정한다. 이 협약이 1982년 11월 체결된 바세나르 협약이다.

협약의 주요 메커니즘은 ‘정부의 최소한 개입하에 노사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진 컨센서스(의견 조율)에 기반을 둔 정책 결정 조정’이다. 협약의 핵심 내용은 임금 안정으로, 노사는 임금인상 억제에 대한 협약을 통해 고비용 구조를 타파하고,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 차원의 근로시간 단축, 파트타임 기회 양산, 조기 은퇴 장려 정책 등을 추진함으로써 경제 회복과 고용 창출의 기반을 닦는 것이었다. 또한 임금인상 억제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노사에 임금 교섭의 직접적 책임을 지게 하고, 정부는 임금 교섭에 최소한으로 관여하기로 했다.

바세나르 협약으로 네덜란드의 경쟁력을 위협하던 임금 고공행진이 멈췄다. 1983년부터 임금-물가 연동제 단계적 폐지, 1984년 공공부문 임금 3% 삭감 등이 추진되면서 1970년대 연평균 8.7%씩 증가하던 단위당 노동비용은 협약 이후 2년 동안 -3.4%로 하락했다. 글로벌 경쟁력 개선에 따라 1980년부터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수출은 1984년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1980년대 말에는 연평균 10% 수준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들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네덜란드 경제는 협약 이듬해인 1983년부터 경기회복세를 되찾게 된다.

노동시장 개선이 이끈 기적

임금 안정과 함께 추진된 노사정 합의에 의한 근로시간 단축 노력으로 주당 노동시간은 1983년 37시간에서 1993년 33시간으로 단축됐다.

또한 주당 30시간 미만 시간제 근로가 활성화하면서 전체 고용에서 시간제 근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 초 16%에서 1990년대 중반에는 36%로 확대됐다.

일자리 나누기 정책의 효과는 고용기회 증가로 나타났다. 1990년대 네덜란드는 매년 2.2%의 고용 증가를 기록해 유럽 평균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한때 10%에 육박하던 실업률은 1980년대 후반에는 7%대, 1990년대에는 평균 4%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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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chongwoo.lee@lgeri.com 이혜림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hllee@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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