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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방임하고 인내하라 마술이 일어난다!

기업 내 스타트업 키우기

  • 강진구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방임하고 인내하라 마술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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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내부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체계적인 기업은 언뜻 안 어울리는 조합처럼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 내 스타트업은 지속가능성에서 기업 밖 스타트업보다 뛰어나다.
방임하고 인내하라 마술이 일어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500스타트업’. 대기업 내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일은 1차 성공까지가 핵심이다.

창의적이고 민첩한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발휘하는 시대다. 기업 내부에서 스타트업을 키우는 일은 오늘날처럼 변화무쌍한 기업 환경에서 필수적인 듯하다. 글로벌 복합기업 GE가 소규모 별동 조직 300여 개를 스타트업처럼 운영하는 것도 새로운 환경을 선제적으로 읽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기업 안의 스타트업은 차고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과 차이가 있다. 자금력과 시스템 등 겉으로 드러난 여건도 다르지만 목표도 조금 다르다. 대기업 내 스타트업은 사업 아이템의 성공을 넘어 모회사의 사업을 보완하거나 기존 주력 사업의 대체·확장을 대비하는 데 목적을 둔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연쇄 창업가인 댄 샤피로 글로포지(Glowforge) 최고경영자(CEO)는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대기업 대부분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시도하지만, 이건 진짜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다. 본질적으로 스타트업보다 대기업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기업에서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일은 기존 제도와 고정관념을 벗어나 혁신을 이루려는 도전이다. 기업 내 스타트업을 육성할 때 어떤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까.

1. 시스템 이전에 개인 역량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를 내야 하는 스타트업에선 시스템 이전에 사람 자체가 힘이다. 구성원 하나하나의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스타트업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 내에서 스타트업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스타트업에 맞는 리더’를 잘 뽑아야 한다. 관리를 잘하는 유형이 아니라 기발한 발상과 무한한 상상력으로 구성원들에게 인정받고, 구성원에게 그러한 발상과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스타트업에 적합하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팀을 해당 직무 경력자로만 구성하지 않는다’는 구글의 원칙을 주목할 만하다. 구글은 ‘경력자가 늘 하던 대로 처리하다 보면 창의적인 해법이 나올 여지가 적다’는 생각에 이러한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또한 구글에서는 팀장에게 팀원 발탁 권한을 주지 않는다. 성과가 나쁜 팀의 팀장에게 팀원을 뽑을 권한을 주면 팀장의 수준을 뛰어넘는 팀원을 뽑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을 뽑아준 팀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팀원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2. 역할 따로 없는 책임완결형 조직

거대 기업은 항공모함에 비유할 수 있다. 항공모함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역할의 전문화와 분업화, 효율적 협업이 극대화한 조직 모델이다. 각각의 역할은 작업복 위에 입은 조끼 색깔로 구분된다. 요원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100가지가 넘는 수신호와 수신기로 소통한다. 완벽한 협업으로 이뤄지는 항공모함 갑판 조직은 가장 ‘신뢰성 높은 조직’으로 꼽힌다. 이 조직이 사고 발생률이 극히 낮은 비결은 철저한 역할 구분에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이러한 ‘역할 명확화’가 창의성과 유연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역할을 구분하는 것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망망대해에 떠 있는 구명 보트와 같은 스타트업은 한 사람 혹은 한 팀이 한 아이템에 대해 A부터 Z까지 책임져야 한다. 서로 책임을 따질 여유가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임기응변으로 돌파해야 하므로 팀원 누구라도 사업 전체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GE의 내부 스타트업 조직 중 하나인 PET/CT스캐너개발팀은 2014년 8월 엔지니어, 마케터, 디자이너 출신의 직원들로 구성됐지만 역할 구분은 없었다. 모두가 함께 모여 제한된 예산으로 고객의 사용 편리성, 성능, 가격 등에서 기존 시장을 뒤엎을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 토의했다.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도 너나없이 함께 했다. 기존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2~4년은 족히 걸렸을 일을 덕분에 절반도 안 되는 기간에 해냈다.

3. 육성보다 채용에 집중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는 수비형 가디언이 아니라 공격형 스타다. 스타형 인재의 중요한 특징은 육성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기업 안에 있더라도 스타트업 조직에서는 사람을 키울 여력이 없다. 육성이 필요 없는, 스스로 알아서 성장하는 인재가 필요하다. 따라서 육성이 아닌 채용에 집중해야 한다. 비범한 천재 한 명을 뽑기 위해, 또는 한 명의 형편없는 사람을 뽑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 진력해야 한다.

구글은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실무 현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육성이 아닌 채용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채용 인터뷰도 10여 차례 진행한다. 구글 입사 지원자는 장차 자기 상사가 될 사람과 동료, 부하 직원이 될 사람도 면접관으로 만나야 한다. 새로 채용될 사람과 함께 일할 팀원들이 모여 뽑을지 말지를 심사숙고하게 한다.

구글의 기술개발 담당 수석부사장 앨런 유스터스는 “최고 수준의 기술자가 갖는 가치는 평균적인 기술자의 300배에 가깝다. 공대 졸업반의 기술자 전체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단 한 명의 비범한 기술자를 선택하겠다”고 강조한다. 구글은 ‘채용과 육성에 리소스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보다 채용에 더 투자해 좋은 인재를 뽑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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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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