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아메리카노처럼 유명한 한방차를 꿈꾼다

세계 최초 한방차 프랜차이즈 오가다 최승윤 대표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12-20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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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카노처럼 유명한 한방차를 꿈꾼다
    ‘한방차’ 하면 떠오르는 한 장면. 백발의 할아버지들이 어두컴컴한 옛날 찻집에 모여 “여기 십전대보탕 하나, 계란 노른자 동동 띄워서!”라고 주문하면, 뚝배기 같은 그릇에 시커먼 차가 한가득 담겨 나온다. 이처럼 한방차에는 ‘몸에 좋다’는 장점 외에도 ‘늙었다’ ‘고리타분하다’ ‘냄새 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그곳의 한방차는 달랐다. 코를 찌르는 한약 냄새가 없어 목 넘김이 매끄러웠다. 입안에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추운 겨울 호호 불어 마시기에 딱이다. 깔끔한 CI와 세련된 인테리어도 눈길을 끌었다. 바로 세계 최초 한방차 프랜차이즈 오가다(五嘉茶)다. 최승윤(27) 오가다 대표는 “‘2030 세대’ 입맛에 맞는 한방차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아메리카노’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안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야심만만한 초보 사업가 최 대표를 12월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가다 직영점에서 만났다.

    한방차가 안 되는 이유 분석부터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출신인 최 대표는 대학 3학년이던 2005년, 친구들과 함께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일대를 돌며 영업을 하던 그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모든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다니는 것. 주변 대형 커피숍뿐 아니라 길거리 커피숍까지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만원이었다.

    “1998년 한국에 스타벅스가 들어온 이후 식음료 문화가 바뀌었어요. 이제 직장인들은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 먹는 데 드는 4000원을 ‘고정비’로 생각해요. 그런데 그들이 마시는 건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 미국 커피 일색이죠. 그 광경을 보면서 ‘몸에 좋은 한방차를 테이크아웃으로 팔면 고객들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한방차 전문점’을 시도한 경우는 많지만 성공 사례가 없다. 한방차는 맛과 메뉴의 표준화가 안 돼 있고 재료가 많아 관리하기에 까다롭다. 오가다 메뉴 40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말린 한약재는 60가지. 사과, 인삼 등 생재료는 수백 가지에 달한다. 모든 메뉴의 주재료가 에스프레소(커피 추출액)인 커피숍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젊은 소비자 역시 한방차에 익숙하지 않아, 한방차를 홍보하는 것 자체에 계몽적 성격이 있다. 최 대표는 “그간 ‘한방차 전문점’을 시도한 사람들은 이런 문제점은 해결하지 않은 채 계속 ‘몸에 좋다’는 점만 강조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사 등 전문가와 함께 메뉴를 개발한 후 20대 중반 친구 100여 명을 불러 시음회를 열며 ‘2030세대’에 맞는 한방차를 연구했다. 그렇게 20~30대 입맛에 맞는 강(强), 호(呼), 해(解), 미(美), 려(麗)의 다섯 가지 한방차를 개발했다. 이밖에 건강생과일주스, 건강슬러시, 건강빙수 등 젊은층의 입맛에 맞는 메뉴 40가지를 갖췄다.

    2009년 7월 서울 종로구 무교동에 낸 2평짜리 점포는 대박이 터졌다. 점심시간마다 점포 앞에 100m 이상 줄이 늘어섰다. 주변 직장인들은 점심 식사 후 숙취 해소에 좋은 갈근구기자차, 피부 미용에 좋은 석류오미자차 등을 마시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들의 다이어트 음료로 유명세를 탔다. 오가다 메뉴의 열량은 대부분 100㎉ 이내고 5가지 한방차의 경우 20㎉ 미만이다.

    오가다 1호점 개점 한 달 만에 종로구청에 2호점을 내면서 사업은 급격히 확장됐다. 현재 46호점까지 열었다. 2010년 한 해 동안 오가다의 매출은 10억원, 2011년은 그보다 3배 늘었다. 잘되는 점포는 월 매출이 3000만원이 넘는다. 대기업 커피전문 직영점보다는 못하지만 웬만한 길거리 커피숍에 비해 경쟁력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한방차를 만들려면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데 테이크아웃 점포에서 한방차 우려내는 게 가능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가다의 한방차 대부분은 본사 공장에서 100% 제조된 후 액상으로 밀봉 포장돼 점포에 배달된다. 점포에서 밀봉 한방차를 데워서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손쉽고 빠를뿐더러 맛이 일정하다. 최 대표는 “한방차는 종류에 따라 24시간 이상 우려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각 점포에서는 할 수가 없다. 서울 양평동에 자동화설비를 꾸려 초기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장기 관점에서 보면 성공적 투자”라고 말했다.

    아메리카노처럼 유명한 한방차를 꿈꾼다

    오가다가 개발한 다섯 가지 한방차.

    차를 만들 때도 원칙이 있다. 절대 진액 등 ‘대체재’는 쓰지 않고 원재료 그대로 넣는다. 오가다의 인기메뉴 중 하나인 배·도라지·생강차의 경우 250L를 끓일 때 배 80㎏, 도라지와 생강은 각 20㎏를 넣어 24시간 이상 우려낸다. 전체 분량 중 절반 이상이 원재료로 채워지는 것. 최 대표는 “사실 생강 20㎏ 대신 생강가루 2㎏만 넣어도 그 맛과 향이 난다. 하지만 원칙을 지키기 위해 순수 국내산 생강을 통째로 넣는다”고 말했다. 아메리카노의 경우 한 잔 가격 중 원재료비는 25% 수준이지만, 오가다 차 가격의 30%가 원재료비다. 그만큼 이윤이 적다.

    재료는 최대한 국산을 고수한다. 그는 “잣은 경기 가평, 마는 지리산, 복분자는 전북 고창에서 받아 쓰고 남은 한약재는 농촌으로 보내 거름으로 재활용한다”며 “도심 한가운데서 고객이 커피 대신 한방차 한 잔 마시면 본인 건강뿐 아니라 우리 농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카타르시스를

    2평짜리 로드숍으로 시작했지만 오가다는 점점 확장하고 있다. 최근 가평휴게소, 신도림 디큐브시티, 명동 눈스퀘어, 인천공항 등 쇼핑몰과 시설에 입점했다. 12월8일에는 김포공항 내 스카이파크몰에 들어갔다. 그는 “스카이파크몰 오가다 점포 옆에 패밀리레스토랑 ‘TGI 프라이데이’가 있고 주변에 ‘빈폴’ ‘롯데마트’ ‘앤젤이너스’ 등 대기업 매장이 가득하다. 소규모 점포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웃었다.

    “로드숍은 고정적으로 임차료를 내니까 건물주로서는 점포가 망해도 상관없지만, 쇼핑몰 등 특수상권은 판매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점포의 판매 역량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입점 조건이 까다롭죠. 로드숍 출신 오가다가 지속적으로 특수상권에 입점하는 것은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입니다.”

    오가다의 세계 진출도 당당하다. 오가다는 4월 초 일본 도쿄 1호점을 낼 예정이다. 1호점은 ‘한류거리’ 시노쿠보가 아닌 ‘도쿄의 청담동’ 긴자거리 한복판에 자리한다. 최 대표는 “진정한 글로벌을 위해서 정면 돌파한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자들의 반응은 좋다. 그는 “세계적으로 건강 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일본은 방사능 유출로 인해 ‘좋은 물’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오가다 한방차는 한국에서 모두 제작해 액상 상태로 수출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태국, 중국과도 진출 협의 중이다.

    여전히 한국은 ‘커피 공화국’이다. 거리 곳곳에 커피전문점이 가득하고 상당수 대기업이 자사 커피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최 대표는 “힘들고 어려울수록 의미 있는 길”이라며 “꼭 한방차를 아메리카노처럼 대중적으로 만들어 고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메리카노처럼 유명한 한방차를 꿈꾼다
    “저기 앉아 계시는 20대 고객 여섯 분을 보세요. 만약 오가다가 없었다면 저분들은 옆 건물의 커피전문점에 계셨겠죠. 역삼동 한복판에 한방차 전문점 오가다가 있기 때문에 저분들이 커피 대신 건강에 좋은 한방차를 드시는 거잖아요. 저는 이게 단순히 사업이 아니라 20~30대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전달하는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늘 1등 하던 사람이 1등 하면 재미없잖아요. 시작도 늦고 불리한 한방차가 대기업 커피전문점을 이기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요즘 제 나이 또래 친구들 보면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난 안 될 거야’ 하며 포기하는 경우 많은데, 오가다가 당당하게 커피전문점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줘 그 친구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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