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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의 How to start-up ⑥

“기술보다 중요한 건 철학적 논리 구성”

위치 기반 SNS ‘오브제’ 만든 키위플 신의현 대표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기술보다 중요한 건 철학적 논리 구성”

“기술보다 중요한 건 철학적 논리 구성”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 중 하나를 먹도록 강요받는다. 빨간 알약을 먹으면 지옥 같은 진짜 세상에서 살게 되고, 파란 알약을 선택하면 안전한 가짜 세상에서 살게 된다.

신의현 키위플 대표는 “20세기 말 등장한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을 줄여줬지만 사람들에게 ‘파란 알약’을 먹였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니터 앞에서 가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동안, 오프라인에서 의견과 정을 나누는 일은 소홀해졌다는 것. 그는 “인터넷에 매몰되지 말고, 인터넷을 실존 영역에 다가가는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만들어낸 ‘빨간 알약’은 위치 기반 SNS ‘오브제(ovjet)’다.

오브제를 간단히 정의하면 ‘장소로 인연을 맺는 SNS’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 SNS가 아는 사람을 친구로 설정하고 대화를 나누는 거라면, 오브제는 장소를 매개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다.

오브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커피숍, 아파트, 건물, 별자리 등을 보면 그곳에서 많은 이가 나눈 이야기가 나타난다. 오브제로 국회의사당을 비추면 수많은 이가 FTA, 김정일 사망에 대해 나눈 의견들을 볼 수 있고, 별자리 ‘목동자리’를 비추면 목동에 사는 사람들이 나눈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2010년 초 출시한 오브제는 2011년 말 기준 가입자가 1000만 명, 하루에 한 번 이상 방문하는 사람은 15만 명에 달한다. 오브제를 통해 형성된 오프라인 모임도 수십 개다.

“일상부터 정치적 관점까지, 같은 공간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그 안에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논쟁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쌓아가다 평생의 반려자를 만날 수도 있겠죠.”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위해 ‘증강현실’이라는 기술을 이용한다. 증강현실이란 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전투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투기 조종사가 전투기를 몰 때 깜깜한 허공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앞 유리에는 위도, 방향, 적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등장한다. 신 대표는 “기존 회사들이 증강현실을 단순 지도로 활용했다면, 오브제는 증강현실을 통해 실존 영역으로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차별화된 점을 설명했다.

증강현실의 미래는 밝다. 신 대표는 “늦어도 20년 안이면 모든 사람이 생활 속에서 증강현실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치 터미네이터처럼 고글 안경을 쓰고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고글 위에 나타나 혹시 누군지 기억이 안 나더라도 자연스레 대처할 수 있다. 운전할 때도 차량 유리에 주변 차에 대한 정보가 투영돼, 앞차가 졸음운전을 하는지, 음주운전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신 대표는 “오브제를 통해 증강현실을 선도한 키위플은 증강현실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트렌드는 인간의 본성이 마침 발현된 것일 뿐

신의현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불었던 ‘SKY 휴대전화 열풍’의 주역이다. 2000년 SK텔레텍에 입사한 신 대표는 세계 최초로 슬라이드 휴대전화 단말기를 기획했고, 국내 최초로 휴대전화 내부에 카메라를 장착했다. SK텔레텍 시절부터 신 대표와 함께 하다 창업도 같이 한 키위플 최현정 부회장은 “신 대표가 대리이던 시절, 사장이 출근할 때 늘 상품기획실에 들러 신 대리의 머리를 쓰다듬고 갔다. 대리 때부터 임원회의에 참석했고 ‘차기 사장감’으로 공공연히 불렸다”고 회상했다. 신 대표는 이 같은 개발이 우연이 아닌 철저한 분석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 공대를 다니면서도 철학 공부를 많이 했어요. 이를 통해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 기술이 필요한지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트렌드에 대한 정의도 확고하다. 트렌드는 특별난 게 아니라 인간의 수많은 본성 중 그 시대에 발현된 것일 뿐이라는 것.

“기술보다 중요한 건 철학적 논리 구성”

‘오브제’ 증강현실로 사람, 장소를 비추면 그에 맞는 정보가 화면 위에 등장한다.

“오브제를 예로 들면, ‘인간은 본래 실존을 추구한다’는 본성에 위치기반서비스(GPS), SNS 등 기술을 적용시킨 거예요. 제가 세계 최초로 슬라이드 휴대전화를 개발했을 때도 단순히 ‘와 그렇게 하면 멋있겠다’ 하고 혼자 결정한 게 아니에요. 폴더형 휴대전화는 문자가 왔거나 시간을 알고 싶을 때 꼭 휴대전화를 열어야 하잖아요. ‘편리한 걸 좋아한다’는 인간의 본성에 당시 개발된 LCD 기술을 합쳐서 생각해보면 슬라이드형 휴대전화가 최적화된 모델이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개발한 모든 휴대전화, 서비스들은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여러 트렌드에 대한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005년 SK텔레텍이 팬텍에 합병되면서 신 대표는 SK텔레시스 신규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7년부터 벤처 설립을 계획해 2009년 8월 키위플이 출범했다. 키위플 창업을 계획하던 때는 전 세계에 아이폰 3GS 모델이 출시되기도 전이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이 한국에서 이토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 거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LG전자 등 대기업조차 “스마트폰은 2015년에야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피처폰 개발에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키위플 창업멤버 7명은 일본에서 아이폰 초기 모델 4대를 들여와 개발을 시작했다. 신 대표는 미지의 시장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그는 “저희는 작은 회사라 과감히 베팅해도 잃을 게 별로 없었다”며 웃었지만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지금은 모든 스마트폰에 전자나침반이 들어 있어서 지도 앱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시장조사를 통해 휴대전화 센서 제작 회사의 2, 3년 이후 라인업에 전자나침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하드웨어의 작은 변화는 소프트웨어에서 큰 변화로 나타나요. 철저한 시장조사와 분석에 기반을 둔 모험이라면 해볼 만하죠.”

철학적 기반 없이는 성공 불가

키위플이 두 번째로 출시한 앱 ‘매직 아워(magic hour)’는 2011년 말 노르웨이 앱스토어 유료 전체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매직 아워는 이밖에도 수십 개 국가 앱스토어에서 유료 앱 전체 판매 순위 5위 안에 드는 성과를 냈다.

사진을 찍을 때 보정(포토샵)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은 많다.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에 맞는 설정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 있다. 그런데 매직 아워를 통해서는 이미 다른 사람이 설정한 사진 필터 그 자체를 구할 수 있다. 별도의 조작 없이도 보정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이 매직아워 앱 안에는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처럼 사용자들끼리 본인이 제작한 필터를 사고파는 마켓이 형성돼 있다.

“하나의 앱이지만 그 안에 시장이 있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사진을 좋아하고 각자만의 세계가 있는 괴짜들이 모이는 앱입니다. 2012년에도 키위플은 저희만의 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앱 3, 4개 정도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철학적 논리 구성”
신 대표 꿈은 단순히 오브제 등 키위플의 서비스가 널리 퍼지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단순히 증강현실 서비스로 맛집을 비추면 ‘맛있어요’ ‘맛없어요’ 하는 단편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서비스가 아니라,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우정을 느끼고 관점을 나누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내민 ‘빨간 알약’은 어떤 세상을 만들까?

신동아 2012년 2월 호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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