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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원의 브랜드 스토리 ②

뚝심의 기업 풀무원

‘200원에 한 봉지’였던 콩나물·두부에 디자인을 입히다

  • 신정원| 월간 기자 gardennew@design.co.kr

뚝심의 기업 풀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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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기업 풀무원

풀무원USA 본사 전경, 풀무원USA는 지난해 미국 프리미엄 건강 식품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했다.

뚝심의 기업 풀무원

유기농 전문 식품 및 친환경 제품 브랜드 올가.

풀무원이 일반 가공식품과는 달리 별도의 유통구조가 없었던 두부와 콩나물 같은 생식류를 디자인된 패키지에 담아 슈퍼마켓과 백화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던 것은 1980년대 말. 그때만 해도 콩나물은 시장에서 ‘200원에 검은 봉지 한가득’ 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부유층 주부들이 꾸준히 ‘브랜드 생식품’을 찾아 사가는 것을 보고 시장성을 발견했다. 이때 처음 ‘포장두부’라는 개념이 등장했는데, 2005년 전후로 두부시장에 CJ제일제당, 대상 등이 진입하기 전까지는 ‘포장두부는 풀무원’이라는 인식이 계속 유지됐다.

이렇게 풀무원식품이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는 동안 풀무원의 매출을 책임져온 효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현재 풀무원건강생활의 모체인 ‘풀무원 효소 식품’이다. 이 회사는 지금은 ‘헬스 어드바이저(Health Adviser)’라고 불리는 방문판매 사원들을 관리하는 회사다. 풀무원은 바른 먹을거리에 대해 대중의 인식을 형성하고 관심을 갖게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알고 있었다. 풀무원 효소 식품은 흑자 행진을 계속했고, 이를 통해 풀무원식품에 재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경영 규모를 키워나갔다.

건강식품 대신 생활 속 신선제품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판도가 바뀌었다. 식생활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건강 보조 식품을 따로 챙겨먹기보다는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에서 건강 증진 방안을 찾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오래 묵혀서 사용하는 식품보다는 빨리, 신선한 상태로 먹는 제품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런 변화는 풀무원에 기회였다. 경제위기로 여러 회사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거나 문을 닫는 와중에 풀무원의 매출은 해마다 평균 20~30%씩 성장했다. 냉장 카테고리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던 풀무원은 2003년까지 그 성장세를 이어갔다.

냉장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CJ제일제당, 대상 등의 대기업이 2005년을 기점으로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장 관점에서는 두부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고 풀무원 내부적으로는 체질 개선을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그간 기업 이미지 위주로 진행해왔던 광고도 경쟁자를 의식한 공격적 제품 광고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원가 절감을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했다.



전성기 때는 80~90%에 가까웠던 냉장 카테고리 시장점유율은 현재 50%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풀무원은 뚜벅뚜벅 제 길을 가고 있다. 대중매체를 활용한 마케팅은 단시간 매출 상승에 즉효지만 풀무원과는 먼 이야기다. 어쩌면 미련하기까지 한 풀무원의 뚝심이 힘을 발휘한 것은 학교 급식 시장의 문이 열렸을 때다. 급식 업체를 선정할 때,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하다보니 경쟁업체에 비해 단가가 높았지만, 풀무원의 정직함을 신뢰하던 학부모들이 많은 표를 던진 것.

“내가 진짜” 풀무원의 자신감

뚝심의 기업 풀무원

프리미엄 생과일주스 ‘아임리얼’은 첨가물은 물론이고 물 한 방울 안 섞은 음료다.



냉장 제품을 통해 30~50대의 주부들에게 제품력을 인정받은 풀무원은 2007년 ‘마시는 과일’ 콘셉트의 프리미엄 생과일주스 ‘아임리얼(I′m real)’을 론칭하면서 20~30대 여성들에게까지 높은 기업 인지도를 형성하게 됐다. 김 팀장은 “최근 냉장 주스 시장은 감소 추세를 보이는 반면 가정 내 과일 소비량은 급증하고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도 쉽게 생과일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아임리얼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임리얼은 첨가물은 물론이고 물 한 방울도 섞지 않았다. 또한 열처리를 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2주로 짧지만 그만큼 신선한 과일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풀무원 정신’을 그대로 담은 아임리얼은 직장인과 대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연평균 10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성공적인 시장 진입에는 과일을 의인화한 독특한 네이밍도 한몫했다. 아임리얼의 네이밍을 진행한 조미재 네임넷 이사의 말이다.

“정말 순수하게 과일만을 넣어 만든 제품이니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네이밍을 시도했죠. 과일 스스로 자신 있게 ‘난 진짜야’라고 말하듯이. 풀무원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네이밍입니다.”

이영희 씨디스 대표는 아임리얼의 패키지에 대해 “과일을 깎을 때 껍질이 벗겨지는 형태를 모티프로 해 레이블을 디자인했다. 지금 막 깎아서 담아낸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풀무원의 강점은 디자인이다. 2012년부터 풀무원의 CDO(Chief Design Officer)를 겸임하게 된 이 대표는 “디자인 회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그 권한을 위임해주는 회사”라고 평했다. 남승우 총괄사장 역시 대학 시절부터 화실에 드나들 정도로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풀무원 디자인을 다듬고 전사적인 디자인 퀄리티를 높이는 게 내 역할”이라며 “회사 시설물이나 조직원의 행동, 업무 프로세스 등 디자인에도 변혁을 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풀무원은 기업 광고로 ‘Nutrition Balance’편을 제작했다. 이제는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영양까지 생각하겠다는 풀무원의 의지가 담겨 있다. 정직한 원료로 칼로리와 나트륨은 줄이고 칼슘과 오메가 같은 영양소 비율을 높여 균형 잡힌 식사를 유도하겠다는 것. 뚝심과 신뢰로 뚜벅뚜벅 제 길만을 고수해온 풀무원다운 목표가 아닐까.

신동아 201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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