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호

진짜 정보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지인이 귀띔한 ‘정보’ 믿고 주식 투자?

  • 원재훈 │회계사 wjh2000p@hanmail.net

    입력2013-06-20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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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정보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불한당(不汗黨)! 땀 흘리지 않고 돈을 탐하는 무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 근로소득에 의존해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주식 투자에 탐닉하는 이들을 불한당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노동의 대가만이 참된 것이라 여겨서일 수도 있고, 시기와 질투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리 주식 투자를 폄훼하는 근로자라도 “이거, 그 회사 다니는 사람한테 들은 정보인데…” 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더 자세하게 말해달라”며 ‘불한당’의 꿈을 꾼다. 근로소득을 착실하게 모아 부자가 될 리 만무한 데다 생계비, 주거비, 자녀교육비 등을 쓰고 나면 노후마저 깜깜하니, 주식에 한눈팔지 말고 돈을 차곡차곡 정기예금 통장에 넣어두라는 건 잔인한 조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다들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부동산은 소액 투자가 쉽지 않고 부동산 불패신화도 깨져버렸다. 자연히 많은 직장인이 소액으로도 빠른 시간에 승부 볼 수 있는 주식의 유혹에 넘어간다.

    회계 모르는 애널리스트

    그러나 복잡하다 못해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는 것은 너무나 머리 아픈 일이다. 기업의 공시자료, 회계정보를 연구하는 것은 더욱 하기 싫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회계사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회계를 잘 안다고 주식 투자를 잘하는 것 같진 않다. 내 주변 숱한 회계사의 주식 투자 성적표가 초라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회계사조차 주식 투자를 할 때 회계자료보다는 주변의 풍문에 더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또 어떤가. 몇몇 애널리스트 친구와 얘기하다가 더 깜짝 놀랐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적용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애널리스트도 상당수 있다는 사실에.

    그렇다면 뭘 잘 알아야 주식 투자를 잘 하는 걸까. 분명 학교에서 ‘주가는 기업 가치에 근거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현실 세상의 ‘꾼’들은 그런 건 다 소용 없다고, 중요한 건 정보라고 한다. 정말로 주식 공부를 하지 않아도, 기업가치에 대해 아는 바 없어도, 회계 지식이 없어도, 소위 정보만 있으면 아무나 주식 투자를 할 수 있을까.

    최근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던 유명 인터넷 애널리스트들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의 수법은 진부하다 못해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미리 특정 주식을 구입한 뒤 그 주식을 추천해 주가를 올린 뒤 되파는 것이었다. 이들은 정보에 목말라 하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정보이용료까지 받아가며 이중, 삼중으로 사기를 쳤다.

    이른바 ‘고급 정보’만 가지고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기업 내부정보를 가진 집단의 수익률을 분석해본 결과 주식시장의 주가지수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 많은 재무관리 교과서의 결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비이성적인 정보가 난무하고, 이에 현혹된 숱한 개미 투자자가 손해를 본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심해진다. 유력 대선주자와 친구라고 해서, 유력 대선주자가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였다고 해서, 유력 대선주자의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라서, 유력 대선주자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해서 해당 회사의 주가는 치솟는다.

    이런 정보를 들으면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당 회사의 공시자료를 들여다보곤 한다. 그리고 곧바로 확신한다. 그것이 ‘잡주’라는 것을. 회계 지식은 주가가 향후 올라갈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게 해주진 않지만, 소위 정보에만 의존한 잡주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주기 때문이다. 주식과 관련한 고급 정보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생산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 배후에 작전세력이 숨어 있을 가능성 또한 크다. 정보에 의존해 돈 번 사람이 있을 수야 있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고 결국 그 게임에서 승자보다는 패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

    포괄적 일임매매의 明暗

    정기예금이 재테크 수단이 되는 건 불가능하고, 정보에 의존한 주식 투자는 실패 위험이 크다. 그렇다면 차라리 주식을 잘 아는 사람에게 맡기면 어떨까.

    타인에게 주식 투자를 맡기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소위 말하는 ‘포괄적 일임매매’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주식 투자를 맡기는 것이다. 이들이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고 그쪽 분야 전문가이니 맡겨보는 게 좋겠다. 게다가 증권사 직원이 친구이거나 친척이라면 더욱 믿어볼 만하다. 펀드는 수수료를 받아가지만, 이들은 수수료도 내라는 말을 안 하니 더욱 고맙다. 1년 후 성적표를 받아보면 필경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다.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 주식시장이 좋을 때 이렇게 맡겨두면 정기예금 수익률보다 좋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런데 만약 코스피(KOSPI) 주가지수 상품에 투자했더라도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주식 투자를 맡아준 증권사 지인이 고맙기야 하지만, 그가 수십 수백 번 주식을 회전시키느라 발생시킨 거래수수료를 내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냈을 것이다.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수익률 자체가 마이너스인데 거기에다 엄청난 거래수수료까지 부담하고 나면 ‘깡통계좌’를 찰 수도 있다. 이쯤에서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면 증권사 지인에게 무조건 맡기는 식의 투자는 위험하다. 왜냐하면 증권사는 수수료를 최대한 높여야 수익이 나고, 직원에게 거래수수료를 높이라고 압박하기 때문에 고객의 투자수익률보다는 거래수수료를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증권사 직원에게 맡기는 것은 정보에 의존해 투자하는 것보다야 덜 위험할 수 있지만, 증권사 좋은 일만 시켜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 직원이 정보에 의존해 투자하는 타입이라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참고로 포괄적 임의매매는 법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투자 방법이다.

    다음으로 공신력 있는 펀드에 맡기는 것은?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중반 펀드 투자 광풍이 불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해 많은 펀드 고객이 손실을 입었다. 이와 함께 펀드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펀드 수익률은 주식시장 전체의 수익률과 함께 간다. 심지어 어떤 펀드매니저는 “시장이 모든 것을 쥐고 있다”고 말한다. 전반적인 주가지수 흐름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고급 정보’의 참뜻

    내가 아는 한 선배는 자신이 펀드를 팔고 있으면서도 “왜 펀드에 투자하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차라리 주가지수(주가의 흐름에 따라 정확히 가격이 움직이는 상품으로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에 투자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특정 펀드의 수익률이 주식시장 수익률보다 높을 수 있다. 펀드를 잘 보고 골라야 하는데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냥 은행이 소개해주는 대로 가입한다. 은행 같은 펀드 판매회사가 가장 높은 수수료를 챙긴다는 사실을 아는지? 그저 펀드상품을 소개해줬다는 이유로 때로는 1%가 넘는 수수료를 챙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점심은 투자 귀재 워런 버핏과의 점심이다. 이 점심은 매년 경매에 부치는데, 매번 10억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된다. 지난해 낙찰가는 30억 원을 웃돌았다. 버핏의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그는 “기술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기술주는 언제든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면 그 가치가 쉽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기술을 공부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식에만 투자한다”고 말한다. 즉, 자신이 가장 잘 알고 확신할 수 있는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정보가 아니라 자신만의 직관(insight)을 통해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근래 몇 년간 주가가 많이 오른 주식을 보면, 장기적으로 제품이 잘 팔리는 기업의 주식이 올랐다. 아웃도어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아웃도어 회사의 주가가 많이 뛰었다. 경제가 어려워 인스턴트 식품 소비가 급증하자 라면이나 즉석식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가가 올랐다.

    진짜 정보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원재훈

    1977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공인회계사, 미국공인회계사, 세무사

    이촌회계법인 근무

    저서 : ‘월급전쟁’ ‘법인세법실무’


    진짜 정보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물론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주변에서 들리는 고급정보는 절대 아니다. 재무제표 한번 들여다보지 않은 회사에 소중한 목돈과 퇴직금을 몽땅 투자하고 암울한 노후를 맞는 일이 없으려면 이 기본 상식을 꼭 챙겨두기 바란다. 내 귀에 들리는 고급정보는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풍문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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