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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 넘어 ‘윈6’으로…자본주의 체질 바꾸기 실험

홀푸드마켓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윈윈’ 넘어 ‘윈6’으로…자본주의 체질 바꾸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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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 넘어 ‘윈6’으로…자본주의 체질 바꾸기 실험

캐나다 토론토의 홀푸드마켓 매장.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양동이와 물걸레를 든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객과 이웃이 하나둘 찾아와 “그만 징징대고 걸레질이나 하자”고 독려했다. 언제 다시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직원들도 복구 작업에 적극 나섰다. ‘있는 힘을 다해 받은 사랑에 보답하리라’ 작심한 그에게 공급업자들은 외상으로 납품을 약속했다. 투자자들도 외면하지 않고 추가로 자금을 제공했다.

수마에 사라질 뻔했던 홀푸드마켓이 고객과 이웃, 직원, 공급자, 투자자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다. 이 일이 있은 후 사업을 대하는 그의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업이 어느 누군가 이득을 챙기면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봐야 하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기업의 모든 이해당사자가 서로 챙겨주고, 헌신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위대한 작업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이해당사자 상호의존

홀푸드마켓은 1985년 당시 전 직원의 10%인 60명이 참여한 가운데 핵심가치를 선정하고, ‘이해당사자 상호의존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에 걸쳐 수정하고 보완한 결과 7가지로 추려졌다. △최상의 자연·유기농 식품 판매 △고객에게 만족과 기쁨 선사 △팀원의 행복과 발전 지원 △이윤과 성장을 통한 부 창출 △지역사회 및 환경 보호 △공급업자들과의 지속적인 윈윈 파트너십 구축 △건강한 식습관 교육을 통한 이해당사자들의 건강 증진 등이다.

이해당사자 상호의존 선언문은 고객과 직원, 지역사회 등에 돌아가는 이익조차 본래 주주 몫에서 덜어낸 것이라고 여기는 전통 자본주의적 사고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는 판단을 내리도록 붙잡아주는 등대이기도 하다. 이를 경영에 직접 적용한 것이 ‘윈(win)6’ 접근법이다. ‘윈윈’을 넘어 고객, 직원, 지역사회, 공급자, 투자자, 환경 등 여섯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우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최근 이슈가 된 동물복지 문제를 놓고 보면,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생산·유통방식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기업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을 중요한 이해당사자로 여기는 홀푸드마켓은 이미 오래전부터 동물복지 및 수산물 고갈 위험 등에 대처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왔다. 홀푸드마켓에서는 사슬로 묶어놓고 사육한 송아지 고기나 강제로 먹이를 줘서 키운 거위의 간, 임신용 우리를 이용해 생산한 돼지고기 등을 판매하지 않는다. 이 같은 공장형 농장 사육방식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8년에 걸쳐 동물복지 기준 등급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공급업자들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 높은 등급을 받으려고 노력하면서 생산 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고객은 더 안전하고 윤리적인 환경에서 생산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아졌다.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생각 덕분에 직원 사기도 올라가 생산성이 높아지고, 다른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이 확보되니 결국엔 투자자 이득으로 이어졌다.

홀푸드마켓은 모든 판단에 앞서 ‘윈6’를 염두에 둔다. 여섯 이해당사자 중 누가 선순환의 계기를 마련하느냐가 달라질 뿐이다. 그중에서도 직원은 단지 노동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일원이며 고객이자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중성을 갖는다. 홀푸드마켓은 “직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업의 성공에 훨씬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믿는다.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

직원에서부터 선순환을 이뤄내려면 먼저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공급업자들과 투자자들에게도 이롭다. 홀푸드마켓은 창업 당시부터 사랑과 신뢰에 기반을 둔 기업을 만들고자 애썼다. 채용 과정에 직원 의사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보상체계가 투명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홀푸드마켓에 입사하려면 30∼90일 동안 한 팀에서 인턴과정을 거친 후 전체 팀원의 3분의 2 이상에게서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팀원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못하면 다른 팀에 지원해 인턴과정부터 다시 똑같은 절차를 밟거나 입사를 포기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함께 일할 사람을 직접 선택할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직장생활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가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여부다. 홀푸드마켓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른 사람이 얼마를 받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웬만한 자신감으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홀푸드마켓은 급여와 복지에서 공평함과 평등주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먼저 임금상한제(salary cap)를 적용해 최고위 경영진의 현금 소득이 직원 평균 임금의 19배를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또한 홀푸드마켓에서는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모든 구성원이 받는 급여 외 혜택이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근속기간에 따라 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업들이 보통 임원급 이상에게 평직원이 넘볼 수 없는 특전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홀푸드마켓에서는 오래 근무한 사람일수록 유급휴가가 길고, 건강보험에 대한 회사 지원율이 높다. 이 같은 원칙 때문에 홀푸드마켓에서는 근속 연수가 같다면 계산원과 공동 CEO가 누리는 복지 혜택이 같다.

스톡옵션과 관련해서도 홀푸드마켓은 경영진에게 박한 편이다. 일반적으로는 기업 스톡옵션의 75%가 최고위 경영진 5명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홀푸드마켓에서는 93%를 임원이 아닌 직원들이 보유한다. 또한 경영진이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을 연간 2000∼6000주로 제한한다. 스톡옵션이 소수 경영진에 쏠리면 단기 이익에 급급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치다. “투자자나 증권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사업하지 않는다. 기업 전체의 장기적 가치를 최적화하려는 목표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게 홀푸드마켓의 방침이다. 덕분에 홀푸드마켓의 직원 퇴사율은 연 10%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이래서야 능력 있는 경영진을 영입할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홀푸드마켓은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붙잡지 못한 경영진은 없다”며 “오히려 이 같은 보상제도 덕분에 권력이나 금전적 이득보다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진정한 리더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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