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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의 벤처 트렌드 2.0

실험실 벗어나 대중 속으로

신경과학 기반 벤처 뉴로게이저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실험실 벗어나 대중 속으로

실험실 벗어나 대중 속으로

형 이대열 예일대 교수(왼쪽)와 동생 이흥렬 뉴로게이저 대표.

인공 장기로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장기. 바로 뇌다.

뇌는 인간의 말과 행동, 생각을 지배하지만, 그만큼 연구가 어렵다. 최근 10여 년간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경과학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뇌영상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했다. 주목할 점은 뇌과학의 영향력이 정신의학, 신경학 등 의학 분야뿐 아니라 교육학, 노인학, 경영학 등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5월 설립된 벤처 기업 뉴로게이저(N-eurogazer)는 신경과학 연구를 기반으로 뇌 데이터를 분석해 정보를 서비스하는 회사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미국 예일대 신경생물학·심리학과 이대열 교수와 국내에서 IT 벤처를 운영했던 이흥열 대표 형제가 공동 설립했다.

MRI 분석으로 다양한 진단

뉴로게이저가 하는 일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7월 초 출시된 뉴로게이저 프로토타입(Prototype·시범 제품)을 살펴보았다. 뉴로게이저 서비스를 통해 이흥열 대표의 MRI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대표의 나이는 46세인데 전두엽은 50.5세, 두정엽은 41.8세, 측두엽과 후두엽은 각 38세로 측정됐다. 이 대표는 “뇌의 각 부분은 관장하는 분야가 다르다. 전두엽은 고등인지, 창의력, 지식 전달 등 기능을 맡고, 두정엽은 공간 지각, 수리 능력 등을 관장한다. 분석 결과, 나는 기억력보다 창의력이 높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MRI를 통해 개인의 뇌 발달 상황을 진단하는 것은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뇌 발달 상황을 살펴봐 이 아이가 수학, 언어, 체육 중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지 진단하고, 또래에 비해 뒤처진 부분이 있다면 별도의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것. 이 교수는 “분석 근거가 되는 뇌 관련 데이터도 성인에 비해 20세 미만 데이터가 더 많기 때문에 더욱 유리하다. 학업뿐 아니라 뇌영상을 활용해 정신건강 취약성, 폭력범죄에 대한 선호성, 외향성, 신경증, 위험회피, 비관, 고집, 공감 능력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뉴로게이저 브레인 연구소’가 출범할 예정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김학진 교수, 중앙대 생명과학과 강효정 교수, 델라웨어대 심리학과 팀 비커리 교수 등이 힘을 모았다. 이 대표는 “뉴로게이저는 세계적 수준의 첨단 MRI를 도입하고 뇌영상센터를 설립해 국내외 유능한 학자들이 혁신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조경제’의 시대. 뉴로게이저가 우후죽순 생겨난 수많은 벤처 사이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과학에 기반을 둔 벤처’라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미국은 과학을 기반으로 한 벤처가 대다수지만 국내 벤처 중 상당수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수준이다. 이는 정부 정책이 곧바로 돈 벌 수 있는 벤처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최근 구글이 인지기능 기술 전문업체 딥마인드를 인수했고 아마존, MS 등 글로벌 IT그룹들도 뇌과학 분야에 투자를 확대한다. 과학의 정확성을 통해 대중화를 확대하는 것이 자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과학 없는 창조경제

실험실 벗어나 대중 속으로
눈웃음과 주름 모양까지, 두 형제는 외모는 꼭 닮았지만 행동은 어려서부터 정반대였다. 형은 수학, 피아노, 과학 등 접하는 것마다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면 동생은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고 대인관계가 좋았다. 이 교수는 “아마 우리의 뇌를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우리 형제는 공통점이 없기에 다룰 수 있는 분야가 그만큼 많다. 나의 지식과 동생의 사업 능력이 결합돼 대체할 수 없는 벤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은 실험실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과학과 IT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생물학 연구로 더 많은 사람의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이 저희의 사명입니다.”

신동아 2014년 8월 호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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