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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은 컴맹이니 대출금리 올립니다”

‘금융 신세계’ 인터넷은행

  • 이진우 | 이데일리 기자,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고객님은 컴맹이니 대출금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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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카카오은행, 케이뱅크의 고민…‘점포·직원 없이 잘될까?’
  • ● 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가능…‘성실한 대출자’ 모시기 경쟁
  • ● 컴맹 세대, 저신용자에겐 ‘고금리 폭탄’ 부작용 우려
  • ● 전문가들 “사이즈 키워 중금리 대출 시장 노려라”
“고객님은 컴맹이니 대출금리 올립니다”

동아일보

2016년 말쯤이면 한국에도 최초의 인터넷 은행이 영업을 시작한다. 정부로부터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 두 곳이다. 간판도, 점포도 없이 오로지 웹사이트만 있는 은행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지금도 우리는 굳이 은행 점포를 찾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거의 모든 업무를 볼 수 있지 않나. 인터넷 은행은 처음 생기는 건지 몰라도 ‘인터넷 뱅킹’은 이미 하고 있지 않나.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은행은 뭐가 다른가.
사실 이 질문은 인터넷 은행 사업을 준비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는 더없이 중요한, 그야말로 생존이 걸린 질문이다. 인터넷 은행은 보통 은행과 뭐가 달라야 하는가, 그리고 뭐가 다를 수 있는가. 이는 인터넷 은행들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바인 데, 이들 역시 명확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중금리 대출 ‘틈새시장’

인터넷 은행은 말 그대로 인터넷에서만 존재하는 은행이다. 점포가 없다. 그래서 점포 임차료와 그 점포에 들어가는 인력과 시설의 유지비용을 아낄 수 있다. 200조 원가량의 예금을 받아서 200조 원가량의 대출을 굴리는 KB국민은행의 경우 매년 직원 급여로 약 2조 원을 쓴다. 점포 임차비용은 2500억 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이 그런 점포 비용과 점포 유지를 위한 인건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1%포인트의 예대마진을 덜 챙겨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순수하게 인터넷으로만 운영되는 은행이 생겨서 어느 정도 고객 규모를 갖추면 현재의 보통 은행들보다 이자를 1%포인트쯤 더 주거나 대출이자를 1%포인트쯤 덜 받을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아니면 예금금리를 0.5%포인트쯤 더 주고 대출금리를 0.5%포인트 더 깎아줄 수도 있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만약 그렇다면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인터넷 은행에 예금하고 인터넷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것인가. 이게 인터넷 은행들이 품고 있는 고민의 핵심이다.
인터넷 은행은 아무래도 불편할 것이다. 점포가 없으니 직원도 없고, 직원이 없으니 고객이 모든 정보를 직접 찾고 직접 입력해야 한다. 반찬이나 물을 직접 갖다 먹어야 하는 셀프 서비스 식당을 생각하면 된다. 음식값은 싸지만 종업원이 없으니 불편할 수 있다. 고객들이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0.5%포인트 이자를 더 받거나 덜 내려고 인터넷 은행으로 올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인터넷 은행들은 기존 은행들의 손이 닿지 않는 틈새시장을 노린다. 이른바 중금리 대출 시장이 대표적이다. 은행권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4.5% 수준이다. 그러나 누구나 이 정도 금리에 신용대출을 받지는 못한다. 신용등급이 적어도 4등급은 돼야 한다. 5~7등급인 대출 소비자는 30% 안팎의 고금리를 물어야 돈을 빌릴 수 있다(8등급 이하는 아예 대출이 안 된다).
연 4.5%에 돈을 빌리기는 어렵더라도 30%에 가까운 금리를 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왜 10% 안팎 수준의 대출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곳은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만, 현재의 금융시장 구조에서는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
신용등급 5등급에서 7등급 사이에 있는 소비자는 우리나라 전체 소비자의 32%가량인 14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5등급과 7등급은 사실상 동일한 신용도로 취급받는다. 5~6등급에서 7~8등급으로 떨어지는 비율이 계속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5등급 가운데는 7등급보다 신용도나 재정 상황이 훨씬 좋은 경우도 있지만 그걸 정교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니 5등급이라고 7등급보다 파격적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해주기는 어려운 것이다.
중금리 대출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더 큰 이유는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기관들의 규모가 영세한 데 있다. 대부업체든 저축은행이든 고만고만한 작은 금융회사는 대규모 마케팅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출고객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다. 그러니 전단지나 무작위 전화 영업을 통해 손님을 모아오는 대출 중개업체에 수수료를 줘야 할 뿐 아니라 대출 절차가 전산화, 기계화되지 못해 인건비 부담도 크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대출받아가는 고객이나 300만 원을 대출받으러 온 고객이나 은행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대출서류를 작성하는 시간과 비용은 비슷하다. 1억 원을 대출받아가는 고객에게 그런 수수료로 50만 원을 받는다면 그 고객은 대출금액의 0.5%를 지출하는 셈이지만, 300만 원을 대출받아가는 고객으로부터 50만 원의 비용을 뽑아내려면 대출금액의 17%를 그런 비용으로 받아야 한다. 그러니 10%대의 중금리 대출은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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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 이데일리 기자,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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