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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퍼스널 쇼퍼’ ‘전봇대’는 뽑아주자

‘구매대행’을 아십니까?

  • 강지남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 layra@donga.com

신종 ‘퍼스널 쇼퍼’ ‘전봇대’는 뽑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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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 대신 물건을 주문해주는 구매대행은 해외직구 초보자나 ‘온라인 발품’ 팔 시간 없는 이들을 겨냥해 나온 신종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런데 ‘다품종 소량’을 취급하는 구매대행업자들을 당국이 기존 수입업자와 똑같이 취급하는 탓에 이런저런 불협화음이 생긴다.
신종 ‘퍼스널 쇼퍼’ ‘전봇대’는 뽑아주자

해외직구 시대, 구매대행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뉴시스]

4년 전 여름, 나는 미국 뉴저지의 그 유명한 ‘우드버리 커먼 아웃렛’에서 인생의 기회를 만난 듯 부르르 떨고 있었다. 신으면 발이 무지 편하다는, 한국 백화점에서 한 켤레에 20만~30만 원 한다는 락포트(Rockport) 남성 구두가 6만, 7만 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두 켤레를 사면 두 번째 구두는 50% 더 깎아준다!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한국 시각은 새벽 네댓 시였지만 주저 없이 국제전화를 걸었다. “여보, 아버님 신발 사이즈가 몇이지?” “아빠, 전데요 깨워서 미안. 근데 발 사이즈가?” 그렇게 남편, 친정아버지, 시아버지, 그리고 형부 구두까지 사고 내 것도 사고 함께 간 친구 것도 샀다.

‘아웃렛 원정’을 위해 하루 빌린 렌터카 트렁크는 금세 가득 찼다. 두 주부는 땡볕 아래 양손 가득 물건을 사들고 드넓은 아웃렛 단지를 쏘다녔다. ‘돈 쓰는 것이 남는 것’이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우리가 언제 또 미국에 오겠어, 미국 온 김에 많이 사가는 게 현명한 거래, 지금 안 사고 서울 가서 후회한들 방도가 없어….

물론 이렇게 사온 ‘쇼핑템’들은 두고두고 유용했다. 남편은 이후 락포트 구두만 찾고, 초등생 조카는 19.99달러에 건져 온 컬럼비아(Colo -mbia) 재킷을 겨울마다 교복인 양 입고 다닌다. 나는 이번 가을에도 우드버리 랄프로렌 매장 출신의 네이비 컬러 원피스를 애용할 것이다.



온라인 핫딜을 찾아라!

2007년 생애 첫 미국 출장을 앞둔 내게 어느 다국적기업 여성 임원은 이렇게 조언했다. “빈 여행가방 들고 가서 가득 채워 오세요.” 그러나 2016년 현재 내가 생애 첫 미국행을 앞둔 후배에게 같은 조언을 한다면 “요즘 누가 무겁게 사들고 온다고…”라는 핀잔을 들을 것이다.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글로벌 업체들은 온라인 판매(e-commerce)에 정성을 쏟고, 국제배송료는 점점 저렴해지는 추세다. 해외직구 필수 용어 중 하나는 ‘핫딜(Hot Deal)’. 엄청 싸게 판다는 뜻이다. “지금 로프트(LOFT) 완전 핫딜이래”란 말은 “고급스러운 소재에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인기가 높은 여성의류 브랜드 로프트가 40% 이상 세일하고 있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온라인 핫딜’을 뒤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세상은 넓고 물건은 많다. 세일 일정, 할인코드(결제 직전에 입력하면 더 깎아주는, 문자와 숫자로 이뤄진 코드) 같은 정보를 죄다 뒤지자면 끝도 없다. 영어에 자신 없거나, 물건을 꼭 사고 싶은 업체가 한국 신용카드를 받아주지 않거나, 어떤 사이즈가 내게 맞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요즘 이런 해외직구 초보자를 겨냥한 사업이 번성 중인데. 이른바 ‘구매대행’이다.



“비행기 사주세요”

대전에서 웨딩숍을 운영하는 워킹맘 ‘에스메랄다’ 씨는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로그 몇 개를 ‘이웃’으로 등록해놓고 해당 블로그가 전해주는 핫딜 소식을 참고해 해외직구를 한다. 사고 싶은 제품을 구매대행업체에 알려주면, 업체가 알아서 주문해 집으로 해당 제품이 배송되도록 해준다. 얼마 전 그녀는 245달러짜리 하이힐을 11.99달러에 샀다. 할인율이 무려 95%다.

“뉴욕 여행 중에 하루 시간을 내 우드버리 아웃렛에 갔는데, 세일이 끝나선지 물건이 별로 없더라고요. 아웃렛보다 홈페이지 세일 때가 더 저렴한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온라인 쇼핑에 시간 쓸 여유가 없으니 믿을 만한 구매대행업체 도움을 받는 거지요.”

그녀는 궁금한 사항을 구매대행업체에 카카오톡으로 문의하고 바로 답변 받을 수 있는 점, 가끔 VIP 할인쿠폰을 선물로 받는 점 등을 구매대행의 장점으로 꼽았다. 구매대행업자는 여러 고객의 주문을 하나의 아이디로 처리하므로 누적 주문액수가 일반 소비자보다 커 해당 쇼핑몰로부터 VIP 할인쿠폰 등을 받는다고 한다.

해외직구 주문을 대신해주는 구매대행은 한국이 원조다. 2000년대 초반 어느 대기업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고, 뒤이어 소규모 및 개인 사업자들이 뛰어들었다. 2000년대 중반 구매대행사업을 시작했다는 김모 씨는 다니던 직장이 급작스럽게 폐업해 퀵서비스 회사에 취직했는데, 구매대행을 통해 해외에서 들어온 물건을 배달해주는 곳이었다. 그때 구매대행업에 대해 알게 돼 뛰어들었다.

구매대행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구매대행이 가능한 해외 제품을 홈페이지에 게시해놓고 주문을 받아 구매를 대행해주는 것, 그리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온라인 발품’을 팔아 구해다주는 것. 두 가지 서비스를 함께 하는 업체도 있고, 홈페이지 없이 SNS를 활용해 사업하는 업체(혹은 개인)도 생겨나는 추세다.

김씨는 중고 외제차, 1000만 원 넘는 고급 자전거, 수백 권의 해외 중고서적을 구매대행해준 적이 있다고 했다. 실제 구매로까진 연결되지 않았지만, 고객의 요청으로 요트 견적을 내준 적도 있다. “어느 대기업에선 경비행기를 요청해왔다. 그런데 이걸 배에 싣고 와야 하는지, 아니면 직접 조종해 와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못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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