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호

‘사랑’으로 맺어진 꿈의 결혼식?

“고질라 신부, 프랑켄슈타인 신랑… 결혼은 국경 없는 스트레스”

  • 김수경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사회학 kimsk@stanford.edu

    입력2008-09-02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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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 ‘결혼식’은 더 이상 로맨틱한 단어가 아니다. 당사자는 혼수와 결혼식 비용 부담에, 하객은 축의금 걱정에 머리가 아파온다. 이에 비하면 미국의 결혼은 천국처럼 보인다. 축의금과 혼수 걱정 없이 온종일 지인들과 웃고 떠들며 신랑 신부를 축하하기만 하면 되니까.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본 미국 결혼의 속살은 달랐다. 혼테크, 고부갈등, 동류혼은 우리의 결혼문화와 꼭 닮아 있다.
    ‘사랑’으로 맺어진 꿈의 결혼식?
    얼마 전 대학원 동기의 초대를 받아 처음으로 미국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성당에서 결혼식을 마친 뒤 인근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피로연을 가졌다. 150여 명의 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부는 느린 음악에 맞춰 아버지와, 또 신랑과 왈츠를 췄다. 오후 5시에 시작된 결혼식은 밤늦도록 계속됐고, 모두들 유쾌하게 웃고 떠들며 즐거워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한국의 결혼식을 생각했다. 15분 만에 끝나는 결혼식, 식은 보지도 않고 밥만 먹고 자리를 뜨는 하객들을 생각하니, 온종일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그들의 축제 분위기가 새삼 부러웠다. 오후 9시가 다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는데도 신랑 신부에게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인사를 남겨야 했을 정도였으니까.

    한국의 결혼문화 속에 존재하는 허례허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간소하고 실속 있게 준비하려고 해도 주변의 ‘말’들이 신랑 신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두 젊은이의 앞날을 축복한다는 결혼식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행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월급 2배짜리 약혼반지

    사람들은 한국의 결혼문화를 문제 삼을 때마다 종종 서구의 결혼, 특히 미국의 결혼문화를 언급한다. 분명 미국의 결혼문화에는 우리가 배울 점들이 있다. 우선 양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낮다. 미국의 신혼부부는 월세를 내고 집을 빌려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당장 새집을 장만하거나 전세를 얻는 데 쓸 목돈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양가 부모가 준비해야 하는 예물이나 예단도 없다. 그러니 양가의 기대치를 재고 따질 일도 없다. 또한 결혼적령기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그래서 경제적 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나이에 부모에게 손을 벌리면서 결혼하는 경우도 적다. 한국의 상황이 이 정도만 돼도 결혼을 준비하면서 겪게 되는 골치 아픈 항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으로 맺어진 꿈의 결혼식?

    미국 결혼식에서는 신부의 친구가 들러리를 맡고 일가 아이들이 꽃을 뿌린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작 미국 사람들의 결혼문화에 대해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다. 이들은 과연 사랑만으로 결혼할까. 상대방의 조건은 중요하지 않을까. 미국의 신랑 신부들은 어떤 스트레스를 받을까. 집안의 반대는 없을까. 결혼식 비용은 얼마나 들까. 그 어느 것 하나 분명히 대답할 수 있는 게 없다.

    일단, 통계를 통해 미국의 결혼식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살펴보자. 미국의 결혼 관련업계 시장조사기관인 웨딩리포트닷컴에 따르면 2007년 미국에서는 약 221만쌍이 결혼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1은 재혼이다. 초혼의 평균 연령은 여성이 스물일곱, 남성은 스물아홉이다.

    미국의 평균 결혼비용은 2만8732달러(한화 약 2900만원)다. 한국과 비교하면 그리 큰 액수가 아닐지 모른다. 참고로 한국의 결혼비용은 2007년 통계청 발표 기준으로 약 1억7000여만원. 이 중 집과 혼수를 장만하는데 드는 액수가 1억 4000만원을 차지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결혼비용은 결혼식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항목에 대한 것이다. 살림 장만에 드는 비용은 제외한 액수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피로연 식비. 결혼식 한 건당 평균 7600달러를 지출한다. 레스토랑 대여 및 장식, 웨이터 고용, 음료 제공에 드는 비용을 모두 합하면 1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다음은 약혼반지로, 미국의 신부들은 청혼을 받을 때 평균 4600달러짜리 반지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청혼하는 남성 월급의 2배 가격으로 약혼반지를 사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다. 대신 결혼반지는 그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한다. 신혼여행비는 평균 3700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결혼에는 축의금이 없다. 따라서 축의금으로 결혼에 든 비용을 사후에 충당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결혼식 비용을 신부 아버지가 내는 것이 전통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결혼 당사자들이 직접 부담한다. 그러니 정말 가까운 사람만을 엄선해서 초대하고, 손님도 주로 신랑 신부의 부모보다는 결혼 당사자의 친구들이다.

    미국에서는 축의금 대신 신랑 신부가 특정 상점에 자신들이 사고 싶은 물건의 목록을 만들어놓으면 하객들이 미리 가서 형편 되는 대로 값을 미리 치른다. 가격도 저렴한 것부터 고가까지 다양하다.

    경제 불평등 부르는 ‘동류혼’

    한국에서는 여름에 결혼식을 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름이 성수기다. 특히 6월에 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영어로 6월을 뜻하는 ‘June’이 가정과 결혼의 수호여신인 ‘Juno’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6월을 선호한다는 것이 유력하다. 그 다음으로는 8월에 결혼식이 많다.

    미국 결혼식의 하객 수는 평균 166명으로 한국에 비해 월등히 적다. 그동안 쏟아 부은 축의금을 회수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초대하는 한국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당연히 하객 1명에게 들어가는 돈도 한국보다 훨씬 많다. 손님을 온종일 한 자리에 모셔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정성을 들인다. 하객들도 밥만 먹고 자리를 뜨는 경우는 없다.

    체면과 겉치레를 중시하는 한국의 결혼문화가 불편한 사람들은 미국의 문화가 부러울지 모른다. 신랑 신부가 모르는 사람이 수백명씩 초대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이 결혼을 기꺼이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만 초대된다. 결혼식은 훨씬 경건하고 아늑하게 치러진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인들이 사랑만 있으면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미국의 남녀 모두 외적 조건이 비슷한 사람끼리의 결혼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인구학(Demograph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03년 현재 교육수준이 동일한 사람끼리의 결혼이 전체의 55%를 차지했고, 이는 1960년대 이후 최고치다.

    2004년 ‘결혼과 가족 저널(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에 실린 논문에서도 여성의 결혼 전 연봉이 높을수록 결혼하게 된 남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더 이상 외적 조건이 처지는 결혼을 원하지 않고 신데렐라 스토리는 그 실현 가능성이 점점 더 희박해진다.

    이러한 교육·경제적 ‘동류혼(homogamy)’이 미국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발표한 200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결혼이 미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약 13%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동류혼은 결혼을 통한 사회적 계층이동 가능성을 점차 감소시킨다.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면 일단 수입이 적을 뿐만 아니라, 고용 불안정성도 배로 떠안게 된다.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실업률은 증가하기 때문에 저학력 부부의 경우 두 사람 모두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적 동류혼은 결국 고용적 동류혼 (employment homogamy)으로 이어지곤 한다.

    미국도 ‘혼테크’?

    조건을 보고 결혼하는 행태도 점차 노골화한다. 부유층의 정보를 제공해 가입자들로 하여금 백만장자 배우자를 찾게 하는 웹사이트도 생겼다. 이름 하여 ‘밀리어네어매치닷컴’. 우리말로 ‘백만장자와 맺어주기 사이트’ 정도가 될 것이다. 초기 화면에는 “가입자 중 의사, 변호사, 기업 CEO, 프로 운동선수, 미인대회 수상자, 모델, 연예인들도 있다”고 쓰여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신원 및 재산내역 증빙서류를 제출한 가입자에 한해 ‘보증된 백만장자(certified millionaire)’라는 타이틀을 제공한다. 자격은 부채를 제외한 순수자산이 100만달러 이상, 연봉이 15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그만큼 철저한 검증시스템을 통해 이른바 ‘물 관리’를 한다는 뜻.

    지난해 경제전문잡지 ‘머니’는 ‘억만장자와 결혼하는 법(How to marry a billionaire)’이라는 제목 아래 부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결혼을 택하는 미국인들의 ‘혼테크’ 행태를 꼬집었다. 이 기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본인이 직접 버는 것이든 돈 많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든,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백만장자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

    이러한 세태는 TV쇼에도 반영됐다. 2000년 폭스네트워크에서 방영한 리얼리티 쇼 ‘수백만장자와 결혼하기(Who wants to marry a multi-millionaire)’에는 50명의 여성이 출연해 남성 재력가 한 명을 두고 경쟁했다. 남성에 대해 공개되는 정보는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뿐. 심지어 그의 외모도 실루엣으로만 처리됐다.

    ‘사랑’으로 맺어진 꿈의 결혼식?

    결혼은 그 나라의 사회 문화를 반영한다.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한국인 입양아 출신 토비 도슨씨가 아내 리아 헬미씨와 전통혼례를 올리는 모습.

    이 쇼에서 우승한 간호사 출신의 한 여성은 상금 10만달러와 부상으로 3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았고, 실제로 그 남성과 결혼했다. 훗날 출연 남성에게 가정폭력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고, 이 여성은 결혼 무효소송 절차를 밟은 뒤 반지도 인터넷 경매 사이트를 통해 팔아버렸다.

    사랑이건 조건이건 개인의 선택에 의해 배우자를 찾았다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바로 가족이다. 흔히 미국에서는 부모가 “자식 결혼에 초대만 받아도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결혼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신랑 신부 본인이 결정하리라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다. 결혼이 가족과 가족의 결합임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전용 포털사이트 아이빌리지(iVillage)의 결혼관련 게시판에는 예비부부의 스트레스에 대한 글들이 올라온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가족문제. 특히 참견하는 어머니로부터 어떻게 자기가 원하는 결혼을 지켜낼 것인지가 고민거리다.

    얼마 전 이 사이트에는 ‘간섭하는 엄마 다루기’라는 제목 아래 네 편의 칼럼이 연재됐다. 그 내용도, 딸을 떠나보내는 친정어머니의 괜한 심술에서부터 결혼식 준비에 사사건건 참견하는 시어머니까지 한국의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똑같다.

    ‘몬스터 인 로(Monster-in-law)’

    칼럼에 소개된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아침 7시부터 시어머니는 예비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어 결혼식의 꽃 장식을 어떻게 할지, 냅킨 색깔은 무엇으로 할지를 묻는다.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신부는 신랑에게 불평을 늘어놓지만, 돌아오는 것은 “왜 ‘착하고 불쌍한’ 우리 어머니를 비난하느냐”는 핀잔뿐.

    중간에 낀 신랑이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주도권 싸움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칼럼은 “시어머니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을 요구하면 신랑을 끼어들이지 말고 본인이 직접 거절하되 최대한 정중하게 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의 제목도 한국의 상황만큼이나 절절하다. ‘당신이 시댁이나 친정과 가까이 살면 절대 안 되는 171가지 이유’ ‘며느리의 생존 가이드: 시어머니와 잘 지내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며느리와 시어머니: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자가 잘 지내는 방법’ 등 결혼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의 간섭과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다룬 책이 미국에도 무수히 많다.

    2002년 유타 주립대학의 한 연구팀이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부부의 60%가 크고 작은 고부갈등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은 미국에서도 농담의 주된 소재가 되며 이 같은 농담만 모아놓은 사이트도 여러 개다. 미국의 대중문화 속에서도 ‘고부갈등’의 코드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05년 국내에서도 개봉된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영화 ‘퍼펙트 웨딩’은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와 결혼을 지켜내려는 며느리 사이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의 원제는 ‘몬스터 인 로(Monster-in-law).’ 영어로 시어머니(혹은 장모)를 뜻하는 단어 ‘마더 인 로(mother-in-law)’를 재치 있게 바꾼 것이다. 말하자면 ‘법으로 맺어진 어머니’가 때로는 ‘법으로 맺어진 괴물’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뜻.

    한국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이는 단지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의 갈등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위가 장모에게 ‘백년 손님’이라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장모와 사위의 갈등도 코미디의 전형적인 소재가 된다. 로마시대의 풍자시인 유베날리스는 벌써 2000년 전 ‘풍자(Satire)’에서 “장모가 살아 있는 한 평화는 없다”고 말했다고 하니, 시어머니-며느리, 사위-장모 사이의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 듯하다.

    ‘웨딩블루스’에 눈물짓는 신부들

    결혼을 전후로 나타나는 양가 어머니들의 지나친 간섭은 흔히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말 그대로 자식이 둥지를 떠날 때 갖게 되는 허전함 때문에 자식에 대한 애착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결혼은, 자식에 대해 통제를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는 수년 전 이 같은 현상에 대한 기사를 실었는데, 로체스터 대학병원 심리치료사인 수전 호로비츠는 “부모는 무의식적으로 자녀의 배우자를 ‘나와 자녀의 관계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느끼게 된다”며 “부모가 자식이 결혼한 뒤에도 통제권을 놓으려 하지 않아 가정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자녀의 결혼 이후 부모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담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부모가 주는 스트레스 이외에도 신랑신부는 결혼을 앞두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살을 빼야 한다는 스트레스부터 누구를 초대할 것인지, 자꾸만 초과되는 예산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등 계속되는 고민과 타협, 그리고 결정에 심신이 피곤해진다.

    미국에서는 결혼을 앞두고 한창 까칠해진 신부를 일컬어 ‘브라이드질라(bridezilla)’라고 부른다. 신부를 뜻하는 ‘브라이드(bride)’와 일본 괴수영화에 등장하는 ‘고질라(gozilla)’의 합성어로, 평소에 천사 같던 여자도 결혼을 앞두고 짜증을 일삼는 괴물로 돌변하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신부보다는 덜 언급되지만 예민해진 신랑을 일컫는 말도 있다. 영국의 괴기소설에서 따온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과 신랑을 뜻하는 ‘그룸(groom)’의 합성어인 ‘프랑켄그룸(frankengroom)’이 그것이다. 이들의 주된 스트레스는 장모와의 관계, 그리고 경제적 능력에 얽힌 것들이다.

    결혼식이 이렇듯 축제라기보다는 전쟁이 되다 보니 결혼식을 전후로 가벼운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 ‘웨딩블루스(wedding blues)’라는 말까지 나온다. 직역하면 ‘결혼우울증’ 정도가 될 것 같다. 십수 개월 동안 준비한 행사가 하루아침에 끝나면서 찾아오는 허탈감도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돈. 결혼식에서 드레스를 차려입은 신부는 마치 자신이 공주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신혼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뒤 계속해서 날아드는 결혼식 비용 카드청구서를 마주하게 되면, 마치 자정 이후의 신데렐라가 된 듯한 기분일 것이다.

    “결혼은 사회 문화의 거울”

    결혼관련 잡지를 출판하는 ‘콘디내스트브라이덜 그룹’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식을 위해 원래 짜놓은 예산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 경우가 43%였으며 이는 대부분 빚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빚을 다 갚기도 전에 결혼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서약에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대신 “빚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고 바꿔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물론, 미국에는 시청에서 청바지 입고 하는 결혼도 있고,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루 만에 해치우는 결혼도 있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미국사람들도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거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배우자의 선택도 단지 사랑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결혼생활에 있어 사랑과 조건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는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는 문제다. 사실 서양에서 사랑이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0~300년 전부터라고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결혼이 철저히 조건에 따라 가족에 의해 결정됐고, 사랑은 결혼 이후에 뒤따라오는 것이 순리였다.

    그러나 결혼에 관련된 저술활동을 해온 스테파니 쿤츠에 따르면 산업혁명으로 임금노동이 가능해지면서 가족에 대한 개인의 경제적 의존도가 낮아지고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번지면서 개인의 취향, 즉 사랑에 의한 결혼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사랑’으로 맺어진 꿈의 결혼식?
    金秀卿

    197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언어학과 졸업

    동아일보 문화부·사회부 기자

    現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사랑에 기반을 둔 결혼만이 윤리적인 것으로 간주돼야 할 까닭은 역사적으로도 없는 듯하다.

    가족의 개입에 관해서도, 어느 사회에서든 결혼이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 것인 이상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마찰은 피할 수 없는 보편적 현상일 것이다. 하물며 개인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사정이 이러하니 말이다. 그러니 가족의 개입을 ‘간섭’보다는 ‘관심’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여러모로 신랑신부의 정신건강에 좋을 듯하다.

    결혼은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결혼과 관련해 들여다본 미국의 현실이 예상외로 한국과 닮아 있어 한편으론 신기하고 한편으론 반갑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다 똑같다는 말은 그래서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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